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 ||
최근 정가의 가장 큰 이슈는 ‘바다이야기’로 시작된 일명 ‘바다게이트’였다. 그런데 대권주자들이 최근 ‘바다게이트’에 관해 내놓은 멘트를 엿보면 각자가 처한 위치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해 흥미롭다.
먼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해 비교적 냉정하게 언급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한 상품권 인쇄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상황. 박 전 대표 측은 단지 후원금 명목이었을 뿐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힌데 이어 좀 더 ‘구체적’ 발언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가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전해진 바로 다음 날인 지난 30일 개최된 당 합동워크숍에서 “(바다이야기 파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바다게이트’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다.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혹여 바다이야기와 자신을 ‘연계’하는 이미지로 비춰질 것을 염려한 듯한 발언이었다.
지난 여름 피습사건 이후 한동안 외부 출입을 삼간 채 ‘칩거’해 왔던 박 전 대표의 목소리는 차츰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경제공부에 주력해 온 그는 10월 초 여의도에 대선캠프 사무실을 연다. 박 전 대표는 이곳을 정치권외 인사들과의 ‘교류창구’로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들을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첫 행보는 9월로 예정된 중국과 독일 방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번 방문길에서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 ‘여성대통령’의 밑그림을 그리고, 또 중국 방문에서는 새마을 운동 특강을 통해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한편 민심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바다게이트 파문과 관련 현 정치권에 대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쓴소리’를 던져 눈에 띈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그렇게 해 처먹을 게 없어서 불쌍한 서민들 피를 빨아먹을 궁리나 했단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평소 독한 말을 자제해 온 손 전 지사가 이처럼 작심하고 한 독한 소리는 민심대장정을 통해 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하며 이를 대변한 것이라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가 내놓은 발언이 작심하고 내던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이 언론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면서 무언가 ‘관심끌기용’ 제스처가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손 전 지사의 민심 대장정은 두 달 정도가 더 남아 있지만 이번 발언을 통해 현실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손 전 지사 측에서는 민심대장정이 끝나기 전 또다른 향후 계획을 내놓아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한다. 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아직 발표할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 구상 중인 아이템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 고건, 김근태, 정동영 | ||
이 전 시장이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는 ‘정책탐사’에 대해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 이 시장의 거친 대선행보에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지난 달 30일 대구에서 열린 ‘낙동강 유역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시민토론회’에 모인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 전 시장의 대운하론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대운하 건설’에 대해 ‘제2의 새만금 사태’로 언급하면서 건설계획을 막겠다고 밝혔다. 대선주자로서의 이 전 시장의 향후 행보가 특유의 ‘불도저식’ 일처리 방식을 이어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고건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 ‘희망연대’를 공식출범하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고 전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다른 주자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아직도 희망연대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듯 보인다. 그는 “정치행보를 할 때에는 희망연대가 아닌 현실정치의 장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자신의 ‘정치행보의 장’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내비추기도 했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기존의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고 전 총리는) 범통합적인 연대를 원하고 그 안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런데 고 전 총리가 앞으로 벌일 구체적 활동의 모양새가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 이 전 시장의 정책투어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눈길을 끈다. 고 전 총리가 내세운 활동계획은 ‘민생 현장 방문과 한국의 미래비전 연구 활동’. 타 대권주자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고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우리는 투어가 아니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희망연대라는 시민운동 조직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이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활동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야권의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여권 주자들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그런 가운데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고민은 날로 깊어가 보인다. 김 의장은 최근 야심차게 추진 중인 ‘뉴딜정책’이 ‘재벌 퍼주기’로 인식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략적 부재를 통감하고 있다고 한다. 당 내부에서도 뉴딜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며 참여연대로부터도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하지만 뉴딜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지만큼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김 의장은 재계, 노동계, 사회단체를 돌며 ‘뉴딜행보’를 새로이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주자들 중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김 의장의 뉴딜정책 성공 여부가 본인에겐 사활을 걸 정도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당초 한 달 정도의 일정으로 지난 7월 15일 해외로 나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아직 독일에서 머물고 있으며 내친 김에 미국 연수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국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