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아나운서 최강인터뷰 버저비터] 원주 동부 새 사령탑 강동희

마음 고생에 잠도 못 이뤄요

	▲ 박은숙 기자 [e-mail]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평가받고 있는 강동희 코치가 지난 4월 27일 원주 동부의 새 감독으로 취임했다. 그동안 부산 KTF로 이적한 전임 전창진 감독 밑에서 착실하게 지도자 수업을 받아온 강 감독은 최근 자신을 보좌할 코치로 정한신(전 오리온스 코치)과 이세범(은퇴)을 지명했다. 갑작스런 감독 승격으로 아직 얼떨떨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강 감독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의 강한 면모를 계승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갑작스런 위상 변화에 살짝 긴장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다음 시즌을 위해 팀의 새로운 밑그림을 구상하고 있는 강감독과 지난 28일, 신사동 한 식당에서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정지원(정): 최근 언론사들과의 인터뷰에서 ‘과정’을 중시하겠다고 선언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강동희(강): 코치를 맡아 선수들의 모든 훈련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당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였어요. 평소 훈련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는 선수들은 결국 실전에서 그 열매를 딴다는 거죠.

정: 강 감독의 말에 의하면 전체적인 팀 훈련 외에도 저마다 개인적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있나요?

강: 저는 ‘노력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좋은 예로 최근 서울 SK로 트레이드된 주희정 선수가 있죠. 한때 슛 능력이 떨어져서 한계를 드러냈는데 노력으로 약점을 극복해냈어요. 지금은 얼마나 슛이 정확합니까. 또 올 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울산 모비스는 물샐 틈 없는 조직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죠.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정: 향후 동부의 팀 컬러와 연습 과정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엄청난 경쟁과 지옥훈련이 예상되는군요?
강: 이름만으로 농구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어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진정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죠. 또, 고참이니까 출전을 보장받고 훈련도 적당히 하던 시대 역시 지났어요.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고참들을 능가하는 실력이 나온다면 과감하게 실전에 기용할 거예요.

정: 어제 취임식을 치른 신임 감독으로서 지금 솔직한 심정은 어떤가요?

강: 선수 시절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허재, 김유택 등 뛰어난 선배들을 만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죠. 코치 시절에는 전창진이라는 명감독 밑에서 제 역할만 충실히 수행했어요. 솔직히 그동안 힘든 줄 모르고 살았어요. 막상 감독이 되고 보니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농구 선수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감독 아니겠어요? 제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가 걱정돼요. 마지막 결정을 제가 해야 되는 상황이 부담스럽긴 해요. 책임감과 중압감이 동시에 밀려오는 걸 느끼니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 지난해 통합우승을 했던 동부지만 올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전력이 하향세를 긋는 모습을 드러냈는데 상대적으로 전주 KCC 등 다른 팀들의 급격한 오름세가 신임 감독에게 커다란 걱정거리일 수도 있겠어요.

강: 물론 주변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우려하고 있어요. 그동안 전 감독께서 10년 동안 팀을 너무 잘 이끌어 오셔서 분명히 부담스럽긴 해요. 하지만 동부에는 김주성, 윤호영 등 뛰어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팀이 다소 하향세에 놓여 있다는 점이 제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고 그 부분을 잘 극복해서 제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요.

정: 강 감독은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는데 공교롭게도 동부의 가장 약한 포지션 역시 포인트가드네요? 어떻게 보완할 건가요?

강: 저희 팀에는 베테랑 표명일과 중고참 김진호 그리고 신인 유광식이 포인트가드인데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유도해야죠. 특히 신인 유광식의 잠재력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한 숙제예요. 또, 필요하다면 FA가 되는 선수들 중에서 보강할 생각도 있어요. 가드가 넘치는 팀들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올해 LG의 박지현 선수가 FA인데 우리 팀에도 잘 맞는 선수가 아닌가 싶어요.

정: 얼마 전 선배인 허재 KCC 감독이 “정말 무서운 놈이 왔다”고 말했는데(웃음) 그건 어떤 의미인 것 같아요?

강: (웃음) 허 감독이 정말 제가 무서워서 그런 말을 했겠어요? 그 분은 이 세상에 무서운 사람이 없는 사람이에요(웃음). 제가 엄청난 성적을 올릴 감독이라는 의미가 아니고요. 그냥 농담으로 한 얘기예요. 굳이 의미를 찾자면 스타 출신이지만 지도자 수업을 착실하게 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정: 코치 생활 5년 만에 결국 사령탑에 올랐는데 어머니와 부인 등 가족들 반응이 궁금해요.

강: 물론 농구의 가장 높은 자리니까 어머니는 물론 와이프도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하지만 남편이 이렇게 잠도 못자고 맘고생하고 있는 건 모를 거예요(웃음).

정: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면서도 겸손한 성품에 편안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이에요. 스스로 노력한 결과인가요? 아니면 타고난 건가요?

강: 제 성격은 하늘이 주신 그대로에요. 천성이 좀 유한 편이죠. 선수 시절부터 주변에 강한 분들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잘 맞추고 조화를 이루는 게 몸에 뱄어요. 사실 제 성격이 지도자로서 적합한 성격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임 전 감독님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수들에 대한 깊은 배려로 팀을 잘 이끄셨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좀 부족한 면들이 많아요. 하지만 타고난 게 그런데 어쩌겠어요?

강동희 감독은 그야말로 최고의 엘리트 코스만 거쳐 온 몇 안 되는 농구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승격은 동기생이나 후배들보다 조금 늦었다. 현역 생활도 남들보다 오래 했고 코치생활 기간도 결코 짧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강 감독의 농구가 기대된다. 흔히 말하는 ‘준비된 감독’이 바로 강동희가 아닐까 싶다.

결과보다 과정을 가장 중시하는 강동희 감독.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넉넉한 미소로 다음 시즌 우리에게 더욱 재미있는 농구를 선사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CJ미디어 아나운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