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두 사람의 대선 연대설이 정치권에 돌고 있으나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 ||
2007년 대선도 지난 2002년 대선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되리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오히려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먼저 현재 3강 체제를 이루는 고건 박근혜 이명박 세 후보 가운데 누구도 절대 우세를 외칠 만한 형편이 아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후보 간 연대론을 부른다. 특히 한나라당 탈당론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우 ‘이인제 식 탈당’은 곧 죽음이라는 학습효과 때문에 만약 탈당한다고 해도 타 후보와의 연대가 필수조건으로까지 언급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떠도는 후보 간 연대론은 매우 다양한 조합을 보이고 있다. 연대론들 중 어떤 연대가 최강의 구도가 될지 지금 여의도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조합의 후보·정파 간 연대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아버지와도 나눌 수 없는’ 권력을 다른 파트너와 나누려한다는 것은 그만큼 홀로 권력을 창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여권은 정동영 김근태 두 유력 대권 주자의 ‘권력 창출 불능’이 갈수록 짙어지면서 일찌감치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론이나 제 3후보론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2007년 집권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높은 지지율로 여유가 있지만 당내 경선 결과에 따라서는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호남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연대를 통해 호남권을 아울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 주자 간의 연대를 통한 공동정권 구상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야가 이렇게 연대론에 관심을 가지는 까닭은 2007년 대선이 사상 유례 없는 복잡한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권 구도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이명박의 빅 투와 장외의 고건 전 총리가 팽팽한 삼각 체제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여당의 유력 주자는 힘을 쓰지도 못하고 있어 유명무실 대권 후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탈당과 고 전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따라 다양한 합종연횡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현재의 상황을 토대로 도출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 간 조합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한나라당 입장에서 살펴보자. 한나라당의 K 의원은 이에 대해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 지사의 연대가 최강의 조합”이라고 단언한다.
이 전 시장 입장에서는 손 전 지사와의 연대가 박근혜 대세론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이 될 것이란 점에서, 손 전 지사 입장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좀처럼 뛸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조합은 최근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경선에서 그 파워를 입증한 바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남경필 의원이 친박 대세론을 누르고 위원장에 당선된 것을 두고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의 연대가 물밑에서 힘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손 전 지사와의 연대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정권을 되찾기 위해 협력하는 차원을 넘어 대통령과 국무총리 자리를 나눠 갖기 식으로 흐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한나라당이 야합으로 보이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반면 손 전 지사 측에서는 연대가 자신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본다. 그의 한 측근은 최근 이에 대해 “손 전 지사에게는 앞으로 세 번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민심대장정 뒤 어떤 아젠다를 던지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이명박 전 시장 또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 여부에 따라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기회는 천운이 따라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손 전 지사 입장으로서는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 그 누구와도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일부에서는 ‘박근혜-이명박’ 조합은 빅 투가 상승 작용을 할 것이란 점에서, ‘박근혜-손학규’ 페어는 ‘보-혁’ 조화가 큰 힘을 쓸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중도성향 지지층으로부터 2% 더 많은 득표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 위에 언급된 두 조합은 의미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어떠할까. 여권은 유력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상당히 답답해하는 상황이다.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현 의장에 대한 기대도 접은 듯하다. 두 사람에 대한 분석은 일단 논외로 하고 고건 전 총리 중심으로 연대론을 살펴보면 사정은 비교적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전략통은 이에 대해 ‘제 3의 후보(진대제 강금실 정운찬 등 제 3의 새로운 후보)-고건’ 조합이 가장 최상의 조합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는 최근 비공식적으로 내년 대선이 여야 양자 대결로 치러질 경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여당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중도층은 노무현 정권에 크게 실망하고 있지만 범여권 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정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권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신선한 후보를 찾은 뒤 고 전 총리가 책임총리로 안정적인 뒷받침을 해 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최근 한 언론사의 이념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중도의 내재적인 정치 성향은 안정보다는 개혁 변화를 지향하는 성향이다’고 주장한 바 있는 것도 이 관계자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청와대가 완전 국민경선 형태인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도 결국 “될 만한 후보를 찾아 고 전 총리와 짝을 이루게 할 것”이라는 논거와 맥이 닿아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고건-박근혜’, ‘고건-이명박’ 연대론도 거론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시대흐름 자체가 한 개인에게 영웅성을 부여하지 않게 됐기 때문에 유력 주자 간 연대는 필연적이다”라고 밝히면서 “‘고-박’ 연대는 고 전 총리의 합리성과 경륜, 지역성이 박 전 대표의 ‘국민적 사랑’과 잘 조화를 이룬다면 열린우리당 개혁세력이 주장하는 이슈나 쟁점을 충분히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조합은 고 전 총리가 최근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이 정파를 초월해 연대 통합할 것을 주창해 온 만큼, (박 전 대표가 연대 요청을 해 온다면) 정략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연대 협력할 수 있다”고 직접 밝힐 만큼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이런 가운데 여야를 횡단하는 연대론도 꿈틀거린다. 우선 ‘노명박’ 연대론이다. 친노그룹과 이명박 연대론으로 현재의 정치 구도를 몽땅 뛰어 넘어 새로운 정계개편을 몰고온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연대론에 대해 이 전 시장 측도 ‘음모론’이라며 발끈하고 있고 여권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만 ‘정치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을 음미해 본다면 결코 무조건 무시할 수만은 없는 구도라는 것이 일부의 이야기다. 여기에 박근혜-DJ 연대론은 영호남 화합이라는 명분론 아래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런 백가쟁명식 연대론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이 무조건 ‘이명박-손학규’ 콤비를 내세워야 개혁성향의 중도층 지지를 받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여권으로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신선한 제3 후보를 발굴한 뒤 고건 전 총리와 짝을 이뤄야 정권 재창출을 꿈꿀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연대론에는 ‘발상의 전환과 자기 희생’이 있어야 한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이에 대해 “선거에서 연합은 기본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이룰 수 있는 최악의 구도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그것은 반 한나라당 세력이 지역과 이념을 초월하여 연대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스스로 조성한 반면, 한나라당은 지역과 이념에 얽매여 다른 세력과 연대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후보 간의 연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력 후보라고 하더라도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려 한다면 2007년 대선 필승의 최상 조합은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한 의원의 “잘나가는 사람이 아쉬운 소리를 하기란 쉽지 않은 게 세상사 아닌가”라는 푸념 속에서 연대론의 어려움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