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형규 전 의원(왼쪽), 조순형 전 의원 | ||
지역별 특색도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천 파문을 거치며 의원직 사퇴 6개월 만에 재공천을 받은 한나라당 맹형규 전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 민주당 조순형 전 의원은 관심의 초점이다. 7·26 재보선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송파 갑 - 맹형규 재기하나
송파 갑은 한나라당 맹형규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지역이다. 즉 맹 전 의원이 재보선의 원인제공자다. 이런 지역에 한나라당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맹 전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당연히 여당의 좋은 공격 거리다.
한나라당은 당초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정인봉 전 의원을 공천했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기자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제공한 사실과 4억 원대의 세금 체납 사실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끊이질 않자 한나라당은 후보등록일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정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했다. 그리고 “‘대타’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맹 전 의원을 전격적으로 공천했다. 한나라당은 “후보 등록일이 임박했고 새 인물을 찾아 검증하기엔 시간이 짧아 맹 전 의원을 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맹 전 의원은 당내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선 후 “백의종군하겠다” “마음을 비웠다”며 지난달 18일 “송파갑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해 박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아들임으로써 당내 일부에서는 “맹 전 의원의 복귀에 ‘박심’이 작용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몇몇 인사들이 공천심사위원들에게 맹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하자 맹 후보 쪽에서도 “우리 때문에 선거를 다시 치르는 만큼 공천 신청도 하지 않았다. 전략공천 얘기가 나올 때 여러 차례 거절했었다. 그러나 뜻밖의 사태가 생겨 시간이 없다는 당의 요청을 끝까지 모른 척하기가 어려웠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뿐만 아니라 맹 후보는 “일단 당선되면 선관위에 선거비용 사후보전을 신청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맹 후보 측의 선거 전략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치르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송파 주민들 중에는 맹 후보가 다시 출마한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실정이다.
열린정책연구원 정책기획실장 출신의 열린우리당 정기영 후보는 맹 후보의 이런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정 후보 측은 “(맹 후보의 출마는) 한 마디로 송파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도 “맹 전 의원의 서울시장 경선 출마로 막대한 국민세금을 낭비하며 다시 치르는 선거에 맹 전 의원을 다시 공천하는 한나라당의 구태가 황당할 뿐”이라면서 “이쯤되면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을 불변의 수식으로 여기는 한나라당의 거만함도 엽기적이다”라고 거들었다.
이 지역은 맹 후보가 지난 15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지낸 곳으로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이지만 열린우리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성북 을 - 조순형 ‘반노’에 업힐까
성북 을 지역은 전통적으로 호남 유권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보통 수도권 지역구에서 특정 지역 출신이 30%를 넘어서면 특정지역 강세로 표현하는데 이 지역은 호남출신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7%인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호남 강세지역이다.
▲ (왼쪽부터) 김만수, 차명진, 이주영, 김성진 | ||
첫째 참여정부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심판, 둘째 대한민국의 심장부 서울에서 민주당의 재도약을 위한 거점마련, 셋째 자신의 25년 정치인생의 총체적 평가가 그것이라는 것. 사정이 급한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와 장상 공동대표 등 원내외 소속 인사들이 대거 조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현역의원 11명과 지도부는 이 지역의 14동을 하나 씩 맡아 사실상 ‘동책’으로 현장에서 선거를 돕고 있다. 조 후보도 “반드시 승리해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하겠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조 후보는 이 지역의 돈암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11대 국회의원으로 정계 입문했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강직한 이미지에 ‘반노 이미지’까지 더해 조 후보는 선거 초반 단숨에 지지율 2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조 후보에 맞서는 한나라당 최수영 후보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치러지는 선거여서 이번 선거를 지방선거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최 후보 측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온기가 아직까지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 후보가 조 후보를 배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 후보는 조 후보의 ‘반노 이미지’가 한나라당의 지지기반과 겹쳐 조금 부담스러운 눈치다. 최 후보 측은 “조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과 맞선 경력이 있긴 하지만 참여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에게는 악재가 하나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보좌역이 공천을 대가로 이른바 ‘공천 헌금’을 받고 검찰 조사를 받았기 때문. 그러나 최 후보 측은 “돈을 받은 최 아무개 씨는 최 후보의 보좌진이 아니라 수행비서였다. 또 최 후보가 원외 인사인데 공천에 개입할 만한 위치도 아니었다. 일부에서 최 후보와 성이 같다고 동생이라고까지 모함하는데 이는 사실무근”이라며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면 당이 최 후보를 공천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출신 조재희 후보를 내세우고 민생경제 전문가라는 인물론을 내세워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조 후보는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책화시킨 인물로 사회양극화 문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 지역은 민주당 조 후보의 대역전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부천 소사에서는 ‘입’들의 맞대결이 흥미롭다. 한나라당 차명진 후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공보관 출신이고 이에 맞서는 열린우리당 김만수 후보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이 지역은 김문수 경기지사가 내리 3선을 차지한 지역으로 선거 시작부터 한나라당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김 후보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김 지사는 경기지사에 출마하면서 일찌감치 자신의 지역구 계승자로 차 후보를 점찍었다. 차 후보는 김 지사와 함께 22년 전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하며 연을 맺어왔다. 김 지사가 정계 입문했을 때 그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차 후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공보관을 지내다 김 지사가 지난해 11월 출사표를 던지자 사표를 내고 캠프에 합류할 정도로 김 지사의 측근으로 통한다. 이 지역은 호남 출신 유권자가 30%에 이를 정도여서 한때 옛 민주당의 텃밭으로 통했으나 김 지사가 15대 국회부터 출마해 탄탄한 지역구 관리로 내리 3선을 차지했다. 지금은 ‘김문수 텃밭’으로 불린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의 거센 역풍 속에서도 김 지사는 여유 있게 승리했다. 지금은 차 후보가 김 지사의 옛 지역구 조직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열린우리당의 김만수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노무현 대통령이 출마한 지난 92년 14대 총선 때부터 연을 맺어 주로 공보 업무를 맡아왔다. 김 후보는 17대 총선에서도 부천 소사에 출마한 전력이 있어 지역에서는 지명도가 높다. 그는 지명도와 인물론을 내세워 맞설 태세다. 김 후보 측은 “우리가 인물론에서 앞서고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한나라당 싹쓸이에 대한 견제론이 서서히 제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마산 갑 - 한나라당 안방에서의 싸움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실시되는 마산갑 지역은 한나라당의 안방이나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에서는 경남정무부지사를 지낸 이주영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판사 출신으로 지난 16대 창원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었다. 이번에는 지역구를 옮겨 재도전한다. 입법 사법 행정 3부를 두루 거쳤고 중앙, 지방을 동시에 경험한 것이 큰 무기다. 이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뒤 지역구를 창원에서 마산으로 옮긴 것이 선거기간 내내 극복해야할 과제다.
반면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열린우리당 김성진 후보는 강력한 조직력이 최대 무기다. 고향인 마산에서 초·중·고·대학까지 졸업한 토박이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강한 지역조직이 큰 힘이 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정당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무금품, 무비방, 무탈법의 모범적인 선거운동으로 부정선거로 얼룩진 마산시민들의 명예를 되찾겠다”며 “고향 마산을 위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구원투수의 역할을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