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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 의원(왼쪽), 맹형규 의원 | ||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40%대를 넘나드는 당 지지율에 힘입어 ‘공천=당선’이라는 낙관론 속에 당내 인사들 간에 각축전이 벌어지는 양상이었지만 해가 바뀌면서 당 인재영입위원회(영입위)를 중심으로 ‘영입 불가피론’이 공식적으로 제기되면서다.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해선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집안 잔치’로 끝나서는 절대 안된다”(김형오 인재영입위원장)는 문제제기가 당내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데 반해 일찌감치 ‘표밭갈이’에 나선 당내 후보군에선 “당내 후보들을 폄하하고 왜소화하는 ‘못된 짓’”(홍준표 의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양측 간 정면충돌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재영입위조차 그동안 ‘무망(無望)하다’고 자인했던 서울시장 후보 영입론이 전면에 부상하게 된 데는 지난 17일 의원총회가 계기가 됐다. 심재철 의원(재선·경기 안양 동안을)이 “이번 지방선거 승리와 대선을 위해서라면 서울·경기 두 군데 중 하나는 외부에서 제대로 된 사람이 들어와 뛰어야 한다. 그래서 열려 있는 모습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경선을 거치지 않고서도 후보로 내보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유·무형의 압력이 필요하다. 지금 뛰고 계신 분들이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주셔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심 의원의 주장은 그가 갖는 당내 비중 때문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심 의원이 이명박 서울시장(MB) 계열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대표인 데다 원내대표 경선(1월12일)을 앞두고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던 이재오 의원을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원내대표로 ‘U턴’하게 만든 핵심인물이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심 의원의 ‘지원 사격’에 고무된 영입위는 의총 직후인 1월18~19일 이틀간 긴급 전체회의를 연 끝에 ‘외부영입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김형오 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지방선거는 2007년 대선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 일정의 분수령인 만큼 당의 면모와 분위기를 일신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색하고 외연을 확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수도권 중 적어도 한 곳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당 지도부와 유력 대권주자들, 이미 출마를 선언한 당내 인사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인재 영입을 통한 ‘구당’ 노력에 동참하고 상호협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날 회견내용은 그가 불과 나흘 전(15일)만 해도 “서울과 경기는 당내에서 많은 후보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경선이 불가피할 것 같다. 영입위가 이 부분에 있어서는 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할 것 같으며 당원들의 특별한 요구가 있다면 그때 다시 결심을 할 것이다”고 말했던 것과는 백팔십도 달라진 것이다.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들에게 “김 위원장과 심 의원이 외부영입 문제를 놓고 ‘짜고 치는’ 고스톱 한판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다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영입위측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수도권 중 한 곳’이 어디인지를 묻는 물음에 “전체 선거판도에 미치는 영향과 한나라당의 변화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효과를 감안하면 서울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해 영입론의 포커스가 서울시장에 맞춰져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서울과 경기를 동시에 영입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생색을 내기 위해 인천을 끼워넣는다면 변화를 추구하는 영입위 활동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등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다. 성사 여부를 떠나 이왕 일을 벌이자면 ‘코어’(핵심)를 건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영입위가 ‘구당’까지 내세우며 외부인사 영입에 대해 ‘양해’를 요청했지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은 격한 반발로 대응했다. 이들은 각론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도 기본적으로 영입위의 방침이 당내 후보들을 ‘물 먹이는 짓’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홍준표 의원은 영입위측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국회 기자실을 찾아 “그동안 한나라당의 가장 큰 잘못은 열린우리당처럼 당료나 보좌관 등 당을 위해 내부에서 헌신·봉사한 사람들을 우대하기는커녕 외부에서 ‘1회용’ 인사들을 데리고 와 선거 때만 쓰고 버리는 데 있었다”며 “외부인사 영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기존 당내 후보로는 도저히 해당 지역의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영입해야 한다. 무작정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는 것은 기존 후보군들을 폄훼하고 왜소화하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 각 기관과 언론사 등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군이 월등히 앞선 지지율로 여당의 예상 후보군을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영입위도 잘 알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외부 인재를 광역단체장 후보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은 기존 후보군들을 선거에 못 나가게 하려는 ‘정략적 의도’로까지 보인다”며 일종의 ‘음모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맹형규 의원도 “영입대상을 구해놓지도 않고서 당내에서 노력하는 이들의 김을 빼는 것은 사실상 해당행위다. 이런 식의 ‘김빼기’식 인재영입 주장이 계속된다면 지방선거에 누가 나와도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끈하고 나섰고, 박진 의원은 “당헌에 명시된 경선을 배제한다면 한나라당이 키워야 할 ‘맞춤형 줄기세포’를 스스로 오염시키고 훼손시키는 것으로 ‘불임정당’임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영입위를 비난했다.
영입위측은 당내 후보군의 반발에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들을 “정권탈환이란 대의에 복무하기보다는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소인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영입위원은 “당내 후보들이 ‘영입=공천’이란 그릇된 전제에서 영입위를 터무니없이 비난하고 있다. 영입위가 당사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영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당내 인사를 배제한 채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후보로 ‘낙점’하자는 것이 아니라 경선 문호를 활짝 열어 국민들에게 개방된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당헌·당규상 선거인단 규정에 당원 비율이 50%로 되어 있는 마당에 외부인사가 경선에 뛰어든다고 해서 승산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당내 후보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일제히 ‘영입 반대’를 천명하고 나선 것은 경선을 ‘그들만의 리그’로 치르려는 일종의 담합행위다. 그들이 2007년 대선 승리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영입위가 나서기 전에 당사자들이 먼저 외부 인사들에 개방된 자세를 보여 ‘경선 흥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서울시장 후보 영입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편이다. 비주류의 한 재선 의원은 “영입위야 ‘2007년 정권탈환’이란 명분을 내세워 영입을 추진하겠지만 이미 깃발을 든 당내 후보군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그리고 당내에 이회창 전 총재와 같은 ‘제왕적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당사자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총대를 메고 나서 영입작업을 추진하겠느냐. 영입위의 주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기가 어려워지자 던진 ‘면피용’ 카드에 불과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주류측의 한 중진은 “외부 인사에 공천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떠나 적어도 영입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만 가신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영입위측은 ‘흥행용’이라고 하지만 실제 명망 있는 인사가 경선을 각오하고 입당한다면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데다 여권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인물을 실제로 내세울 경우 국면이 금세 바뀔 수 있다. 미리 대항마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표와 MB 등 유력 대권주자들 입장에서도 내심 서울시장 경선이 당내 인사들로 치러져서 ‘뻔한 결과’가 나오는 것보다 드라마틱한 전개과정을 거쳐 외부인사가 경선에서 승리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자신의 대선가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영입위의 한 인사는 “당내 여건만 호전된다면 이미 접촉해온 인사들 중 2~3명은 경선에 참여시킬 자신이 있다. 그동안 영입위에서는 언론에서 하마평이 나도는 CEO(최고경영자) 중 웬만한 분들은 다 만났고 이 중 몇몇은 영입 제안에 나름대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김형오 위원장이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 이어 지난 연말 연초 어윤대 고려대 총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등을 만나 직·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훈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