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전현직 의원 보좌관들이 분석, 종합한 한나라당 대권주자 3인의 리더십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빅3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일반인들보다는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보좌관들의 시각인 만큼 나름대로 그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눈여겨 볼 대목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전 현직 의원 보좌관들의 연구모임인 ‘윤중로 포럼’은 지난 8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 시장, 손학규 전 경기 지사 3명을 대상으로 그 리더십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 장단점을 정리했다. 윤중로 포럼은 3년 전부터 각종 정치현안 및 사회적 이슈에 대해 꾸준히 토론활동을 벌여왔다.
<일요신문>은 빅3의 리더십을 분석한 문건을 단독 입수, 중요한 부분을 간추렸다. ‘윤중로 포럼’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정의화 의원실의 정원동 보좌관은 “주관적 견해가 담겨있을 수도 있다는 점, 어디까지나 토론자료이니만큼 특정 주자에 대한 호 불호로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먼저 문건은 손학규 전 경기 지사를 거론하며 그의 장점에 대해선 크게 다음 다섯 가지를 꼽았다. △시대정신에 충실한 리더십 △합리적 중도개혁의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 △저평가 우량주로 평가되는 부분(기자들이 꼽은 대통령감 1순위) △진보적 자유주의 마인드가 그것이다. 전체적인 타이틀은 ‘시대정신에 충실하고자 하는 합리적 중도개혁, 통합의 리더십’.
‘시대정신에 충실한 리더십’이 장점으로 꼽힌 것은 경기도 지사 재임 시절 이뤄낸 업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문건은 손 전 지사가 도지사 재임 시절 높은 업무실적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음을 지적하고, 특히 파주 LCD 공장 유치와 경기도 영어마을을 만든 것을 손 전 지사의 주요 업적으로 꼽고 있다. 손 전 지사가 해외투자단 유치사업을 벌였을 당시 유치단에 동행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의 강행군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유치단에 처음 초청됐을 때는 즐거운 마음이었던 사람들도 다음날 아침 손 전 지사가 조찬설명회를 시작으로 하루에 4~5곳 이상씩 찾아다니면서 점심도 김밥이나 기내식으로 때우며 일하자 기가 질리곤 했다는 것이다.
또한 손 전 지사의 리더십 장점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근래 정치권에서 부각되고 논의되고 있는 ‘중도개혁’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 문건은 <한국일보> 황영식 논설위원이 손 전 지사에 대해 쓴 다음과 같은 글을 인용하고 있다. “개발독재와 그 대칭점의 민주화 운동이 낳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나 강력한 추진력이 아니라 국민다수와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합리적 지도력, 특정지역·계층의 이익 고려나 피해의식과 거리를 둔 사회적 중간층의 의사를 존중할 줄 아는 중도노선, 안정 성장으로 실질적 삶의 향상을 가져온 실용주의적 개혁노선이 중요하다. 현재 거론되는 예비후보들 가운데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손학규 경기도 지사다.”
손 전 지사 스스로도 ‘통합의 리더십’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민주화와 세계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정신”이며 “권위주의적 리더십도 저항적 리더십도 지금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언급한 부분을 문건은 주목하고 있다.
문건이 주목하는 또 한 가지는 손 전 지사가 ‘저평가 우량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가 중소기업인, 국회보좌진, 또 정치부 기자들이 뽑은 대통령감 1순위에 각각 기록되기도 했음을 주목하는 문건에는 한 네티즌의 의견을 덧붙여 놓았다.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우량주’를 알아보는 것은 애널리스트이듯이 정치시장에서 그걸 알아보는 것은 기자아니겠느냐. 아마 국민들에게 손 전 지사가 좀 더 알려진다면 국민의 평가가 확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에 대해 손 전 지사 스스로는 “때가 되면 바람이 불 것이고 바람이 불면 열매가 맺지 않겠느냐”는 말로 답변을 대신한다. 이에 대해 보좌진들이 분석한 첫 번째 이유는 “정치적 DNA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한 보좌진은 “손 전 지사의 장점이 많지만 이를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시장 역시 “손 전 지사가 경기도 외자유치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국민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한다. 손 전 지사의 캠프에서도 손 전 지사가 ‘대중을 끌어당기는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손 전 지사에게는 본선보다 더 어려운 것이 당내 경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점, 영남을 텃밭으로 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에서 ‘경기도 시흥’출신이라는 점도 이 문건은 약점으로 분석했다.
이명박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은 ‘치밀하면서도 강력한 추진력의 현장 중시형 CEO 리더십’으로 분석됐다.
세부 사항은 모두 여섯 가지. 먼저 이 전 시장은 ‘불도저’로 불릴 만큼 대단한 추진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건은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의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이 전 시장과 가까이 있어본 사람이라면 불도저보다는 그의 치밀함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안다” “불도저는 뒷부분만 보고 하는 말이다. 확고한 비전, 치밀한 계획과 컨센서스 그리고 효율적 집행이 이명박 리더십의 요체다. 차라리 컴도저(컴퓨터+불도저)라는 별명이 제격이다.”
뿐만 아니라 문건은 측근들 모두 ‘불도저’라는 말 앞에 ‘주도면밀’이나 ‘여우 같다’는 수식어를 붙여야 한다고 설명하며 이 전 시장 본인도 자신을 ‘불도저’라고 지칭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현장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리더십’도 이 전 시장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 전 시장은 청계천 회의 당시에도 실무자까지 모두 참석시켜 미세한 부분까지 의견을 들으며 체크했다고 한다. 또한 참모진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부분 중 하나는 ‘비생산적인 잡담’을 가장 싫어한다는 점으로 이 전 시장은 그럴 바엔 차라리 혼자 생각하고 책을 읽는 게 낫다고 말한다는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문건에는 이 전 시장이 가진 ‘CEO형 리더십의 조건’이 정리돼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점은 ‘어떤 상황이든 대안을 마련해 둔다’는 것. 대안이 많을수록 실패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 이 전 시장은 청계천 사업이나 교통정책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각의 경우마다 대안을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문건은 대권주자로서의 이 전 시장이 가진 단점도 날카롭게 지목하고 있다. 먼저 ‘재산 의혹’과 ‘선거법 위반’으로 인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음을 언급하며 이 전 시장 측이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해명에 나섰지만 어딘가 명쾌하지 않은 구석이 남아 있다는 인식은 이 전 시장으로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문건은 요약하고 있다.
또한 ‘독단적인 이미지’도 이 전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 전 시장은 회의에서도 모든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지만 ‘안 된다’고 대답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이 점은 일을 헤쳐 나가는 것에는 강점으로 작용하겠지만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역면제’ 사실도 이 전 시장이 가진 단점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수차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나름의 설명을 내놓고 있으나 명쾌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문건은 ‘이념과 지역, 연령 그리고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에피소드도 소개됐다. 지난 2004년 총선 때 <대장금> 주제곡 ‘오나라’를 로고송으로 하기 위해 정당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었는데, 당시 작곡가가 ‘(한나라당은 싫지만) 박근혜 대표를 보고 ‘오나라’ 로고송 권리를 한나라당에 주었다’는 것. 또한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서 낮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과 달리 박 대표는 50%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문건은 소개했다.
‘정보화, 세계화, 민주화 시대를 이끌어 갈 선진화시대의 21세기형 리더십’도 박 대표의 장점으로 꼽혔다. 박 대표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을 구사할 줄 안다고 한다.
문건은 박 전 대표가 ‘여성’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분석했다. 박 대표가 사람을 만날 때 부드럽고 평안하게 해줌으로서 ‘모성 정치의 영역’을 넓혔다는 것. 모성정치에 대해 ‘유약하다’고 평가하는 반론도 있으나 박 대표가 5년 동안 퍼스트레이디를 했던 경력은 이를 잠재울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고 문건은 분석했다. 문건은 또 박 대표가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으며 전여옥 최고위원이 “권력의 무상함, 처절함, 허망함을 박근혜보다 더 잘 아는 정치인이 있을까”라고 평가한 대목도 소개했다.
또 문건에서는 박근혜 리더십의 요소로 ‘절제와 원칙 약속 책임, 애국주의, 과학기술의 중시’ 등도 높게 평가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박 전 대표는 주요 정치 지도자 중 거의 유일한 이공계 출신.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사학과를 원했지만 박 전 대표는 전자공학을 택하면 뭔가 국가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우겨서 택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박 대표의 단점 중 가장 크게 손꼽은 것은 ‘스킨십 부족’이었다. 술을 자제하고 ‘2차 술자리’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기 때문으로 이는 그가 남성들보다 불리한 상황이라고 문건은 지적했다. 또 ‘사생활이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다. 한 보좌관은 “대중들은 신비함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리감을 느끼는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박 대표의 단점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실제 능력보다는 이미지로 정치한다’는 쓴소리를 종종 들으며 손 전 지사와 이 전 시장이 각각 민심대장정, 정책탐사를 통해 눈에 띄는 콘텐츠를 제공했던 것에 반해 박 대표는 상대적으로 뒷짐을 지는 듯했다고 이 문건은 소개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