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새누리당 대권·당권 주자들 간 힘겨루기가 거세질 전망이다. 최경환 의원과 김무성 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저는 이제 이번이 마지막 국회의원이다. 마지막 국회의원을 하면서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한다”던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던 김용원 변호사, 최홍 전 ING자산 운용대표를 연단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지지자들이 ‘대통령 김무성’을 외치기도 했다.
김 대표 대권가도를 두고선 여의도 정가에서 2개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 후계자로 인정받는 루트로 갈 것이란 것, 다른 하나는 총선 이후 20대 국회가 들어서는 대로 절대 권력과 각을 세우며 몸집을 키운다는 플랜이다. 김 대표를 돕는 그룹에서도 이런 취지로 조언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친박계와 딜이 있었든 아니든 20대 국회에도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 양 계파 구도가 된다. 김 대표도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세력을 대거 살려 놨다. 친박계는 어떻게든 당권을 장악해 친박 잠룡을 내놓으려 할 것이고, 김 대표는 친박계에 고개를 숙이느냐 아니면 비박 지도부 구성을 도와 후일을 도모하느냐 고민할 것이다. 그의 입에서 ‘개헌’ 이야기가 나온다면 독자노선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종로에서 뛰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선거 초반 인접 지역구 지원유세에 집중했다가 정세균 더민주 후보가 추격을 가해오자 본인 선거에 집중했다. 박진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리한 기쁨에 취한 탓인지 모르지만 캠프에서는 종로 선거가 더 급하다고 채근했다고 한다. 오 전 시장은 강북벨트를 두루 돌며 옛 서울시장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고 그 덕에 여권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선두를 탈환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원유세도 하고 본인 인지도도 올리는 1타 2피 전략이란 얘기가 나왔다. 오 전 시장 측근그룹에 있는 한 관계자는 “오 시장만큼 타이밍 정치를 하는 분이 드물다. 여권에서 50대 젊은 기수론이 나올 타이밍이고 오 시장도 그렇게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정치자금을 깨끗하게 정리한 ‘오세훈법’도 향후 시행될 김영란법과 묶어 십분 활용하는 등 내부적으로 여러 전략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이 되면 5선이 되는 충북지사 출신 정우택 의원도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으로 뛸 것을 내비쳤다. 해양수산부 장관에다 지사로서의 행정능력, 4선의 입법부 활동 등을 거론하며 “여러 가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정 의원은 사석에서 “충청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는 전언이다. 충청 출신 대통령으로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거론되지만 정 의원은 “새누리당이 꽃가마를 태워서 모시는 건 맞지 않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대권만큼이나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권 주자들 행보다. 내년 8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 관리해야 하는 차기 당 대표는 이른바 ‘킹메이커’로 절체절명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묘하다. 친박계에서 맏형격인 최경환 의원을 전폭적으로 밀 것으로 예견됐지만 일각에서는 원유철 원내대표, 이주영 유기준 의원 등의 이름도 거명하기 시작했다. 왜일까.
친박계 내부에서 “최경환밖에 없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까닭에서다. 친박계 소식에 빠른 한 관계자는 “최 총리(부총리였지만 친박계는 모두 총리라 부른다)가 사람 말을 들어줄 줄도 알고 포용력도 있지만 요직이란 요직은 두루 다 섭렵하고 있다는 일종의 시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박 일각에서 최 의원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감돌고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던 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 경제부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그런 그가 20대 국회에서 첫 당대표까지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의 또 다른 말은 이랬다. “TK 공천이 실패한 것으로 결론나면 최 총리도 일종의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판에서 유승민을 몰아내지도 못했고 텃밭에서의 역풍도 위기였다. 그걸 모른 체하며 당대표직을 줄 수는 없다.”
최 의원은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았지만 서울과 부산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품앗이 유세라지만 당권 도전을 위한 당심 잡기란 해석도 가능하다. 선거기간 내내 유승민 등 무소속 후보의 입당은 절대 없다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일이 진박(眞朴)임을 감별했던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어야만 친박계 실세로서의 권위가 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최 의원에게 원 원내대표가 눈엣가시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한다. 최 의원보다 한 수 앞서 5선이 되는 원 원내대표는 경기지역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경남과 울산 깜짝 지원유세에도 나섰다. 가뜩이나 당 일각에서 ‘원유철 대표-이인제 국회의장’설이 나오는 마당이다. 친박으로선 ‘굴러온 돌’이나 마찬가지였던 원 원내대표는 공천난맥상이었던 ‘옥새파동’ 속에서 그나마 가장 활발하게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고 청와대의 눈에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게다가 친박계 내부에선 홍문종 의원과 유기준 의원의 당 대표 및 원내대표 도전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 교통정리가 되지 않을 경우 원 원내대표의 당권 꿰차기가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은 전당대회가 1인 2표로 행해진다는 데 있다. 최 의원이 TK에서 아무리 많은 표를 가져온다더라도 수도권 출신인 원 원내대표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친박계로선 5선이 되는 이주영 의원을 일찌감치 원내대표로 내려 앉혀야 한다는 데 있다. 만약 이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땐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에게서 표를 받을 확률이 높다. 이 의원이 3번이나 원내대표에 낙선한 동정여론도 있지만, 친박계의 색깔이 옅고 이미지도 나쁘지 않다는 이유도 적잖다. 자칫 당이 지나치게 친박 친정체제로 가서는 정권재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당심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국정을 온힘을 다해 뒷받침할 수 있는 다선이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야당을 설득해 이끌어갈 수 있는 소통 가능한 합리주의자여야 한다”며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되지 않는 한 어떻게든 여당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그 이름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이 의원을 염두에 둔 뉘앙스였다.
하지만 원내대표 후보군도 적지 않다. 4선이 될 가능성이 큰 정진석 전 후보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고, 서울에서는 나경원 의원이 첫 여성 원내대표를 꿈꾸고 있다. 나 의원은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정치부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도전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고 한다.
여권에서는 또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과 친박-비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차기 국회의장 도전설이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 국정을 뒷받침하려면 친박계 좌장인 서 최고위원이 맞지만 그에 대한 비토여론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정설이기도 하다. 이 최고위원을 국회의장에 앉힘으로써 차기 대권에서 충청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꽤 그럴 듯하다. 이렇듯 20대 총선에 관계없이 자기 정치를 도모하는 이들이 꽤 있다. 총선 이후 여권의 권력지형이 어떻게 짜일지 흥미진진하다.
이정필 언론인
박근혜만 보이고 시민들은 안 보이나 진박 ‘사죄 퍼포먼스’ 뒷말 무성한 까닭 ‘박근혜와 12제자의 최후의 만찬.’ 4월 6일 대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과 친박계 핵심 최경환 대구경북 선대위원장의 사죄 퍼포먼스를 두고 지역 일간지가 내건 사진 제목이다. 김문수 조원진 곽상도 정종섭 추경호 등 이른바 ‘진박 어벤져스’가 모두 모였고, 대구 두류동 두류공원에서 땅바닥에 엎드렸다. 이들은 낭독문을 읽었고 민심을 외면한 공천으로 당 화합을 해친 일을 반성한다고 사죄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읍소였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대구 12개 지역구 중 6곳에서 열세 내지는 접전이라 분류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진박 후보들이 무소속과 접전이거나 아예 야당 후보들에 뒤지는 결과가 나온 탓이다. 그런데 대구가 예전과 같지 않았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졌다. 대구의 오피니언리더 그룹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선거철에서만 저자세지 당선되고 나면 고자세로 바뀐다고 꼬집으며 ‘양치기 소년들’이란 표현을 썼다. 한 단체장은 “○○○과 △△△은 정말 심하다. 저런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역겨울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관계자들 중 일부도 “선거 막판에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을 담아서 보고를 드렸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대구에선 ‘무조건 박근혜’ 정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구시당에서 고위 직책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어떻게 사죄를 하면서 대구시민, 국민이라는 표현보다 ‘박근혜‘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쓸 수 있나. 시민들이 ‘박근혜만 보이고 우리는 안 보이냐’는 말을 할 법도 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엎드려 사죄’ 다음부터다. 당의 화합을 깬 점을 사과했던 최 위원장은 밀양으로 내려가 “내가 있는 한 무소속 후보들의 복당은 절대 없다”고 했다. 잘못된 공천이라 하면서도 그 공천으로 탈당한 의원들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이율배반이었다. 한 시민은 “뉴스를 보니 낭독문을 읽기 직전까지 후보들이 웃기도 하고 머리도 손질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죄 퍼포먼스에 참여하지 않았던 양명모 후보는 “그런 읍소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며 삭발식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진박 위주로 짜여진 대구 선대위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한마디로 ‘봉숭아학당’ 같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선 “느슨해졌던 적극 투표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언하기도 했다. [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