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도의 피살 사건은 결정적 목격자와 제보자를 찾았지만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1999년 1월에 산부인과 의사 앨런 파싱과 약혼했다. 그해 9월 25일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댄도는 풀럼에 있는 집을 떠나 치즈윅의 파싱 집에서 동거하고 있었다. 당시 집을 팔려고 내놓은 상태였고, 가끔씩 들르곤 했다. 1999년 4월 26일 아침, 그녀는 파싱의 집을 나서 자동차로 20~30분 거리인 풀럼의 자기 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32분. 탐사 보도 전문 저널리스트인 밥 와핀덴이 2002년 7월에 <가디언>에 쓴 기사에 의하면, 당시 상황은 이렇게 재구성된다.
댄도가 문을 열려고 자물쇠에 열쇠를 집어넣었을 때, 어떤 괴한이 그녀를 뒤에서 붙잡았다. 괴한은 오른손으로 그녀를 잡은 후 바닥에 엎드리라고 했다. 댄도는 현관 앞 계단에 거의 얼굴이 붙을 정도로 엎드렸다. 괴한은 왼손으로 그녀의 왼쪽 관자놀이에 총을 쏘았다. 총알은 그녀의 머리를 관통해 오른쪽 머리 부분을 날려 버렸다.
이웃에 살던 헬렌 도블이 발견한 건 11시 46분. 경찰에 연락을 했고, 채링 크로스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사는 오후 1시 3분에 사망 발표를 했다. 경찰 감식 결과 9밀리 자동 소총이 사용되었다. 이웃에 사는 리처드 휴즈는 댄도가 놀라서 비명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총성은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범인의 유일한 목격자였는데, 약 180센티미터 정도 되는 40세 정도의 백인 남자가 댄도의 집 앞 길을 건너가는 걸 보았다고 증언했다.
6개월 동안 경찰은 2500명 이상을 만나 1000개 가까운 증언을 들었다. 그러면서 배리 조지라는 남자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댄도의 집에서 1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살고 있는 그는 여성을 스토킹하고 성추행한 전과가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3개월 후인 2000년 5월 25일에 체포되었고 28일 살인죄로 기소됐다. 그리고 2001년 7월 2일에 종신형이 선고됐다. 배리 조지는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실 그는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를 만한 능력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행동 장애를 겪었고 간질 발작을 일으켰던 그는, 발달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다중 인격 장애도 있었으며 반사회적, 자아도취적, 편집증적 성격을 지녔고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감옥에서 제기한 두 번의 상고는 기각되었지만, 2006년 배리 조지의 변호사는 새로운 증거들을 제시했다. 당시까지 가장 강력한 증거는 매우 미량이지만 배리의 옷에서 총이 발사될 때 나오는 잔여물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는 연행 당시 영국 경찰이 무장한 상태라는 걸 밝혀냈고, 따라서 경찰의 옷에 묻어 있던 잔여물이 옮겨 묻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7년 11월에 상고 법원은 재심을 받아들였고, 결국 원심은 파기되어 2008년 1월에 무죄 판결이 났다. 확실하지 않은 유일한 증거를 기반으로 여론 몰이를 하듯 배리 조지를 범인으로 몰았던 경찰의 경솔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진범에 대한 논의는 다시 시작되었다.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댄도의 결혼 발표에 옛 연인이 질투심으로 죽였다는 설, 댄도가 진행하던 <크라임와치> 때문에 제보가 들어와 피해를 입은 범죄 집단의 소행이라는 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팬이 우발적으로 죽였다는 설, 댄도가 과거에 취재했던 소아성애자 집단의 리더가 킬러를 고용했다는 설…. 하지만 모두 신빙성이 없었다. 이때 가장 설득력 있으면서도 뜬금없는 이론이 등장했다. 세르비아 군부의 소행이라는 설이다.
댄도가 피살당하기 3일 전, 나토는 세르비아 방송사를 공습해 16명의 방송인을 죽였다. 이에 세르비아의 악명 높은 군사 지도자 아르칸은 보복을 결심했고, 그 표적이 질 댄도였다는 것. 그녀를 지목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댄도는 과거 코소보 사태를 취재하며 난민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서 세르비아를 비난한 적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유명인이었기에 서구 사회를 환기시키는 강도도 매우 셌다. 세르비아 정권은 댄도가 죽기 며칠 전에 반체제 언론인 슬라비코 쿠루비야를 암살했는데, 그 수법이 댄도가 죽은 방식과 매우 흡사했다. 쿠루비야가 집을 나서는 바로 그 순간을 노려 접근해 총으로 쏜 것. 집 앞을 노린 건, 사람들이 가장 방심하는 공간이며 동시에 타깃을 오인할 가능성이 가장 적기 때문이었다.
영국 경찰도 세르비아 개입의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고 내부 정보 문건으로 정리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확정하기엔 그 어떤 물증도 찾을 수 없었고, 살해 방식을 보건대 댄도를 죽인 사람은 프로페셔널 킬러라는 사실만 짐작할 뿐이었다. 댄도를 죽인 범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 자신이 진행하던 <크라임와치>에 소개되어 결정적 목격자나 제보자를 애타게 찾았지만,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