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시장의 측근 정두언 의원이 홈페이지에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고 나서 주목된다. | ||
정두언 의원이 해명한 7가지 의혹은 ▲본인 및 아들의 병역 ▲재산형성 과정 ▲서민에 대한 몰이해 ▲독선적 이미지 ▲종교적 편향 ▲숨겨놓은 아들 ▲분당설 등이다. 정 의원은 해명에서 “이 전 시장의 아들은 한 명이며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숨겨진 아들은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이다. 있으면 데려와 보라” “악질적인 정치공작”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정 의원은 이처럼 해명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처음에 그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을 보고 별거 아닌 걸로 생각했는데, 최근 인터넷상에서 조직적으로 악의적인 글들을 올라오는 것을 보고 해명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특히 ‘조직적’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정 의원이 말하는 ‘조직적 움직임’이란 지난달부터 20여 곳이 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에 ‘으악//충격//명박의 병역문제’라는 제목의 글이 집중적으로 게재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원고지 25매 분량의 이 글에서 자신을 ‘김세동’으로 밝힌 이 인물은 이 전 시장의 병역 면제 사유 ‘기관지 확장증, 활동성 폐결핵’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병에 걸리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과 완쾌되어도 이 전 시장처럼 열성적인 활동을 할 수 없고 약에 의존하며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이 병에 대한 의사의 상담내용과 환자의 경험담 등을 담고 있다. 정 의원 측은 “글을 보면 여러 명이 팀워크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20여 곳이 넘는 곳에 글이 게재되고 더구나 분당설 등 다른 종류의 의혹도 인터넷을 통해 떠다니기 시작하자 그냥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의 한 인사는 “이 전 시장을 둘러싼 여러 음해성 소문들이 처음에는 여당 안에서 돌더니 점차 한나라당 안에서도 돌고 이젠 정치권을 벗어나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유통되는 것 같더라. 이대로 가만있다가는 사실처럼 굳어져 국민들에게도 전파될 조짐을 보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정 의원 측은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해명할 기회마저 놓치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병역뿐만 아니라 재산, 숨겨진 아들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 해명 후 이 전 시장도 관심을 보이며 “잘했다” “주변의 반응은 어떠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시장 측이 서둘러 먼저 의혹에 대한 해명을 밝힌 또 다른 이유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아들의 병역 때문에 패배한 악몽 때문이다. 정 의원 측은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병풍으로 얼마나 고생 했나. 결국 재판에서 ‘증거 없음’으로 판결이 났지만 선거는 이미 끝난 상황이 아니었느냐. 가만히 앉아서 당하느니 선제 방어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어차피 이런 의혹들이 제기될 바에 먼저 나서서 ‘예방접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대 후보가 선거전이 본격화된 후 이런 의혹을 다시 제기하면 ‘또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느냐’며 방어한다는 것이 MB 측의 전략이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의혹들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열세였던 여당후보가 이 전 시장을 맹렬히 공격했지만 재산문제는 단 한번도 공격한 적이 없었다.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재산은) 현대그룹 재직 시절 외국손님 접대용으로 지어준 논현동 집, 중동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공로로 받은 서초동 부동산, 지하철 공채대금으로 불하받은 양재동 부동산이 전부”라고 상세히 밝혔다.
무엇보다 정 의원이 힘주어 해명한 것은 ‘MB 분당설’이다. 이 분당설의 핵심은 “MB는 결국 낙마할 것이고, 딴 살림을 차릴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이 분당설은 당 안팎에 널리 퍼져있어 그럴싸하게 포장돼있다. 대권주자 중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MB를 두려워하는 세력이 음해하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정 의원의 이런 해명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병풍, 세풍 등의 각종 의혹으로 잔매를 맞고 서서히 침몰한 이회창 전 총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반응이 대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전 시장 측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여당의 한 인사는 “정치권에서 소문으로만 돌던 얘기들은 정 의원이 잘 정리해 일반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해 준 것밖에 안 된다. 홈페이지에 글 하나 올렸다고 의혹들이 해소되겠나”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도 “해명한다고 했지만 스스로 의혹을 공개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숨겨진 아들’ 부분이다. 친박 성향의 한 인사는 “다른 것은 몰라도 ‘숨겨진 아들’ 문제는 MB 쪽에서 잘못 건드린 것 같다”며 “외아들이 병역을 마쳤으면 그걸로 된 것이고, MB가 재산 많은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재산이 많고 적음이 MB를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다. MB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유능함을 높이 사는 것이지 엄격한 도덕성으로 그를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숨겨진 아들 문제는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당직자는 “‘허리 아래’ 문제에 대해서는 먼저 공격하는 사람이 다친다. 사안 자체가 구태의연한 정치공작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공격한 사람이 역풍을 맞기 때문이다. 즉 먼저 해명하지 않더라도 용기 있게 의혹을 제기할 사람은 없는데 MB 쪽에서 이 문제를 끄집어 낸 꼴이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여당의 한 인사는 “숨겨진 아들 문제를 제 3자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정 의원의 해명이 지나친 것 같다”라고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의원이 이 민감한 문제를 먼저 해명하고 나선 것은 정치권에 “숨겨진 아들이 xx아파트에 살고 있다더라” “유전자검사까지 다 해놓았다더라”라는 식으로 지난해부터 소문이 확대되고 있고 일부 언론이 이를 간접적으로 기사화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측은 같은 거짓말도 구체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전해지면 사실처럼 믿어버리는 사람들의 심리상 먼저 방어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식사를 하러 가더라도 옆 자리에서 사람들이 그런 소문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더라. 어딜 가더라도 부딪히는 얘기들이니 먼저 해명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은 몇 달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유언비어를 유포한 네티즌 13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이 중 일부는 약식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고 일부는 아직도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최근에는 이 전 시장의 재임 당시 “시내버스 스마트카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논문에 게재한 단국대 조명래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정당한 비판이라면 수용하겠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댄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자세다.
내륙운하 프로젝트를 위해 전국을 돌며 현장 탐사에 나서고 있는 이 전 시장은 본격적인 공격을 위해 먼저 방어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