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과 유력 예비주자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최근 재결집 움직임을 보이는 친노세력이 대권 레이스의 시작과 함께 계파별로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
현재 여권 내 범 친노세력들은 재결집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고 청와대는 정무특보단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안희정 씨가 정치활동을 재개하면서 친노 직계 핵심측근들의 역할론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부선장론을 내놓은 이후 예비 잠룡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런 움직임 때문인지 모르지만 최근 열린우리당 내에서 노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소리가 줄어들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딜 정책’ 등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목소리도 약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친노세력 결집 움직임과 대권주자 다각화 전략이 약효를 받은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약효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으며 대선정국이 다가올수록 계파별 대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로 여권 내 친노 성향의 제 세력들은 외부선장과 범 친노세력을 대표할 차기주자 선정을 놓고 치열한 물밑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정무특보단의 움직임은 노 대통령의 복심과 관련, 더욱 주목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지세력 복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 범 친노세력들의 움직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노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청 간 갈등이 재연되는 등 조기 레임덕 현상에 직면하면서도 꿋꿋하게 추진해온 한 가지 일이 있다. 바로 지지층 복원 작업이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386의원 등 친노 성향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갖는가 하면 노사모 등 외부 핵심 지지층과도 청와대에서 공식· 비공식 회동을 자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았던 ‘대통령 탈당설’을 일축하고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자주 천명하기도 했다.
후반기 국정운영 및 차기 대선정국과 관련해 이미 구상이 끝났다는 듯 자신감 있는 행보다. 확실한 지지층을 버팀목으로 위기정국을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정국에서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복심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와 맞물려 여권 내 범 친노세력들의 재결집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여당 내 대표적 친노그룹인 ‘국민참여 1219’는 ‘1219 포럼’ 창립식을 갖고 활동 반경은 넓히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 친노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연구센터와 참여정치실천연대 등도 최근 자주 회동을 갖고 연대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정무특보단 신설을 검토 중이다. 집권 초 당정분리 원칙을 천명하며 여권 일각에서 주장했던 ‘정무팀 부활론’에 쐐기를 박았던 노 대통령의 초심에 비춰볼 때 상당한 심경 변화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이번 정무팀은 단순한 당·청의 가교 역할에 그치지 않고 막중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계개편과 차기 대선구도를 겨냥한 다목적 카드로 활용한 것이란 관측.
정무특보단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사들이 친노세력을 대표하는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정무특보로 활동 중인 이강철 씨를 비롯해 8·15 광복절 사면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한 노 대통령의 오른팔 안희정 씨와 신계륜 전 의원, PK(부산 경남) 사단 대부격인 문재인 전 수석, 노 대통령의 정책브레인으로 통하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등이 특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인사들이 모두 특보단에 참여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실제로 안희정 씨와 차기 비서실장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문 전 수석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자신들의 대리인을 특보단에 투입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참여 여부를 떠나 정무팀은 여권 내 역학구도 변화 및 차기 대선정국 과정에서 막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정무팀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차기 대선정국을 관리할 외부선장은 물론 차기 주자들을 관리하는 등 대권 마스터플랜을 그려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정무팀은 또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등 기존 대권주자와 더불어 천정배 김혁규 의원, 유시민 복지부 장관 등 예비주자들을 대권경쟁에 참여시켜 경선을 흥행시키는 역할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들이 낙오자 없이 똘똘 뭉쳐 정계개편 소용돌이와 차기 대선정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당장은 총체적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뭉쳐야 산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개인의 정치생명과 각 계파별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게 정치권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은 친노세력 통합론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계개편과 차기대선 밑그림 과정에서 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갈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권 내 범 친노세력들은 겉으로는 재결집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여권 내 역학구도 및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해서는 보이지 않는 물밑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예비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대권레이스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세대결도 본격화되고 있다.
▲ PK사단의 김혁규 의원(왼쪽)과 호남그룹의 천정배 의원 역시 친노세력 내의 또다른 예비주자로 꼽힌다. | ||
예비주자 중 친노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사는 천정배 김혁규 의원과 유시민 장관이 대표적이다. 천 의원은 과거 민주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시니어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고, 김 의원은 문재인 전 수석을 정점으로 한 PK사단이 지원하고 있다. 또 유 장관은 개혁층과 386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이들 예비후보들은 서로 자신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법통을 승계할 적자임을 강조하며 대망론을 키우고 있다.
법무장관 사퇴 후 행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천 의원은 대권 베이스캠프 성격을 띄고 있는 ‘동북아전략연구원’을 중심으로 대권구상에 몰입하고 있다. 천 의원은 또 당 복귀 직전에 광주에 개인사무실을 열고 지역 당직자와 지역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는 등 호남민심 잡기 플랜도 적극 가동하고 있다.
천 의원 측은 호남 출신으로 수도권(경기 안산단원 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천 의원이 중도개혁 성향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면 친노세력의 지지를 업고 열린우리당 최종 후보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아직 대망론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PK사단이 열린우리당의 정통성 계승을 명분으로 물밑 지원하고 있는 예비주자다.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문 전 수석이 여전히 막강 파워를 과시하고 있고 PK 인맥이 청와대 요직에 두루 포진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김 의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친노세력의 대표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1·2 개각 때 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할 당시부터 유력한 차기주자로 급부상한 유 장관은 노 대통령과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예비주자면서 역동성 있는 386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당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카드’를 밀어붙인 배경에는 노 대통령의 대권구상이 투영돼 있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조차 이른바 ‘유시민 대통령 만들기’ 극비 플랜이 가동되고 있다는 섣부른 관측이 제기될 정도였다. 유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감과 정치적 동질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예비주자들은 대선정국이 본격화될 경우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친노세력들의 대혈투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위기국면 돌파와 레임덕과 직결될 수 있는 대권 조기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친노세력 대통합론에 동조하고 있지만 대권을 앞에 두고는 아무리 끈끈한 친노세력이라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다자구도로 경선 흥행과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고 있는 노 대통령이 막판에 누구를 지원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물론 노 대통령이 드러내놓고 특정후보를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최대 주주인 노 대통령의 대권 복심은 경선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또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사례에 비춰볼 때 노 대통령이 당권파(정동영 김근태)든 친노파든 가리지 않고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후보를 물밑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당권파 주자의 반발 및 탈당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친노세력을 대표하는 예비주자들은 노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적극 지원하는 등 친노 대표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치열한 내부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노 대통령이 ‘탈당불가’를 재천명하며 지지세력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전략은 일단 단기적으로는 성공한 모습이다. 친노세력의 다각화 카드를 통해 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차기 대선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라는 다목적 카드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의 이러한 카드가 친노세력 대통합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된다면 뜻하지 않은 정권 재창출까지도 가시권에 둘 수 있다고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의도가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도리어 장기적으로는 친노세력을 분열시키는 ‘독’으로 작용할지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으며 그 한가운데 청와대 정무특보단의 존재가 주목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