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선거 당시 강금실 캠프 관계자들이 ‘5·31 백서’를 준비중이라는 소문이다. | ||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었다. <일요신문>이 강금실 캠프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 ‘5·31 백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선거 과정과 그 결과를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내용이라는 것. 특히 열린우리당을 향한 통렬한 비판과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침없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 경우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 소재 등 예민한 부분을 피해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장관은 8월 초순쯤 입국할 예정이고 ‘5·31 백서’는 8월 중순께 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이 주도하는 개혁 성향의 연구소가 9월에 발족된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김 의원은 강금실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았고, ‘5·31 백서’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연구소에는 벌써부터 강금실 캠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진짜 ‘태풍’은 8월에 시작해 가을에 전국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그 중심에 강 전 장관이 서 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S 오피스텔 2층. 한때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입주로 환호와 박수와 탄식이 교차했던 곳이다. 5·31 선거 패배 후 캠프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었다. 한 모퉁이 작은 방 하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는 캠프 관계자 몇몇이 ‘뒷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계안 의원은 이 방에 대해 강 전 장관의 개인 사무실 성격이라고 밝혔다.
현재 강 전 장관은 미국 LA의 친인척 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식도 갖고 향후 진로에 대한 구상도 할 예정이라는 것. 약 한 달 예정으로 지난 7월 초에 건너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인도 없는 방에서 관계자들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걸까. 확인 결과 이들은 ‘5·31 백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금실 캠프에 참여했던 한 내부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는 서울시장 선거전 결과를 분석하고 그 과정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담는 선거 백서 형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정치권에 심상찮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얘기가 무성하다. 열린우리당을 향한 현장의 날카로운 비판과 독설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영춘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5·31 백서를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맞다. 지금 실무자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어떤 내용인가.
▲우리가 선거 과정에서 느꼈던 점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도 필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일부 긍정적으로 남을 만한 부분은 알리기 위해서다.
―강 전 장관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물밑 작업의 의미는 아닌가.
▲아니다. 내가 필요성을 제기해서 차후 보고한 것을 강 전 장관이 받아들인 것이다. 선거를 치르면서 패배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뭔가 발전적 방향으로 모색할 만한 필요성 때문에 하기로 한 것이다.
▲ 선대본부가 있었던 종로구의 건물. | ||
▲그것이 주된 목적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데 그런 비판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현재 5·31 백서는 실무 관계자 몇 사람만이 조용하게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문 끝에 실무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 아무개 자문위원과 전화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역시 강금실 캠프에서 정책 개발을 담당했던 핵심 참모였다.
―이 위원이 현재 강금실 캠프에서 준비 중인 ‘5·31 백서’의 실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편집을 맡고 있다.
―어떤 성격의 책인가.
▲일종의 활동보고서 형식이라고 하면 되겠다. 아직 정확한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다.
―필진은 누가 되는가.
▲정해진 필진은 없다.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모든 관계자의 글을 다 받고 있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장을 넓히고 있다. 심지어는 지역의 한 선거운동원의 글도 포함되어 있다.
―자연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소재 등 쓴소리가 쏟아질 듯한데.
▲아마도 선거에서 패배한 팀이 이런 기록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만큼 대단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자칫 후보 중심으로 하게 되면 정치적 목적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아우러져서 각자의 소중한 경험과 의견들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토론 등을 거친 획일화된 평가서 형식은 지양하고자 한다.
―여당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날을 세우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것을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급적 각자의 의견을 여과 없이 반영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방침이다.
―강 전 장관이나 캠프 수뇌부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는가.
▲원고들을 모두 모은 이후에 최종적으로 한번 전체의 방향성과 책 제목에 대해서 토론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강 전 장관은 현재로선 본인이 글을 쓰지 않았지만 (향후 쓸)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책은 최종적으로 언제 나오게 되나.
▲현재 70% 정도 완성된 단계다. 아마 8월 중순이면 당초 예정대로 나오리라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강 전 장관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 의원이 주도하는 진보개혁 성향의 연구소가 9월께 발족한다는 얘기가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8월의 ‘5·31 백서’ 발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연구소는 지방선거 훨씬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준비해온 것이기 때문에 강 전 장관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계안 의원과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 등 강금실 캠프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활발히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아직 준비할 게 많이 남았다. 이제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의원은 “김 의원 등 캠프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몇 차례 계속 모임을 가지면서 향후 발전적 방향을 계속 논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백서 발간 등 일련의 과정이 자칫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칠 소지도 있겠지만 꼭 당내 세력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 전 장관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여러분께는 죄송할 정도로 나에게는 긴 휴가철이다. 앞으로 7, 8월도 휴식과 충전의 기분으로 일정을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여름휴가를 마친 후 자신의 ‘5·31 백서’를 들고 다시 국민 앞에 나설 강 전 장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