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 ||
이 시장은 지난 4년 동안 혜화동 공관에서 지내왔는데 퇴임 뒤 서울 강남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신 강북에 거처를 마련키로 하고 그간 새집을 구해왔다. 이는 강북 개발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계속 살려나가기 위한 것으로 알려진다. 본격적인 대권 경쟁을 앞둔 이명박 시장. 과연 그의 ‘새집’이 2007년 대선 승리의 전초기지가 될 것인가. 이 시장의 가회동 ‘뉴타운’을 찾아가 보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가회동 북촌마을에 있는 한옥촌에 새집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그 집’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된 택시기사들도 북촌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를 정도로 ‘그 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이 시장의 새집에 대한 단초를 들을 수 있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공사 중인 집이 있다는 것이었다. 길을 따라 가면서 주민들에게 “이 시장이 이곳으로 이사 온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관심도 없다”며 말머리를 잘랐다.
마을의 골목길을 따라 죽 올라갔다. 거의 정상 부근에 가서야 공사가 한창인 집 하나를 발견했다. 집은 모두 세 채로 구성돼 있었다. 본채는 넓은 방 3개와 다용도실 1개로 이뤄져 있었고 본채 뒤편에 사랑채 2개가 더 지어지고 있었다. 사랑채는 모두 방 2개짜리 건물이었다. 이 두 곳은 보좌진들의 숙소용으로 보였다.
공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이 시장 자택용으로 건축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골격만 남겨두고 전부 새로 공사 중이다. 6월 17일을 전후해 입주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그때에 공기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31-XXX와 31-XX 번지의 두 집을 합쳐서 하나의 집으로 짓고 있다. 건평 70평에 대지는 130평 정도 된다. 방은 모두 8개다. 이곳은 4개월 전부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원래 이 시장 입주용으로 짓던 것은 아니었다. 약 한 달 전에 이 시장이 이 집을 구한 것으로 안다. 이 집의 인기가 좋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들어오려고 했다고 들었다. 이 시장은 전세로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 측의 한 관계자는 가회동 한옥에 대해 “아직 이사 날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6월 17일경으로 잠정 결정했는데 유동적이다. 계약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 이명박 시장이 퇴임 후 거주할 가회동 북촌의 한옥. 본채 하나와 사랑채 둘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골격만 남겨두고 전부 새로 공사 중이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 관계자는 “이 시장은 지난 4년 동안 혜화동 공관에서 살았다. 논현동 자택은 현재 둘째딸 부부가 살고 있어서 강북으로 이사 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원래 강북 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종로가 옛 지역구인 데다 예전 직장생활을 했던 계동 현대그룹 본사가 가깝다는 점도 감안했던 것 같다”고 밝히면서 “이 시장은 평소 강북을 개발해야 우리나라 전체가 발전된다고 믿고 있었다.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본 콘셉트 때문에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회동 북촌마을은 옛날부터 고관대작들이 주로 살던 곳이자 서울의 대표적인 ‘길지’로도 통했다. 이 시장은 강북 개발이라는 대의를 위해 강북 북촌마을로 이사왔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권을 앞둔 이 시장이 풍수지리에 근거해 길지로 새집을 장만하려는 것”이라며 입방아를 찧고 있다.
이 시장 측은 “새집을 구할 때 풍수지리도 참고했느냐”는 질문에 굳이 부인은 하지 않았다. 앞서의 관계자는 “이 시장은 기독교 신앙인이라 기본적으로 미신을 잘 믿지 않는다. 다만 측근들이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니고 과학적이고 인문지리이기 때문에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론’이라고 설명하면 이 시장은 미신이라고 일축하지 않고 ‘그러냐’며 고개를 끄덕이는 편이다. 아마 새집을 알아본 사람들이 그것(풍수지리)을 고려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 시장도 새집을 방문해보고 직접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아직 공사 현장을 직접 가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다거나 그런 문제는 없더냐”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방 8개짜리 호화 한옥으로 이사를 간다’는 구설수에도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이명박 시장은 최근 “시장임기가 끝나면 종로구 가회동 북촌마을 안에 있는 방 다섯 칸짜리 한옥에서 전세로 살 예정”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취재 결과 방은 모두 8개였다. 이 시장이 잘못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방이 너무 많아 줄여서 말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시장이 이사할 집의 주인은 이 아무개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관계자는 “서울 인사동에서 사업을 하는 여성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집주인 이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이 시장과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다. 그쪽에서 어떤 식으로 계약할지 아직 말해주지 않아 계약형태도 월세가 될지 전세가 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이사를 올지도 확실하지 않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씨는 이어 “한옥을 좋아해서 6년 전에 개인적으로 그 집을 구입했다. 나중에 한옥으로 뭔가를 해야 될 듯싶어서 사두었다. 이번에 공사를 하는 것은 이 시장 때문은 아니고 쓸 일이 있어서 공사 중이었는데 그 중간에 이 시장이 이 집 저 집 보다가 우리집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짧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 4년 재임을 마치고 대권 경쟁의 출발선에 새롭게 섰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심정으로 가회동에 ‘새집’을 구했을 것이다. 과연 조선시대 권력의 산실이었던 가회동 한옥마을이 2007년 대한민국의 또 다른 권력을 만드는 구심점 역할을 할지 관심을 모은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