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씨가 다니는 A 교회 교인이 원주경찰서 앞에서 수사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함 씨의 교회 친구 김 씨가 원주경찰서 홈페이지에 “친구를 찾아달라”며 올린 게시글.
지난 6일 원주경찰서를 찾아간 기자는 경찰서 앞에서 ‘서장님!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피켓을 멘 청년을 발견했다. 그에게 말을 걸자 “무엇 때문에 그러나?”며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하자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교회 집사님이 납치당했는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보름째 여기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기자는 자세한 대화를 시도했으나 “사건의 개요는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며 “관련 단체나 교회에 연락해보라”고만 말했다.
기자는 할 수 없이 경찰서로 들어가 경찰을 만났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함 아무개 씨(여·35)와 남편 최 아무개 씨(40)는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함 씨 모친의 집을 방문했다. 다음날인 20일이 함 씨 모친의 생일이라 이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20일 점심식사를 마친 후 최 씨는 모친에게 “부인(함 씨)이 A 교회를 다니는데 말리고 싶다”며 “이와 관련해 얘기도 할 겸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들 부부는 여행을 떠났다. 단둘이 떠난 것은 아니고 함 씨의 언니, 오빠까지 모두 4명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여기까지가 함 씨가 지인들과 연락이 닿았던 마지막이다.
3일이 지난 23일 함 씨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친구 김 아무개 씨(여·35)가 “함 씨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는 원주경찰서 홈페이지에 함 씨를 찾아달라는 글을 작성한 사람이다. 이에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으나 현재까지 함께 여행을 떠난 4명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A 교회 측은 최 씨가 교회를 그만 다니게 할 목적으로 함 씨를 납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은 함 씨의 가족들은 “본인이 원해서 여행을 갔을 뿐”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실종과 납치의심 두 가지 방향으로 수사 중이다.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경찰은 “수사에 진척은 있으나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기자는 A 교회 원주지부 담당자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A 교회는 본부교회 아래 지역별 12지파를 두고 있으며 신도수가 1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기존 개신교 교단들과의 관계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A 교회 원주지부 담당자에 따르면 함 씨 남편인 최 씨와 신고자 김 씨의 남편 이 아무개 씨(40)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상식적으로 여행을 갔는데 2주 동안 연락이 안 될 이유가 없다”며 “함 씨 가족들은 가족이 사라졌으면 신고를 해야 하는데 제3자인 우리가 신고하고 정작 가족은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점이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A 교회 측은 함 씨를 찾기 위해 함 씨 가족과 만나보려 했으나 가족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A 교회 신도들은 원주경찰서와 강원지방경찰청 등에서 수사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A 교회 원주지부 전경.
A 교회의 한 신도는 납치의 결정적인 증거로 경찰 조사 당시 이 씨의 진술을 들었다. 이 씨가 경찰 조사에서 “지난 한 달 동안 함 씨와 김 씨를 납치하려고 공모했다”고 자백한 것. A 교회 측은 “김 씨가 눈치를 채고 최 씨를 피해 다녀서 화를 면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직접 김 씨를 만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언론을 만나길 꺼려한다”며 거절했다. 경찰 조사 이후 이 씨는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그런 증언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씨를 붙잡아 둘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 강원지부는 신고가 들어왔던 지난해 12월 23일 원주경찰서를 방문해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강피연은 지난 2007년 조직된 연합으로 강제개종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강피연의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개종을 위한 납치가 생각보다 많다”며 “강제개종은 단순한 종교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라고 전했다.
지난 2일에는 다음 아고라에 ‘원주 납치 늑장수사(?), 생명 살리는 수사 촉구되어야’라는 글이 올라왔다. “인간의 기본 권리를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며 수사 촉구를 요청한 이 글은 베스트 글에 올랐다. 또한 강원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도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수십 개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SNS나 블로그 등에서 검찰에서 통신수사 승인이 나지 않아 통신수사를 못한다고 하는데 통신수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은 납치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썼다가 가족의 항의를 받고 기사를 내렸다”며 “납치라고 확실하게 밝혀진 게 아닌데 납치라고 단정 지어서 보도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지적에도 억울함을 표했다. 앞선 경찰 관계자는 “우리는 수사 진행 사항을 A 교회에게 다 이야기하고 있다”며 “위치추적해서 금방 알 수 있다는 건 본인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