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0일 ‘마린보이’ 박태환이 전국체전 이후 다시 몸을 물에 담갔다. 내년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대비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것이다. 또 다른 세계제패를 위해 다시 시동을 건 셈이다. 모든 훈련이 중요하지만 여름철이 시즌인 수영선수들에게 동계훈련은 건축에서 주춧돌을 쌓는 것처럼 더없이 중요하다. <일요신문>이 ‘박태환의 겨울나기’를 취재한 결과 박태환 전담팀이 ‘국내-노민상, 해외-외국인코치’라는 이례적인 훈련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처음 확인했다. 또 여기에 특급연예인 못지않는 경호 등 일상생활도 흥미로웠다. 마린보이의 겨울을 들여다봤다.
현재 박태환은 태릉선수촌에서 수영국가대표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선수들이 입촌 훈련을 하고 있는데 박태환만 출퇴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태환을 발굴해 길러낸 ‘마린보이의 명조련사’ 노민상 대표팀 감독은 “박태환에게는 전담팀이 있다. 모든 것을 전담팀과 협의하는데 일단은 입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0일 결성된 SK박태환전담팀의 관리를 받고 있는 박태환은 입촌 대신 서울시내 한 병원과 피트니스센터에서 재활 및 웨이트트레이닝을 따로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태릉훈련은 오후에만 참가하고 있다.
태릉으로 이동할 때는 승용차나 SK전담팀이 갖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한다. 훈련 등 공식 일정에서는 스피도 시절부터 함께했던 손석배 팀장 등 5명이 함께한다. 종종 박태환이 자신의 승용차로 움직일 때도 있다. 박태환의 승용차는 최신형 아우디다.
이 아우디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태릉수영장은 바로 옆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오후 훈련을 준비하던 노민상 감독에게 태릉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멋진 외제차가 눈에 띄었다. “이야, 태릉에도 저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네. 저거 누구 차인지 아는 사람 있어?” 노 감독의 물음에 선수들은 잠시 웃음을 지으며 쭈뼛거리다 한 선수가 대답했다. “저거 태환이 차예요.”
노민상 감독은 “대학생활은 개인적으로도 원하던 바였다. 운동뿐 아니라 공부나, 사회생활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선수로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수영 국가대표는 12월부터 12주간의 진짜 동계훈련에 들어간다. 학교도 방학을 하는 만큼 태릉과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내년 시즌에 대비한 확실한 몸만들기에 착수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태릉에서 훈련을 실시하지만 2~3주는 날씨가 따뜻한 미국, 호주, 괌 등으로 장소를 옮겨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도 12주훈련에 동참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SK박태환전담팀이 조금 다른 계획을 내놓았다. “국내에 있을 때는 태릉훈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가대표와 함께 훈련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는 좀 다르다. 국가대표 전지훈련과는 상관없이 박태환전담팀 차원에서 별도의 해외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손석배 팀장의 설명이다.
그럼 해외훈련은 지도자 없이 하는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 의문에 대해 손 팀장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도자가 박태환 선수를 가르칠 것이다.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는데 그 지도자가 있는 곳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갈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민상 감독은 “다른 걱정은 없다. 다만 워낙에 (박)태환이가 국민적인 영웅이 된 까닭에 주변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자유시간을 잘 활용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