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만큼 시장 분위기가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차화정 종목의 상승률은 남다르다. 2월 들어 KODEX에너지화학과 KODEX자동차는 5%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1% 남짓 오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세다. 시장 간판 종목인 삼성전자의 2월 상승률도 2%가 채 안 된다. 과연 ‘2016 차화정’이 ‘2010 차화정’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짧게 치고 빠지기는 괜찮지만, 길게 가져가기에는 불확실성이 높다는 정도로 요약된다.
먼저 자동차를 살펴보자. 최근 자동차주의 상승 원인으로는 단연 ‘환율효과’가 꼽힌다. 자동차는 환율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다. 최근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엔화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엔화 강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이탈로 원화 약세까지 겹친 효과다.
문제는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자동차 업종에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는 데 있다. 2010년에는 일본 경쟁업체들은 엔화 강세로, 미국 업체들은 리먼브라더스 사태 후폭풍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때다.
하지만 현재 미국 업체들은 금융위기 이전의 경쟁력을 회복했다. 특히 저유가와 저금리로 픽업과 대형 SUV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경쟁력이 한껏 높아졌다. 반면 중국은 경기부진으로 자동차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딱히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닌 셈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양해정 연구원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자동차의 보유 매력은 낮지만 상대수익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자동차는 매매 가치가 있어 보인다”며 “이익성장을 만들어내는 펀더멘털 지표들이 성숙단계에 있는 만큼 자동차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펀더멘털이 아닌 매크로 변수인 환율이다. 환율의 방향성이 아직 크게 바뀌지 않고 있어 당분간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 비중 확대를 유지해도 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학과 정유업종은 기저효과와 국제유가 바닥론까지 부각되면서 각광받고 있다. 국내 화학 및 정유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두바이유는 2014년 8월부터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져 그해 말 50달러선까지 미끄러졌다. 지난해에도 줄곧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올 들어 2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화학-정유업체들로서는 원가도 낮아지지만 제품 가격도 함께 하락한다. 비쌀 때 산 재고의 가치도 떨어져 평가손실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유가하락은 보통 정유-화학업체들에게는 악재다.
지난해 초까지는 이 같은 평가손실 때문에 화학과 정유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다가 하반기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요가 늘었고, 이는 제품 가격 하락에 제동을 걸어줬다. 원가는 떨어지는데 파는 물건 값은 오히려 오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덕분에 지난해 9월 이후 화학-정유업체들의 주가는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가능성이 유가를 자극하면서 화학-정유주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관건은 과연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되느냐다. ‘2010년 차화정 랠리’ 당시 ‘화정’을 이끈 동력은 유가상승과 수요확대의 쌍끌이 엔진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산유국 대열에 회복한 이란 때문에, 어렵게 마련된 산유국 간 감산 협의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동결에는 합의했지만 이란이 냉소적이 반응을 보이면서 감산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 떨어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수요 역시 불투명하다. 저유가에 따른 수요와 동절기 성수기가 겹쳤지만 곧 동절기가 끝이 난다. 또 경기부진에 빠진 중국이 국내의 석유화학 잉여물량을 해외에 수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요는 약해지고, 공급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
하이투자증권 이동욱 연구원은 “2월 들어 정제마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휘발유 재고도 증가하고 있어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석유제품 수출 확대 등도 정유주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다”며 “다만 유럽 및 아시아 정제설비 정기보수 증가로 정제마진이 3월 이후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