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원코리아페스티벌은 분열된 ‘자이니치’가 하나가 되고, 한국 문화를 일본인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문화축제다.
원코리아 페스티벌의 핵심 키워드는 ‘하나’다. 매 대회 폐막 때마다 모든 참가자들이 검지손가락을 들고 “하나”라고 외치는 ‘하나 콜’을 한다. 30년째 이 페스티벌을 이끌어 오고 있는 정갑수 실행위원장은 “정치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 하면 남는 건 분열밖에 없다. 그저 1년에 한 번은 모여서 하나가 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행사다. 조총련계와 민단계 양쪽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 행사는 원코리아 페스티벌 하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자이니치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자이니치 2세 가수 조박 씨를 비롯해 대금, 아쟁을 연주하는 박근종 씨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가 무대에 오른다. 이들의 연주에는 한국 특유의 ‘한’의 정서가 묻어 있었다. 조박 씨는 고향, 자이니치로서의 서글픔 등을 해학적으로 노래했다. 힘 있는 목소리로 일본어로 된 가사를 부르지만 한국적 정서가 물씬 묻어났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즐거워했다.
원코리아페스티벌이 이어지기까지는 시련도 많았다. 일본 극우세력이 협박을 하는가 하면, 이념적 갈등도 있었다. 또 한일 관계에 따라 행사에 대한 관심도가 널뛰기를 반복했다. 정 위원장은 “30년 동안 너무너무 역경이 많았다. 지금도 물론 힘들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가 붐을 이뤘던 2005~2006년은 일본인을 포함해 2만~3만 명이 모였다. 요즘은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참가자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관심이 있든, 없든 페스티벌은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연장 밖에서는 한국음식을 파는 부스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파전, 꼬치, 막걸리 등 한국 음식을 나눠 먹으며 공연을 즐겼다. 거의 매년 참가하고 있다는 오타 아유미 씨(49)는 “처음에는 자이니치들이 모여서 큰 행사를 열기에 단순한 호기심에 와봤다. 공연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이들의 힘든 삶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분출하는 데 큰 감명을 받았다. 여전히 자이니치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을 매년 받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코리아페스티벌은 한국에서 사단법인 원코리아를 설립해 전 세계 재외동포들의 축제로 키우고 있다. 사단법인 원코리아의 이사장은 정갑수 실행위원장의 부인인 김희정 씨가 맡고 있다. 올해 9월에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었다. 정 위원장은 “통일 문제를 논의할 때 중국, 러시아가 중요하지 않나. 그 나라들에서 재외동포의 축제를 열 수 있으면 좋겠다. 원코리아를 넘어 원아시아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