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팀 필리핀 뚜게가라오 8년차 인연 이어가
고신대병원 안과 이상준 팀이 필리핀 현지에서 가진 기념촬영 모습.
[일요신문] 고신대학교복음병원(병원장 임학) 교직원들은 올해 초에도 어김없이 해외 의료나눔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쉽게 의료혜택을 누리는 대한민국과 달리 전 세계에는 여전히 의료로부터 소외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의료혜택을 나눠주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만이 존재한다. 한국으로 환자를 초청하거나, 한국의 의료진이 직접 현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의료나눔을 필요로 곳은 워낙 의료 기반 시설이 낙후된 지역이라 현지에서 고난이도 수술을 진행하는데 많은 무리가 따른다. 이럴 경우에는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한다. 하지만 환자를 초청하는 프로젝트로는 많은 환자를 보기 어렵다. 반대로 의료진이 직접 현지에서 의료나눔활동을 하는 경우 많은 환자를 볼 수 있지만 현지에 장비가 없어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는 힘들다.
고신대복음병원의 2016년 의료나눔사업의 시작지는 필리핀이었다. 9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안과팀은 해외의료나눔 베테랑이다.
팀을 전두지휘한 안과 이상준 교수는 자비량으로 올해로만 8년째 필리핀 뚜게가라오를 꾸준히 방문해 의료나눔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필리핀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내년에도 클리닉을 열 것이냐?”는 필리핀 환자의 질문에 “내년에도 올 것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내년에도 치료 받으러 오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그 대답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의료진과 안과장비와 약품을 들고 매년 뚜게가라오를 찾는다.
고신대복음병원 의료나눔팀이 필리핀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두 눈이 모두 안 보이는 백내장 환자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의료팀의 꾸준한 방문으로 두 눈이 불편한 환자가 크게 줄었다.
의료나눔의 효과는 이처럼 꾸준히 진행될 때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국경을 뛰어넘는 신뢰와 함께 따뜻한 통계 수치를 남긴다.
백내장 수술에는 인공수정체와 점탄물질 때문에 적지 않은 재료비용이 든다.
이처럼 치료에 필요한 물품은 고신대복음병원 교직원들이 매달 십시일반 모은 성금과 장기려기념의료선교센터를 통해 지원 받는다.
이 교수는 “무엇인가를 도와주러 오긴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힐링을 경험하고 가는 것을 의료나눔 방문지에서 매번 배운다”고 말한다.
지난 4일 네팔 지진 피해지역에서 8일 동안 의료구호활동을 펼치고 온 팀도 있다. 윤영일 원목실장을 비롯해 위장관외과, 산부인과, 호흡기내과 교수진을 포함 총 22명의 인원이 의료나눔에 나섰다.
네팔 의료나눔팀은 수도인 카트만두를 거쳐 도시로부터 조금 떨어진 쯘다부미, 신두팔촉 등 오지마을 3곳을 각각 옮겨 다니며 의료나눔 활동을 펼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네팔에서 고신대복음병원 의료나눔팀은 체류기간동안 대략 1130여명의 환자를 봤다. 산골마을은 마을을 잇는 도로가 따로 없다.
사람이며 물자며 이동할 길이 없어 모든 물자를 걸어서 조달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 아픈 사람들은 의료나눔이 아니면 의료혜택의 기회조차 없다.
구정때는 남아공으로 김부경 교수팀이 휴가를 반납하고 자비로 떠나는 의료나눔이 계속되고 있다. 또 한 팀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의사연수와 나눔의료 환자를 면담하기 위해 혹한을 뚫고 간다.
전국의 수많은 대학 가운데 고신 출신의 의료선교사가 가장 많다. 임학 병원장은 “장기려 박사님이 한국 전쟁 당시 고통 받는 부산 시민들을 위해 세운 무료천막진료소가 병원의 모태”라며 “지금도 많은 구성원들이 그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활발한 의료나눔 활동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