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만수대 김일성 동상에 주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북한의 혁명 3세대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심이 각별하다. | ||
이 박사에 따르면 북한 군부의 위상 강화는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최근 강경노선을 군부의 주도로 보기 어렵고 군부에도 정책노선이 다른 하위 단위가 많기 때문에 군부 전체를 강경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이 박사는 “북한 386세대인 혁명 3세대는 북한 체제가 잘 정비된 60, 70년대에 정치·사상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사회주의 이념으로 철저히 무장이 잘 돼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혁명 3세대는 40~50대 신진 엘리트로 주로 노동당에 배치돼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기실에도 포진해 있기 때문에 이 박사는 “북한의 정책방향이 이들에 의해 수정되거나 주도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강경노선은 세대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까지 북한의 강경 노선은 군부가 주도해온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으나 이 박사의 주장은 북한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혁명 3세대 등의 신진 세력이 북한의 주축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386세대’인 혁명 3세대는 어떤 환경에서 자랐으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40, 50대와 이들 혁명 3세대와 비교되는 386 세대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보았다.
북한의 혁명 3세대는 50년대 태어나 북한이 남한보다 잘 살던 60, 70년대 학교를 다니면서 철저한 사상교육을 받아 자부심이 남다르고 국가의 혜택을 받은 것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연구원의 백승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서는 혁명 1세대를 항일투쟁과 빨치산 투쟁을 통해 조국을 해방한 세대, 혁명 2세대는 전후 복구 및 재건을 통해 경제 부흥의 기둥을 세운 세대로 본다. 혁명 3세대는 전후 세대다. 북한 수뇌부가 이 혁명 3세대를 중시하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혁명 3세대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대해 경직된 충성심을 가진 세대”라고 설명했다.
백 실장에 따르면 혁명 3세대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60년대는 김일성 주석이 권력암투와 숙청을 통해 북한의 헤게모니를 완전 장악해 1인 지배통치를 펼칠 때이다. 따라서 혁명 3세대는 태어나서부터 자랄 때까지 ‘김일성 수령’만을 알고 사상교육을 받아 김일성에 대한 절대 충성을 보이는 세대다. 이들의 앞 세대는 김일성 주석의 라이벌들도 봤고 권력투쟁과정도 목격했기 때문에 3세대만큼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이 높지 않다. 혁명 3세대는 학교를 다닐 때부터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다녔다 해서 ‘배지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절대 충성 세대다. 이들의 김일성 주석에 대한 절대 충성은 후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로 그대로 전이돼 과도한 충성을 과시하려는 성향이 강해 앞 세대와 충성심 경쟁을 벌인다고 한다.
올 초 이들이 북한 사회의 주축으로 등장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있었다. 북한은 올 초부터 혁명 3세대에 대한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북한은 2006년 <노동신문>, <조선인민군보>, <청년전위 기관지> 등 3개 신문 신년 공동사설에서 “청년들에 대한 당의 기대가 크다. 청년동맹조직들은 사명과 임무에 맞게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육에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혁명 3세대의 정치사상적 준비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방, 개혁 정책에 대비해 이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강화, 체제 유지를 위해 자본주의의 ‘정신적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아울러 김 국방위원장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김일성 주석이 김 국방위원장을 후계자로 지명하던 시기의 상황과 유사하다. 한 북한전문가는 “김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명되기 전에도 북한에서는 지금처럼 사상교육과 젊은 세대의 역할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 권호웅 내각참사 | ||
그나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로 권호웅 내각참사가 있다. 권 참사는 14~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 대표로 나왔던 인물.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측 준비접촉 대표를 지낼 만큼 권력 수뇌부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이다.
임경만 무역상도 혁명 3세대의 대표격이다. 임 무역상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주재 대사관에서 무역참사를 지내는 등 젊은 나이에 무역상이 될 만큼 능력이 뛰어나고 일찍부터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또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도 혁명 3세대로 지난해 5월 차관급 회담 북측 대표로 나왔었다. 김경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 1비서도 핵심인물이다. 청년동맹은 북한의 후계 세대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김 국방위원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외무성의 신진관료들과 ‘당 속의 당’이라 불리는 당 조직지도부의 젊은 간부들도 혁명 3세대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혁명 3세대의 활약과 달리 북핵 문제에서 이들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양무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은 국방위원회다. 그리고 그 정점에 김정일 위원장이 있다”며 “북핵과 같은 사안은 오로지 김 위원장만이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측근 몇몇에게 조언을 구할 수는 있어도 혁명 3세대가 강경책을 주도한다는 주장은 조금 무리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 실장에 따르면 북한 내부 사정에 따라 혁명 3세대가 전진 배치되고 권력 승계 작업을 위해 젊은 세대에 많은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문제 같은 중대한 사안의 결정과정에 참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아직도 최종 정책 결정권은 원로그룹인 국방위원회가 가지고 있고, 군부와 내각의 실무진에 혁명 3세대로 세대교체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북한의 권력 서열 20위 안팎 인사들은 대부분 70~80대인 혁명 2세대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3세대가 김 국방위원장이 자문을 구할 만큼 가까이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도 세대교체 중이고 이들이 곧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점에서 혁명 3세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