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난리로 물 먹나 지난 7월 수해로 유실된 안양천 둑. 오는 10월 국감에서 제방공사를 발주한 서울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 (오른쪽아래 네모안) 오세훈 시장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 ||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 시장의 취임 초반부터 서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신호탄이 된 사건은 용산공원 건립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 오 시장은 건설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용산 민족, 역사공원 조성 특별법안’에 대해 강한 문제를 제기하며 법안을 바꿀 것을 요구해 왔다. 공원의 일부 부지가 개발부지로 용도변경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 오 시장은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를 개발해 미군기지 이전비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지난 8월 24일 정부 주재로 열린 ‘용산공원 비전 선포식’에 오 시장이 참석하지 않아 양측의 간극은 커졌다. 국가행사에 불참한 돌출행동에 대해 정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언론을 통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후 오 시장과 정부의 마찰음은 한층 더 커졌다. 애초 정부가 9월 14일부터 27일까지 합동감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서울시가 ‘거부’의사를 밝히면서다. 양측은 경찰력까지 동원되는 사태를 빚으면서까지 강하게 대립했다. 결국 서울시가 “불법행위, 위법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감사에만 협조할 것”이라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며 일단은 마무리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정부가 앞으로도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
그런데 위태위태한 서울시와 정부 여당의 싸움은 지난 7월 ‘안양천 제방붕괴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 오는 국정감사에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의 ‘새 서울 시장’ 오세훈에 대한 공세가 이번 국감의 중요 사안 중 하나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안양천 수해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 모두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진상조사를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은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을 조사했던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느 한 쪽에 책임을 전가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반박자료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어느 쪽이 기싸움에 밀리지 않는가가 더 중요한 요건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안양천 제방붕괴 사고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전에 오세훈 시장만 몸을 담근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방공사의 발주는 서울시 담당이지만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등 역시 책임 소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 또 피해를 입은 양평동 주민들이 서울시와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지난 7월 16일 소송을 낸 터라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서울시와 삼성의 기싸움도 만만치 않다. 오세훈 시장은 특히 삼성물산을 ‘겨냥’해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책임소재가 분명하게 가려지지 않은 만큼 국감 이전에 최대한 삼성물산에 대한 문책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서 안양천 제방문제가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이를 위해 담당 상임위에서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의지대로 국감에서 ‘물 먹는’ 쪽이 삼성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서울시와 삼성물산, 그리고 정부와의 ‘삼자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오 시장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공세가 더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 것.
더구나 이와 같은 상황에 정치권에서는 삼성 측에서 국감 전에 전방위적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문제 등 이번 국감에서 삼성 수뇌부들의 출석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 측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안양천 제방붕괴 사고는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기 힘든 문제이니 만큼 삼성물산이 예상보다 쉽게 발을 빼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오세훈 시장은 이번 국감에서 어떤 카드로 맞대응하게 될까. 오 시장은 앞서 정부 감사에 대해 “더 이상 서울시가 정부와 갈등관계를 빚고 있는 듯한 모습을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일단 정부와의 대립구도에서 한 발짝 물러선 오 시장이다. 그러나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의 정치인으로서 컴백한 오 시장이 첫 국감이라는 통과의례를 어떻게 무난히 치르고 국민 앞에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