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완구, 오영교, 이명수 후보. | ||
한나라당은 수도권과 영남권 ‘싹쓸이’를 포함해 모두 열 군데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전북과 광주·전남에서만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대전, 충남, 제주 세 곳은 선거 당일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혈투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세 지역은 한나라당 후보가 모두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어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표심을 움직이는 막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전] 대전광역시는 당초 전북과 함께 열린우리당의 우세 지역으로 분류돼온 지역이다. 선거 중반전까지 염홍철 열린우리당 후보는 45%대의 높은 지지율로 박성효 한나라당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하지만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바닥 민심의 변화 조짐과 맞물려 박 후보가 빠른 속도로 염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17일 <헤럴드경제>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는 33.4%의 지지율로 염 후보(38.3%)를 오차 범위 내까지 추격했고 같은 날 <내일신문>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7.5%에 불과했다. 정당지지도(<내일신문> 조사)는 오히려 한나라당(38.2%)이 열린우리당(22.4%)을 15%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하루 뒤인 18일 발표된
이처럼 조사기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은 이 지역 민심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선거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 지역은 기타 지역에 비해 유독 부동층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전이 ‘열린우리당 우세 지역’에서 ‘박빙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는 만큼 여야는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친다는 각오다.
현역 프리미엄과 높은 인지도가 장점인 염 후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토로 영세자영업자 종합지원센터 건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예상치 못한 지지율 변화로 비상이 걸린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정동영 의장을 중심으로 반드시 ‘수성’을 한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당 지지도와 더불어 박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자 한나라당은 막판 대역전을 기대하며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공식선거전 첫날인 18일 박근혜 대표가 5·18기념식 참석차 광주에 들른 뒤 다음 유세지역으로 대전을 택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전과 충·남북을 모두 석권해 이참에 충청권의 새로운 맹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태다. 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박 후보는 인물론과 정책대결로 대역전을 시도한다는 각오다.
선거전문가들은 40%대에 달하는 부동층의 향배가 막판 선거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이러한 부동층 표심을 얻기 위해 여야는 선거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혈투를 벌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충남] 충남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국민중심당 3당이 자존심 건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는 곳으로 선거 초반부터 최대 관심지역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중반까지는 이완구 한나라당 후보가 오영교 열린우리당 후보와 이명수 국민중심당 후보를 10~20%포인트 정도 따돌리는 구도였으나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세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일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는 33.4%의 지지율로 오 후보(21.1%)와 이 후보(10.1%)를 여유있게 따돌렸고 18일 KBS와 SBS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세 후보의 지지율(이완구 35.2%, 오영교 19.9%, 이명수 12.6%) 격차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미묘한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최대 현안인 행정복합도시 건설 문제와 관련해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변수의 중심에는 이른바 ‘오세훈 발언’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10일 행정복합도시 건설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으면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라는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이 잠잠했던 이 지역 민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
이완구 후보 측은 “행정도시 문제는 이미 약발이 다했다. 여당이 이를 악용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오세훈 발언’ 진화에 나섰지만 호기를 잡은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은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고 있다.
오영교 후보 측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나라당은 행복도시 반대 당이다. 오영교는 행복도시를 사실상 수도로 만들겠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띄우면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명수 후보 측도 “오세훈 후보 발언이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국민중심당만이 충청 민심과 권익을 보장할 유일한 정당임을 유권자들이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열린우리당은 정 의장을 비롯해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 전 의장, 염동연 사무총장, 오 후보의 후원회장인 이해찬 전 총리 등 중진급들이 대거 출동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지역 정가 주변에서는 판세가 여의치 않을 경우 여권이 선거 막판에 이완구 후보의 개인비리 파일을 폭로할 것이란 풍문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종반전으로 치달을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충남지사 선거 역시 부동층의 향배와 투표율이 당락을 결정할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주] 제주지사 선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최대 흥행카드가 되고 있다. 이 지역 유권자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과 국민적 관심이 제주지사 선거전에 쏠리고 있을 정도다.
열린우리당 입당이 무산된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태환 현 지사와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 진철훈 열린우리당 후보 간의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6일 MBC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30.8%로, 현 후보(26.2%)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고 진 후보는 21.3%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제주CBS와 <제민일보>, KCTV 제주방송, 제주의 소리 등 4개 언론사의 공동 조사에서도 김 후보는 28.6%의 지지율로 1위를 고수했지만 현(26.2%)·진 후보(19.7%)와의 격차는 더 줄었다.
18일 발표된 KBS와 SBS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 34.1%, 현 후보 28.2 %, 진 후보 19.3%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14일 ‘더 피플’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현 후보가 35.1%의 지지율로 28.7%에 그친 김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 후보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안팎에서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이 곳 선거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여당행 티켓 확보에 실패한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인 김 후보 측은 지지율 선두 고수를 주장하며 현역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특별자치도법에 따른 ‘도정 마무리론’을 강조하며 정책과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철새’ 논란과 무소속이라는 조직적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후보 측은 “지지율 역전은 이제 시간 문제”라며 고무된 분위기다. 현 후보는 ‘CEO 지사론’과 ‘잘 사는 제주 건설’을 기치로 표심을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박근혜 대표와 제주 출신인 원희룡 최고위원의 지원 유세가 본격화되면 지지율 역전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인 출신인 현 후보는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진 후보 측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두 후보에 비해 공천이 늦어져 지지율이 다소 쳐져 있었지만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체 조사 결과 진 후보의 지지율이 16%대(5월 7일)에서 열흘 만에 21.7%(17일)로 상승했다는 것.
진 후보 측은 김 후보와 현 후보의 약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개혁적인 이미지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진 후보 또한 공천 과정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어 그 휴유증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