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선수이면서도 뛰어난 실력과 외모로 인해 각종 CF와 패션쇼의 단골 모델로 출연했던 ‘해외파’ 스타플레이어 최현호(26·덴마크 비복).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팀인 굼머스바흐에서 활동하다 올 시즌부터 덴마크리그로 옮긴 그가 시즌을 마치고 2주 전 귀국했다. ‘취중토크’를 위해 압구정동 카페에서 만났는데 카페에 혼자 앉아 기자를 기다리는 모습이 로맨틱 영화의 남자 주인공을 연상시킬 만큼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솔직 담백한 태도, 털털한 성격, 계산적이지 않은 멘트 등 ‘취중토크’다운 진실함을 무기로 인터뷰에 나선 최현호와 맥주병을 들고 하는 ‘러브샷’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기자의 ‘잿밥 정신’이 버무려진 카페 안 술자리에서 최현호는 엄청난 ‘폭탄 선언’을 하고 말았다.
“정신 수양만큼은 확실히 하고 돌아왔어요. 덴마크가 아닌 브라질에 가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덴마크가 워낙 성 개방 풍조가 만연돼 있는 나라라 저처럼 혈기왕성한 남자들한테는 ‘고문’이나 다름없는 곳이었죠.”
최현호는 ‘쭉쭉빵빵’한 금발의 미녀가 연락처를 전해 주며 데이트를 요청해 올 때마다 거절하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유혹들을 일일이 상대하다보면 핸드볼 선수가 아닌 카사노바가 돼 있을 것 같아 눈 질끈 감고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최현호가 소속된 비복팀은 덴마크의 14개팀이 속해 있는 1부리그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는 비록 성적은 뛰어나지 않지만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팀플레이를 통해 발전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최현호가 지난해까지 뛰었던 팀은 한국 최고의 핸드볼 스타 윤경신이 속한 독일 굼머스바흐팀. 과연 그가 ‘배’를 갈아탄 까닭은 무엇일까.
“처음 독일에 가서는 무조건 덤벼들었어요. 그러다 분위기를 파악하고 나니까 조금씩 겁이 나기 시작했죠.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에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구단주가 바뀌면서 선수들도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그런 점에서 올해 그 팀과 3년 계약을 다시 한 윤경신 선배는 정말 대단한 선수예요. 3년을 채우면 11년째인데 한 팀에서 그렇게 오래 있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 최현호는 별 주저함 없이 기자와 ‘러브샷’을 나눌 만큼 이야기도 솔직담백했다. 임준선 기자 | ||
조금만 부진해도 “넌 왜 ‘윤’만큼 못하니”라고 물어볼 땐 자책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정도였다고. 그런저런 이유로 팀을 옮겼는데 덴마크는 생활하기가 너무 삭막해 스페인쪽으로의 방향 전환을 목하 고민중이란다.
최현호는 청바지, 캔커피, 속옷 등 CF모델과 앙드레 김 패션쇼에도 단골 출연했었다. 관심의 사각지대인 핸드볼 세계와는 달리 스포트라이트와 박수 소리가 있는 카메라 앞과 무대 위는 그의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가끔은 핸드볼 선수가 아닌 유명 모델이나 연예인이 되기를 꿈꾸지는 않았을까.
“제가 만약 핸드볼 선수가 아니었더라면 과연 그런 경험들을 할 수 있었을까요? 모든 건 제가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물론 조명을 받다보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죠. 그런데 오래 못 가요. 가장 행복한 건 그래도 무대보단 코트에 섰을 때이거든요.”
최현호는 휴가 기간 동안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전에 촬영해 놓은 누드집을 완성하는 것이다. 최현호의 누드집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일요신문>(539호 참조)에 소개된 바 있다. 여자도 아닌 남자가, 그것도 운동선수가 누드집을 만들려고 하는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처음 의도는 워낙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뭔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나 첫 촬영 후 당시 소속팀과 협회의 강한 반대로 출판도 못하고 묵혀 둘 수밖에 없었죠. 이번에 재촬영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요.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개인적인 선물로 보관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결정 못했어요.”
시간에 쫓겨 명확한 주제 없이 촬영했던 데서 벗어나 주제를 정해 놓고 제대로 촬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걸로 봐선 최현호가 갖는 누드집의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건 사실이에요. 지금도 만나고 있고요. 전 그 친구(백지영)를 이성으로 좋아하지만 그 친구는 절 친구로만 생각할 거예요. 물론 제가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화상채팅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을 만큼 가깝게 지내고 있죠.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해요. 그래야 오래 만나잖아요.”
최현호는 우연히 백지영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낸 후 메일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백지영 또한 주위 사람들을 통해 최현호가 자신의 팬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기 때문에 곧바로 답장을 해주었던 게 메일을 통한 인연 만들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 친구한테 힘든 일이 있었잖아요. 사실 우린 그 일로 인해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당시 그 친구로선 최악의 상황이었고 난 그 친구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잘 받아들이더라고요.”
최현호는 백지영의 매력에 대해 허스키한 목소리에다 시원하고 활발한 성격, 웃을 때 작아지는 눈매 등이라고 말했다. 7월 음반 발매를 앞두고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백지영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친구’의 재기를 위해 최현호는 이미 박수 칠 준비가 돼 있는 ‘팬’이었다.
자연스레 결혼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기자는 백지영을 염두에 두고 연예인과의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를 물었는데 최현호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전 여자의 직업을 존중해주고 싶어요. 결혼 때문에, 남편 뒷바라지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에요. 설령 여자의 일로 인해 내가 외국에 있고 아내가 한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해도 말이죠.”
“그럼 언제쯤 결혼할 계획인지?”
“하하, 그런 생각들이 없어졌을 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