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형규 의원, 홍준표 의원, 강금실 전 장관(왼쪽부터) | ||
이런 질문에 서민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뜬구름 잡는 이야기냐’며 역정을 낼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상생을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여의도 정치판은 언제나 싸움뿐이다.
그럼에도, 정치는 ‘현재진행형’이다. 밉든곱든 서민들의 삶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오는 5월3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우리가 사는 동네의 구청장, 시장, 도지사 등 민생과 직결되는 대표자를 뽑아야 하는 중요한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의원 유급제 등의 개편된 제도에 따라 양질의 정치신인들이 대거 수혈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냉철한 선택이 요구된다.
정치적으로도 이번 지방선거는 상당히 중요하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와 2007년 대통령 선거의 바로미터로도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잠룡들의 명암이 명확하게 엇갈리면서 정계개편과 조기 대선 국면으로 급격하게 빠져들 가능성도 크다. 자, 짜증나는 정치판이라도 새로운 인물들이 한국 정치를 바꿀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5·31 지방선거의 구도를 한번 살펴보자.
[서울시장] 강금실 진대제 출마가 최대 변수
‘지방선거의 꽃’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각 당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여야의 분위기에서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여당에서는 낮은 지지율로 인한 ‘되겠나’ 심리 때문에 아직까지 선뜻 나서겠다고 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높은 당 지지도로 촉발된 ‘떼어 논 당상’ 분위기로 일찌감치 과열 경선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에서는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이계안 의원과 <문화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민병두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정도다. 3선의 김한길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참여로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인물난과 낮은 당 지지도 때문에 일찌감치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 중에는 참여정부의 두 스타 전·현직 장관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권에선 그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정치권 진출을 권유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의 경기고 선배인 한 국회의원은 “진 장관은 정치적 야망이 매우 큰 사람이다. 장관에 있으면서도 의원들의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등 인맥쌓기에 열심이다. 유인태 의원과도 친분이 깊다고 한다. 정치적 위상이 업그레이드되는 서울시장 자리도 본인으로서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여기에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호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열린우리당의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김혁규 의원을 만나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정치보다 춤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는 평가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강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여야의 지방선거 전략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여당과 달리 한나라당에서는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여론조사 1, 2위를 달리고 있는 맹형규-홍준표 양강 체제에 박진 의원이 숨가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맹형규 의원은 당내 대의원들의 지지도에서 홍준표 의원보다 앞서고 있는 데다 주류의 간접적 지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친박 VS 반박’의 정면대결 구도로 갈 경우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을 선호하는 대의원들의 표를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당내 지지도에서 맹 의원에 밀리고 있는 것을 ‘친박 VS 반박’의 선명한 구도로 커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민심이 당심’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여론조사 1위를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반박으로 분류되던 이재오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두 사람의 당내 지지도에도 변화가 일 조짐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 김문수 의원, 김진표 부총리, 천정배 장관, 심상정 의원, 안상수 시장, 유필우 의원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
하지만 김형오 인재영입위원장은 당내 후보가 마뜩치 않은 모양이다. 그는 최근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기초단체장 후보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외부인사 영입에 적극적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입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밖에 박세일 오세훈 전 의원 등의 이름도 여전히 거론된다. 여기에 권문용 강남구청장이 경선 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조남호 서초구청장도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송파구청장과 16대 의원을 지낸 김성순 전 사무총장과 김경재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노회찬 의원이 출마 의사를 접은 가운데 김혜경 전 대표와 박용진 대변인 등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지사] 한나라 각축 우리당 대항마 고심
경기도는 서울에 비해 정치적인 관심도는 떨어지지만 당내 경쟁은 서울 못지 않게 치열하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각종 가상대결에서 여당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경기도의 재선급 이상 의원 모두가 후보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재 이규택 김문수 김영선 전재희 남경필 의원 등이 도전장을 던진 상태. 지난 1월4일 한나라당 중앙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문수 의원(34.2%)이 1위를 달리고 있고 남경필 의원이 20.8%로 2위, 전재희 의원이 16.3%로 3위에 랭크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문수 의원측은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당내 경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만약 후보가 된다면 김 의원 특유의 부지런함과 돌파력이 있기 때문에 본선도 자신한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군 중 일부에서 ‘경기도 토박이론’을 내세우면서 영남권 출신인 1위 김문수 후보를 견제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미풍 수준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이름이 꾸준하게 첫머리에 거명돼 왔다. 원혜영 정책위원회 의장도 과거 부천시장 경력을 발판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최근에는 남궁석 국회 사무총장도 출마 의사를 내비쳐 점차 구도가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그런데 유력 후보인 김 부총리의 경우 확고한 출마 의사도 표명하지 않은 데다가 사학법 정국이 장기전으로 갈 경우 경기도지사로 말을 갈아탈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최근 <경기일보>가 조사한 후보군 당내 경쟁력 조사 결과 천정배 법무부 장관(27.2%)이 김 부총리(20.5%)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을 염두에 둘 때 천 장관이 여당의 ‘전략 공천’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에서는 김영환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고심중인 가운데 경제부총리를 지낸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의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심상정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정형주 도당위원장이 출마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시장] 안상수 현 시장 재선여부 포인트
이 지역은 안상수 현 시장의 재선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안 시장은 지난 1월11일 재선 도전 의지를 재천명하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도 때문에 당내 경선만 무사히 넘기면 재선이 가능하다는 게 자체 관측.
지난 2002년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던 유력 경쟁자 이윤성 의원이 올해 초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신설된 전국위원회 의장에 선출돼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안 시장측은 한결 짐을 던 표정이다. 현재 현역 의원들 가운데 경선에 출마할 사람은 없다. 원외에서는 17대 총선에서 인천 남을에 출마해 분루를 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 윤상현씨와 이원복 인천시당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질 태세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유필우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태. 인천 토박이로 행시 15회 출신인 유 의원은 인천을 가장 잘 아는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다. 당내에서는 부평구청장과 인천시의회 의원을 지낸 최용규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조한천 전 의원이, 민노당에서는 김성진 인천시당 위원장이 출마를 확정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