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단속은 접근부터 어렵다. 상대적으로 업소 단속이 쉽게 느껴질 정도다.”
최근 성매매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는 한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소 성매매는 현장이 있고 신고도 들어와서 단속할 근거라도 있는데, 주택가에서 벌어지는 성매매는 신고조차 거의 없다는 얘기다. 첩보를 입수해 단속을 하더라도 장소 특정도 어렵고, 남녀가 만나 돈을 주고받은 증거도 없어 또 다시 벽에 부딪힌다고 한다.
앞서의 경찰 관계자가 설명한 주택가 성매매는 최근 집중 단속 대상이 된 오피스텔 성매매가 아니다. 오피스텔 여러 곳을 빌려 성매수 남성이 찾아오도록 하는 기존의 수법과는 반대로, 성매매 여성이 직접 성매수 남성의 집을 방문해 성매매를 제공한다. 모텔에서 숙박을 하는 현지 및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출장 마사지’ 등의 변종 성매매 형태가 이제는 ‘가정집’까지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일반 주택가에서 성매매 정보를 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서울 강남구의 한 원룸에 거주하고 있는 이 아무개 씨(35)는 “최근 이상한 전단지들이 현관에 붙기 시작했다. 성매매를 유도하는 출장 마사지 전단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원룸이 유흥가나 모텔촌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런 전단지가 붙어 있어 의아했는데, 내용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해당 전단지에는 ‘자택, 빌라, 원룸’ ‘원하는 곳 어디든 찾아가는 서비스’ 등이 적혀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거주하는 집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문의해 보니 해당 관계자는 “물론 가능하다”면서도 “먼저 신원 확인 등이 필요하다. 조금 까다로울 수 있지만 고객과 ‘아가씨(성매매 여성)’ 보호를 위한 필수 절차다. 원룸이든 일반 가정집이든 요구하는 ‘필수 절차’만 거치면 어디든 방문한다. 코스와 시간을 결정하면 그 이후는 기존(성매매 방식)과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단속이 심해 불안하다”고 하자 “일반 가정집을 방문하기 때문에 단속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이나 성인 커뮤니티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하면 이러한 방식의 성매매 알선 정보를 접하는 것은 더 쉽다. ‘출장 마사지’ ‘안마’ 등을 암시하는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기존의 성매매 알선 방식과 함께 앞서의 ‘직접 방문하는’ 방식이 검색된다. 일부 광고에서는 성매매 여성의 사진과 프로필 등을 소개하며 성매수 남성이 지목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광고에 기재된 번호를 통해 문의한 결과 신원 확인과 현금 결제 등 앞서와 같은 절차가 필요했다.
성매매를 위해 낯선 남자의 ‘집’에 방문을 하거나 자신만의 공간에 타인을 들이는 게 쉽지 않을 듯하지만, 이러한 수법의 성매매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순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성매매 업계의 치열해진 경쟁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세태 변화 등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성매매 업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A 씨(29)는 “특히 원룸의 경우에는 혼자 사는 남성들이 많아 성매매 여성을 집으로 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있으니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고 이런 서비스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남성 혼자서 사는 원룸으로 출장을 가는 것은 남성들이나 업소, 보도방 측에서도 ‘안전한’ 성매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남성들의 경우 업소나 오피스텔 등에 출입하며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단속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업소 측도 성매수 남성의 집에 방문을 하기 때문에 신원만 확인되면 위장 수사에 대한 부담도 다소 낮아진다고 한다.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성매매 알선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 인터넷이나 SNS 등에서 광고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1인샵’이 대표적이다. 1인샵은 ‘1인 마사지샵’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다. 이 수법 역시 오피스텔에 마사지샵을 열고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 서비스만 한다”고 광고를 하지만 사실은 유사 성행위나 성매매 등이 함께 이뤄지고 있으며, 앞서의 경우와 같이 직접 출장 방문을 하기도 한다.
앞서의 A 씨는 “실제로 상대적으로 자신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직접 방문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성매매 여성도 있다. 업소에 속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학원을 가는 등 개인 시간을 보내다, 성매수 남성과 만나 데이트를 하고 남자친구 자취방에 놀러간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는 성매매 여성도 있다”고 말했다.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방식의 성매매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업소에 근무를 하는 것과 달리 인터넷에 광고를 올리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모든 수입을 혼자 가져가기 때문에 혼자서 일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경찰단속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반 가정집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탓에 추적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적발하려면 실제 현장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러한 수법을 활용하면 단속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성매매 업계 전반에 걸쳐 단속이 강화되자, 개인이 운영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변종 성매매업소가 생겨나고 있다”며 “현장 적발뿐만 아니라 조건 만남의 경우 성 매수 남성과의 메시지 내용, 기업형 성매매는 업주의 지시사항이 성매매의 증거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개인 간의 접촉으로 예약하고 일반 가정집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면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최근 점조직처럼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의 성매매는 마약, 강간, 음주 등으로 인한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단속의 강도를 더욱 높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