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최근 폭설로 제주가 고립되면서 이낙연 전남지사가 때를 놓칠세라 ‘목포-제주 해저터널’ 카드를 또 꺼내들었다.
최근의 기상악화가 해저터널 필요성을 말해준다며 전날 당위성을 강조한 이 지사는 불과 하룻만인 27일 한발짝 나아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이 지사는 27일 발표자료를 내고 “이번 제주공항 마비로 필요성이 재확인된 목포~제주 해저터널을 통한 서울-제주 KTX를 중앙정부와 민간기업이 건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민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려 한다”고 밝혔다.
추진위원회는 민간 전문가, 정부와 지자체 산하 연구기관과 전남도청 관계자 등으로 구성되며 토론회 등을 통해 해저터널의 필요성과 건설 방법 등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국민과 기업과 중앙정부에 확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이 지사는 26일에도 성명을 내고 “이번 폭설과 강풍으로 인한 제주공항 마비사태로 목포~제주 해저터널을 통한 서울-제주 KTX 개통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군불을 지폈다.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과 관련, 국토교통부는 2010년 타당성 조사를 벌인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꾸준히 해저터널 건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반대하고 있다. 제주도는 해저터널보다는 신공항 건설에 무게를 둬왔다.
그럼에도 이 지사가 추진위까지 구성하며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 추진하려는 타당성 논리는 뭘까.
그는 ▲ 제주공항 마비의 대안·제주 방문자 증가 ▲ 국가균형발전 기여 ▲ 한국 건설업의 세계적 위상 제고 ▲ 한국경제 새로운 활로 개척 등을 해저터널 건설의 장점으로 들었다.
먼저 이 지사가 이처럼 목포~제주 해저터널을 통한 서울~제주 KTX 건설을 본격 추진하려는 것은 서울~제주 KTX가 제주공항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제주관광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이제까지 제주도에서는 서울~제주 KTX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방해하고 △관광객이 제주에 머물지 않게 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 여론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이미 확정됐기 때문에 방해받을 일이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또 서울~제주 KTX는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했다.
서울과 제주에 편중되는 중국 관광객을 남부지방에 분산시키는 등 남해안 벨트를 자극해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할 것이라는 게 이 지사의 설명이다.
한국 건설업의 세계적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확신도 했다.
도버해협 해저터널이나 세이칸 터널을 뛰어넘는 세계최장의 해저터널이 될 목포~제주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스타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서울~제주 KTX 건설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지사는 “지금 한국경제는 수십 년 동안 한국을 먹여 살려온 주력산업들이 동시에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새로운 출구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일종의 혼돈기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며 “목포~제주 해저터널은 이런 한국경제에 새로운 출구로 기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 해저터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이미 제2공항 건설이 예정된 마당에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건설 비용이 제2공항의 4~5배인 16조~20조원에 달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목포-제주 해저터널은 총 연장 167㎞(목포-해남 지상 66㎞·해남-보길도 교량 28㎞·해저터널 73㎞)로 착공되면 16년 소요된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