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가 보란 듯이 정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를 언론사에 배포하며 정 감독과의 대립각을 공고히 했다. 정 감독이 전날 쓴 편지에서 박 전 대표를 암시하는 듯한 ‘한 사람의 거짓말’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인격살인을 당한 자신을 다시 한 번 무덤 속으로 밀어 넣었다고 표현했다.
또 “억울한 누명을 벗겨 줄 유일한 희망인 경찰 수사 결과만 간절하게 기다린다”며 “10개월 넘게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 계신 구순열 사모님께서도 속히 귀국하셔서 경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 전 대표가 정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인간, 음악가, 한국인” 정명훈 선생님께
저는 수사 결과가 하루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그 전까지는 어떠한 말씀도 드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감독님께서는 오늘, 작년 12월 인격살인 당하고 사회적으로 생매장 당해 13개월 동안 무덤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간신히 빠져 나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을 다시 한번 ‘한 사람의 거짓말’이라면서 무덤 속으로 밀어 넣으셨습니다. 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다시 한번 인격살인 하신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무엇보다 중시하시는 정명훈 감독님께서는 지난 13개월 동안 제 삶이 어떠했을지 혹시 상상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택시에서도 식당에서도 가끔씩 알아보고 수군대는 모멸감 속에 저는 13개월 동안 저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 줄 유일한 희망인 경찰 수사 결과만 간절하게 기다리며 수백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았고, 지난 8월에 이어 최근에도 한때는 함께 일했으나 피의자가 된 직원 10명과 매일 한 명씩 대질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너무도 슬프고 비참합니다. 대질 조사를 받으면서 듣게 되는 구순열 ‘사모님’과 백수현 비서가 주고 받은 메시지, 저를 ‘매장’하기 위해 주고 받은 모함의 순간들을 듣고 있는 기분이 어떤지 아실런지요?
참담한 마음으로 들었던 메시지 일부를 감독님께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아 수사가 많이 지연되었습니다. 오늘 감독님께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고 하셨으니 10개월 넘게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 계신 구순열 사모님께서도 속히 귀국하셔서 경찰 조사에 응하셔야 합니다. 병원에 입원한 백수현 비서도 경찰 수사에 협조하도록 꼭 조언하여 주십시오. 감독님께서 이렇게 떠나시고 사모님도 귀국하지 않으시면 진실규명은 요원해집니다. 설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감독님께서 이런 식으로 도피하시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사모님과 백수현이 4개월간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가 80 페이지나 된다고 하고 그리고 피의자인 직원 10명이 카톡방에서 투서 작성 시에 주고 받은 대화는 저를 음해하는 내용으로 얼룩져 있다고 합니다. 문자 메시지와 카톡방 대화는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 줄 중요한 단서입니다. 하루 빨리 수사를 통해 진상이 확인되고 진실이 승리할 수 있도록 감독님께서 적극 나서 주시리라 믿습니다.
또한 시민단체들에서 제기했다는 항공료 횡령 혐의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시어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법률를 존중하는 모습도 보여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2015.12.29.
박현정 올림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