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계 급부상, 김무성계와 일전 불가피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최대 160석까지 갔던 19대 국회의 ‘거대한’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을 거친 뒤 체급이 확 줄었다. 헤비급에서 라이트미들급까지 내려왔다는 조롱도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불필요한 군살을 제거한 탓인지 새누리당 내 계파 분포는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19대 국회 당시 수적으로 우위를 보였던 비박계에 비해 친박 세가 더 늘어난 것이다.
지난 3월 28일 열린 새누리당 공천자대회.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친박은 정권 주류이긴 했지만 의석수로는 비주류인 비박에 비해 열세였다. 주요 선거에서 친박이 번번이 비박에 패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달라질 전망이다. 친박계 황우여 의원과 대결한 비박계 정의화 국회의장이 당선되고, 서청원 의원과 대결한 김무성 대표가 승리하고, 이주영 의원이 아닌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손을 내밀던 수적 우위의 비박계는 쪼그라들고 친박계가 절대 다수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비례대표로 입성한 17명 의원은 차치하고 지역구 의원 105명 중 친박계가 52~55명 가까이 된다. 이 중 친박계 구심점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로 대구의 8명, 경북의 13명이 모두 그와 가깝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TK)에서 공천을 받아 돌아온 의원들 절대 다수가 최 (부)총리 덕을 봤다고 보면 될 것(최경환은 경제부총리지만 친박 의원들은 총리라고 부른다)”이라며 “어찌 보면 최경환계가 하나 생긴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구의 3선 조원진 의원과 재선이 된 윤재옥 김상훈 의원, 진박 마케팅을 했던 정종섭·곽상도·추경호 당선자와 공무원 출신인 곽대훈·정태옥 당선자가 그들이다. 이 중 윤재옥 의원은 당초 유승민 전 원내대표(무소속 당선자)와 가까웠으나 지난해 국회법 파동에서 멀어졌고 김상훈 의원도 유승민계로 분류됐으나 지난 공천과정에서 말을 갈아탔다는 전언이다.
친박계 중 서청원계는 이우현 의원 하나를 남기고 증발했다. 나머지 핵심부는 각자도생 형국이다. 충청에선 정우택, 수도권에선 원유철 원내대표와 홍문종 의원 등이 있지만 계보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부산에선 유기준, 경남에선 정갑윤 이주영 의원 등이 있지만 줄을 세우기에는 아직 정치적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친박계에서 세력화한 인물은 최 전 부총리가 유일한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TK에서 유승민 의원을 제거한 최 의원이 앞으로 어떤 꿈을 꿀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 TK의 맹주로 등극한 최 전 부총리가 향후 당권은 물론 대권까지를 염두에 둘 수도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진다.
19대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보였던 비박계는 확 줄어 50~53명 정도로 분류된다. 이 중 중립 성향과 친유승민계를 제외하면 ‘김무성의 사람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이다. 김 전 대표가 만들었던 근대역사교실이나 퓨처라이프모임에 가입하며 줄을 섰던 다수가 빠졌다. 김무성계 중에선 강석호 김성태 김영우 김학용 권성동 오신환 이군현 이진복 의원 등이 살아남았을 뿐이다. 무소속이 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비박 의원들 중에는 김세연 한선교 홍철호 의원 등이 남았고 이혜훈 전 의원이 귀환했다.
문제는 친박계의 활동반경이다. 링이 너무 작아졌다. 원내 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 총선 대참사를 겪은 친박계가 당분간 수적 우위를 내세워 세력화를 도모하기에는 민심이 너무 좋지 않다. 당장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곧바로 전당대회 준비에 나서야 할 판이지만 또 계파 간에 다투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사실상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결과가 한편의 코미디 같았던 지난 공천 과정을 심판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그 주도 세력인 친박계가 당 주도권을 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온 7명(장제원 유승민 주호영 안상수 윤상현 강길부 이철규)이 복당할 경우엔 당내 계파 분류가 또 달라질 수 있다.
친박계로선 “김무성 죽여버려”라는 취중 녹취파일 공개로 탈당한 친박계 윤상현 의원(무소속 당선) 귀환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박 대통령 ‘복심’ 윤 의원은 친박에겐 천군만마겠지만 비박계, 특히 김무성계 입장에선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인물이다. 결국 친박이 집권여당 다수가 됐지만 이런저런 줄에 묶여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 늘어난 친문 직계, 주군 구할 수 있을까.
4·13 총선에서 12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 최대 계파는 범 친노(친노무현)계다. 문재인 전 대표를 따르는 친문(친문재인) 직계를 비롯해 친노계 정세균계 박원순계 안희정계가 범 친노계를 형성하고 있다.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과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정파그룹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도 친노계와 연합작전을 짤 수 있는 우군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은평을에 출마해 승리한 강병원 당선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더민주 당선자 중 범 친노계는 약 70명으로 비노(비노무현)계를 압도한다. 비노무현계는 친김종인계와 손학규계, 통합행동, 기타 비노계 등 50여 명이 포진해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기 당권·대권 구도의 두 축인 친문 직계와 친김종인계다. 양측은 총선 후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 직계는 김경협 김태년 박남춘 윤호중 윤후덕 전해철 의원 등 기존의 정치인 외에도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강병원 권미현 김경수 김병관 김해영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표창원 제윤경 황희 당선자 등이 꼽힌다. 당선자 123명 중 30여 명에 달한다. 개인으로 봤을 땐 최대 계파인 셈이다.
문 전 대표는 호남 완패로 당분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도 좁아졌다. 그러나 당내 우호 세력은 굳건히 다져놨다. 이들은 문 전 대표를 향한 공세를 몸으로 막아낼 수 있는 ‘로열티’도 갖췄다는 평이다. 문 전 대표로선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다는 얘기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공천에서 컷오프된 친노 인사는 대부분 친문계가 아니었다. 문 전 대표는 이제 ‘노무현 사람’이 아닌 자기 사람들로 정치를 할 수 있게 됐다.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언제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세균계에는 ‘정치 1번지’ 종로에서 6선 고지에 오른 정세균 의원을 중심으로 안규백 김영주 김상희 백재현 의원과 김진표 김철민 백혜련 박용진 당선인 등 13명이 있다. 기타 범친노계는 문희상 원혜영 의원 등 중진급 인사와 서영교 신경민 진선미 윤관석 박범계 기동민 김현미 박광온 의원 등 20명 안팎이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친김종인계는 김종인 대표와 진영 의원 박경미 최운열 당선인 4명이다. 비노계 최대 계파는 손학규계다. 양승조 조정식 이찬열 전현희 전혜숙 이춘석 의원과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당선인 등 14명으로 19대와 큰 차이가 없다. 이 밖에 강창일 노웅래 민홍철 심재권 이종걸 이언주 안민석 오제세 의원 등 18명은 비노계다. 20대에 원내 진입한 최명길 신동근 신창현 송기헌 오영훈 송옥주 이용득 당선인 등 7명은 특별한 계파가 없는 기타로 분류된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오는 6월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각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며 “친문 직계에 맞서는 친김종인계가 비노계의 구심점을 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 국민의당 6개 계파 ‘동거’
국민의당 계파는 말 그대로 혼전이다. 우선 안철수계는 안 대표 대선캠프와 정책네트워크 내일 출신 인사 등으로 구성된 안철수 직계와 국민의당 창당 이후 안 대표가 영입한 범안철수계로 나뉜다. 또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를 주축으로 한 김한길계, 옛 동교동계를 포함하는 박지원계, 국민회의 출신의 천정배계, 막판에 합류한 정동영계가 있다. 겉으로 드러난 계파만 6개에 달한다.
안철수 대표가 이상돈 비례대표 당선자와 악수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안 대표 핵심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직계 인사로는 이상돈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박선숙 총선기획단장, 이태규 선대위 전략홍보본부장, 김성식 당선인(서울 관악갑)을 들 수 있다. 김 당선인은 안 대표를 제외하고 국민의당 후보 중 유일하게 수도권에서 승리했다. 이상돈, 박선숙, 이태규 3인은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범안철수계는 지역구 송기석(광주 서갑), 김경진(광주 북갑), 손금주(전남 나주, 화순), 정인화(전남 광양, 곡성, 구례), 권은희(광주 광산을) 당선인을 들 수 있다. 권 의원의 경우 본래 김한길계와 천정배계에 걸쳐서 속했지만 안철수계로 적을 옮기게 됐다.
안 대표가 영입해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들도 범안철수계에 속한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김수민 브랜드호텔 대표, 김삼화 변호사, 김중로 예비역 육군 준장, 장정숙 전 서울시의원, 이동섭 서울시 태권도연합회장, 최도자 전국국공립어린이집 연합회장 등이 그들이다. 안철수 직계와 범안철수계를 합하면 지역구 7명(안 대표 포함), 비례대표 12명으로 총 ‘19명’이다. 안 대표로선 비례대표 후보로 자기 사람을 대폭 심어 놓은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쪽은 박지원계다. 지역구 당선인만 5명(박지원 의원 포함)으로 최경환(광주 북을), 황주홍(전남 고흥 보성 장흥 강진), 윤영일(전남 해남 완도 진도), 박준영(전남 영암 무암 신안) 당선인을 들 수 있다. 천정배계는 지역구 2명(천정배 조배숙 의원), 비례대표 1명(박주현 최고위원)으로 총 3명이다. 박지원계와 천정배계는 호남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계파로 상황에 따라 견제와 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계 역시 만만치 않다. 지역구 당선인만 4명이다. 장병완(광주 동남갑), 이용주(전남 여수 갑), 주승용(전남 여수을), 김관영(전북 군산) 당선인이다. 계파 수장인 김 의원이 당내 갈등 등 여러 요인으로 불출마하고 입지가 좁아진 것이 변수다. 하지만 여전히 야권에서 김한길 의원 역할론이 건재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러 계파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쥘 가능성이 크다.
뒤늦게 합류한 정동영계는 정동영, 김종회(전북 김제, 부안) 당선인으로 두 명이다. 이밖에 박주선(광주 동남 을), 김동철(광주 광산 갑), 김광수(전북 전주 갑), 유성엽(전북 정읍 고창), 이용호(전북 남원 임실 순창) 당선인은 계파색이 모호한 상태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뭉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진서 기자 박정환 기자 이정필 언론인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