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지사 쪽에 관심을 보이던 박주선 전 의원이 돌연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속내는 무엇일까. 여야는 ‘박주선 변수’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상태다. | ||
박주선 전 의원의 갑작스런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쪽은 열린우리당. 승부수인 ‘강금실 카드’를 띄우는 데 성공해 한층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같은 뿌리로 지지층이 겹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민주당으로 기울고 있는 호남 민심을 감안하면 박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나올 경우 그의 지지표가 여권표를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박 전 의원이 지난 3월 30일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자 열린우리당이 ‘강금실 저격수’ 운운하며 공세를 퍼부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박 전 의원의 출마를 전제로 조사한 서울시장 4자(강금실-맹형규·홍준표-박주선-김종철) 가상대결에서 강 전 장관은 1위(40%대)를 기록한 반면 박 전 의원은 4%대의 지지율로 3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될 경우 박 전 의원의 지지율(4%대)은 일정 부분까지 올라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애초 전남지사 쪽에 관심을 보이던 박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대해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의 출마선언이 예상 밖이었던 데다 차기 대권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서울시장 선거 양상 또한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강금실 카드’로 바람몰이를 기대했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박 전 의원의 출사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이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될 정계개편 및 대권지형 변화를 앞두고 이른바 ‘정동영 죽이기’에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특정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나선 게 아니고 당선되기 위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3월 30일 광주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로 상경한 박 전 의원은 공항에서 만난 기자에게 “‘강금실 저격수’라니 오히려 강금실이 ‘박주선 저격수’”라고 일침을 놨다.
박 전 의원은 또 “나는 강 전 장관이 법무장관 재임시절 두 번이나 구속됐지만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며 “강 전 장관이 법무장관으로서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을 잘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일은 개인적·운명적 관계일 뿐 의지와 집념이 강한 나 같은 경력의 소유자가 수도 서울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지지층이 겹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서로 내상을 입고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번 지방선거는 정계개편이 예정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소속 당은 큰 의미가 없고 능력과 자질, 비전 등 인물 위주로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전 의원은 정계개편 가능성과 관련해서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고 한국의 정치 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고건 전 총리의 성향과 정치이념이 민주당과 부합되는 만큼 향후 큰 틀에서의 연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의 주장대로 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정계개편 뇌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그의 출마로 여야의 득표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그의 출사표가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결과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