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지난 4월 8일 유럽 통합특허법원(UPC) 뮌헨 지역부에 앤커를 상대로 무선충전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LG이노텍도 같은 달 30일 같은 법원에 별도 침해소송을 냈다. 두 사건의 피고에는 앤커 싱가포르·영국·독일·네덜란드 법인 등 6개 법인이 이름을 올렸다. 앤커 측은 지난 9월 18일 LG전자 특허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10월 2일에는 LG이노텍 특허에 대해서도 무효 소송을 냈다.
LG전자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충전 도중 배터리 잔량이나 기기 온도, 충전기의 공급 여력 등이 달라질 때 충전기와 스마트폰이 정보를 다시 주고받아 충전량을 조정하는 기술이다. LG이노텍 특허는 충전기가 현재 보낼 수 있는 전력량을 스마트폰에 알려주면 스마트폰이 그 범위 안에서 필요한 양을 정해 요청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충전량과 속도를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는 것은 무선충전의 효율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화재 등을 예방하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기술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적용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이 소송에 내세운 두 특허는 Via가 Qi 표준 구현에 필수적인 특허로 평가해 무선충전 특허풀에 포함한 특허다. Via는 여러 기업의 특허를 한데 모아 제조사에 사용권을 제공하는 글로벌 특허풀 운영사다. Qi는 무선전력컨소시엄(WPC)이 정한 무선충전 표준으로, 이 규격대로 제품을 만들 때 반드시 사용하게 되는 특허를 표준필수특허(SEP)라고 부른다. Via 특허풀에서는 LG전자와 LG이노텍의 두 특허를 이런 SEP로 분류하고 있다.
저스투스 바론 미국 노스웨스턴대 프리츠커 로스쿨 법·비즈니스·경제센터 연구책임자는 일요신문에 “Via와 같은 특허풀 운영사는 민간 전문가를 통해 특허가 해당 표준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지를 심사한다”며 “공개된 특허 목록은 제조사가 어떤 특허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코터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 교수도 “필수성 심사를 거쳤다면 피고 제품이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르헤 콘트레라스 미국 유타대 로스쿨 교수는 “필수성 심사는 특허풀 측 변호사들의 판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렘리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도 “표준에 꼭 필요한 특허라고 주장됐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최종적인 필수성 판단은 법원이 내린다”고 말했다.
법원이 특허의 유효성과 표준필수성을 인정하면 앤커는 독자 개발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특허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렘리 교수는 “해당 특허가 실제로 해당 표준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면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며 “피고가 제품을 자체 개발했다는 사정도 특허법상 방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LG는 과거 모바일·무선충전 사업에서 확보한 특허를 실제 로열티 수익으로 연결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UPC의 판단은 앤커의 유럽 사업과 LG의 후속 라이선스 협상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앤커는 유럽에서 빠르게 사세를 키우고 있다. 2025년 유럽 매출은 81억 51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43.48% 늘어 전체 매출의 26.71%를 차지했다. 같은 해 충전·에너지저장 사업 매출은 154억 200만 위안으로 전체의 50.47%에 달했다.
UPC가 LG의 손을 들어주고 판매금지명령까지 내리면 앤커가 빠르게 키워온 유럽 사업에도 일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UPC는 유럽특허의 침해와 유효성을 한 법원에서 함께 심리하며 판결 효력이 여러 가입국에 미친다. LG가 승소하면 국가별로 별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여러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제한할 수 있다.
LG가 이번 소송에서 특허의 유효성과 침해를 모두 인정받으면 다른 무선충전 제조사와의 라이선스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김용희 교수는 “승소하면 다른 업체들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특허를 다시 다투기보다 로열티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특허가 무효화되면 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회수할 기회와 향후 기대할 수 있는 로열티 수익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존에도 통신 특허를 활용해 라이선스 계약을 끌어낸 경험이 있다. 2018년 유럽 스마트폰 업체 위코를 상대로 LTE 표준필수특허 침해소송 3건을 제기해 독일에서 승소한 뒤 2021년 위코 모회사 티노모바일과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미국 스마트폰 업체 BLU와도 특허분쟁을 거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에는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한층 확대했다. LG전자는 2022년 정관에 특허 등 지식재산권 라이선스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고 지난해에는 아마존과 와이파이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번 앤커 소송도 과거 사업에서 확보한 무선충전 특허를 새로운 라이선스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