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지난 2014년 9월에도 박 시장 측근들이 시립대에 초빙교수로 임용된 사실이 밝혀져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박 시장 측근 대부분은 강의를 하지 않는 연구목적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급여는 400만~600만 원 수준. 그렇게 임용된 박 시장 측근들은 선거에 출마해 몇 개월간 자리를 비우기도 했고, 심지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람도 있었지만 학교 측은 그들에게 매달 똑같은 봉급을 지급했다. 당시 시립대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현 20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권오중 전 정무수석은 초빙교수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런데 시립대는 이런 논란을 겪고도 지난해 또 다시 박 시장 측근들을 대거 초빙교수로 임용했다. 현재 시립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박 시장 측근들은 김 아무개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최 아무개 전 서울시 경제진흥실장, 김 아무개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강 아무개 전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 정 아무개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이 아무개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 6명이다. 현재 재직 중인 초빙교수가 10명(정원은 20명)인데 절반 이상이 서울시 출신인 셈이다.
시립대는 박 시장 측근들을 임용하면서 ‘기타 총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라는 다소 모호한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조항을 통해 임용할 수 있는 초빙교수는 전체 정원의 30%(6명)다. 특혜라는 지적이 있어 제한을 둔 것인데, 이를 모두 박 시장 측근들로 채웠다. 시립대가 전체 초빙교수 정원 중 절반밖에 뽑지 않은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시립대 측은 “초빙교수는 필요할 경우 학과에서 요청하거나 추천을 받아 임용하는데 요청이나 추천이 없었다. 정원을 꼭 채울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교수들은 박 시장 측근이라 임용한 것이 아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행정학이나 도시공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데 실무적인 경험이 있는 분들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시립대는 초빙교수가 다른 비전임 교원들에 비해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시립대 객원교수의 경우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최소 4과목 이상 강의를 해야 하지만 급여는 3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초빙교수는 일주일에 2~3시간 정도 한 과목만 강의를 하면서 300만~500만 원 사이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대는 내부 규정까지 어겨가며 박 시장 측근을 객원교수로 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대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출소한 경력이 있는 김 아무개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난 3월 1일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객원교수로 임용했다. 김 전 부시장은 과거 박 시장 선거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 전 부시장은 당시 상대후보였던 나경원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파헤치고 캠프 단결력을 높인 공로로 박 시장의 첫 정무부시장으로 임명됐었다.
그런데 국민대 교원임용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교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 국민대는 이 같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전 부시장을 객원교수로 임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대 측은 “내부 규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5년간 임용할 수 없는 것이 맞지만 객원교수의 경우에는 유동적으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객원교수도 전임교수와 똑같이 적용된다. 예외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 전 부시장은 국제관계학 전공자다.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과는 관련성이 적은 전공이다. 같은 대학원 객원교수들 중 김 전 부시장처럼 동떨어진 전공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 전 부시장은 객원교수에 임용된 후 2주에 한 번씩 ‘21세기 사회변동과 뉴리더십’이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강의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6~15명 정도다. 강의 목차는 ‘유전자와 문화유전자 그리고 밈노믹스’ ‘감성공학과 인공지능의 발달’ ‘빅데이터, 공유경제와 나의 핵심역량 연결하기’ 등 김 전 부시장 전공이나 경력과는 대체로 무관한 내용들이었다.
김 전 부시장을 객원교수로 임용한 이유에 대해 국민대 측은 “자체적으로 판단해본 결과 김 전 부시장이 글로벌 네트워크 전문가라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특강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임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측근들이 또 다시 대학가에 낙하산 임용된 것을 알고 있을까. 박 시장 측의 한 관계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그 분들은 시립대 내부 절차에 따라 채용된 것이지 우리가 시립대에 누구를 임용하라고 강제할 권한이 없다. 박 시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