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제1회 조순, 제2회 고건, 제3회 이명박 | ||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맞붙는다면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현재 최강세를 나타내는 오 후보일까, 아니면 다시 강풍을 일으키려는 강 후보일까. 혹시 지난 세 차례의 서울시장 선거를 잘 분석하면 이번 선거의 향배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제1회 지방선거는 1995년 6월 27일 실시됐다. 당시 여당이던 민자당에서는 정원식 후보를, 야당인 민주당은 조순 후보를 내세웠다. 선거는 김영삼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의미가 강했지만 초반 민심은 야당이 아닌 무소속 박찬종 후보에게 쏠려 있었다.
<국민일보>가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27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29.2%)가 선두를 달렸고, 조 후보(17.8%)와 정 후보(10.8%)가 뒤를 이었다. 세 후보의 격차도 뚜렷했다.
변수는 무응답층이었다. ‘잘 모르겠다’거나 ‘지지자가 없다’는 응답이 42.2%에 달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자당(20.6%)과 민주당(18.2%)이 비슷했고 무(無)정당층은 56.1%에 이르렀다. 무소속 돌풍은 그만큼 강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전개되면서 조 후보가 박 후보의 표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 급기야 선거를 1주일을 앞두고 조 후보 측에서 박 후보의 ‘유신찬양 발언’ 사실을 공개하자 판세는 급속히 조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조 후보(41.7%)는 박 후보(33.0%)를 8.7%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초대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무소속에 쏠려 있던 ‘반 민자당 정서’를 야당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한 결과였다.
제2회 지방선거는 1998년 6월 4일 실시됐다. 일반적으로 지방선거는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지만 당시는 사정이 달랐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직후였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5월 7일 서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당시 유권자의 정서를 보여준다. 응답자들은 지방선거를 ‘김대중 정부에 대한 평가’(28.4%)라기보다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66.7%)로 규정했다.
정당별 지지도 역시 여당인 국민회의(39.8%)가 야당인 한나라당(9.9%)을 압도했다. 국민회의가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운 고건 후보의 지지율은 47.9%로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18.7%)를 크게 앞섰다.
선거는 싱겁게 끝났다. 고 후보는 초반 우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52.9%를 얻어 최 후보(43.5%)를 9.4%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과 수평적 권력 교체를 이룩한 국민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성공적으로 흡수한 결과였다.
▲ 서울시청 전경. 청사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 ||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5월 20일 서울 유권자 10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34.8%)와 이 후보(33.7%)의 전체적인 지지율은 비슷했다. 그러나 세대별 지지성향은 확연하게 달랐다. 38세의 김민석 후보는 20대에서 16.4%포인트, 30대에서 19.7%포인트 앞섰다. 반면 61세의 이 후보는 40대에서 9.3%포인트, 50세 이상에서는 23.2%포인트 높았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28.1%)이 민주당(23.6%)보다 우세를 보였다.
양 후보의 표면적인 지지율은 선거 직전까지 비슷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 이 후보(51.8%)가 김 후보(42.6%)를 9.2%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정당지지율과 지지층의 투표율이 승패를 가른 것으로 분석됐다.
오는 5월 31일 실시되는 4회 서울시장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맞붙게 됐다. 현재 판세는 오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4월 25일 서울 유권자 84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 후보(49%)는 강 후보(27%)를 22%포인트 앞섰다. 이튿날 CBS·리얼미터가 5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후보(54.5%)와 강 후보(28.5%)의 격차는 26%포인트에 달했다.
정당지지도 역시 한나라당이 여당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4월 25일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34.4%)은 열린우리당(19.7%)에 비해 14.7%포인트 높았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층이 30.3%에 이르지만 이들도 여당보다는 야당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심판’(37.5%)보다는 ‘부패한 지방권력 교체’(53.0%)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3월까지도 ‘노무현 정부 중간평가’라는 여론이 많았지만 최근 공천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심판 대상이 지방권력으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선거가 여야 입장이 바뀌었을 뿐 고건 후보가 당선됐던 제2회 서울시장 선거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 후보의 초반 우세가 높은 정당 지지도를 동력으로 선거일까지 유지된다는 시나리오다. 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 지지도는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열린우리당에 앞서고 있다”며 “오 후보는 한나라당 지지층을 거의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지지율이 역전되지 않는다면 당선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를 제1회 지방선거와 유사한 경우라고 주장하면서 강 후보를 막판 역전극을 펼쳤던 조순 후보에 비유했다. 또 ‘정수기’ 이미지를 강조하는 오 후보는 당시 ‘무균질’ 이미지를 내세웠던 박찬종 후보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광재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본격적인 선거전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의 인물과 능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인물 경쟁력은 강 후보가 오 후보에 비해 2.5배 정도 앞선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번 시장선거는 초반 리드가 종반까지 이어진 2회 선거에 가까울까, 아니면 막판 대역전극이 벌어진 1회 선거와 흡사할까.
역대 서울시장 선거 결과 | |||
선거 | 후보 | 1개월전 여론조사 | 선거결과 |
제1회 (1995.6.27) | 민자당 | 20.6% | 20.3% |
정원식 | 10.8% | ||
민주당 | 18.2% | 41.7% | |
조순 | 17.8% | ||
지지정당없음 | 56.1% | 33.0% | |
박찬종 | 29.2% | ||
제2회 (1998.6.4) | 한나라당 | 9.8% | 43.5% |
최병렬 | 18.7% | ||
국민회의 | 39.8% | 52.9% | |
고건 | 47.9% | ||
제3회 (2002.6.13) | 한나라당 | 28.1% | 51.8% |
이명박 | 33.7% | ||
민주당 | 23.6% | 42.6% | |
김민석 | 34.8% | ||
이정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