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는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 전남 나주시와 보성군에 대한 공직 감찰을 벌였다고 한다. 5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들이 전·현직 단체장과 부단체장에게 관행처럼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진행된 감찰이다.
행자부의 감찰 결과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나주시 5급(과장) 이상 간부급 공무원들이 상조회비에서 2015년 5월 시장 생일 선물로 순금 10돈짜리 행운의 열쇠를 전달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2013년 12월에도 공무원들이 당시 시장에게 같은 종류의 생일 선물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청 간부들은 이밖에 상조회비로 2015년 6월과 10월 부시장 2명에게 각각 순금 5돈으로 만들어진 황금 거북을 생일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행자부는 또한 지난 2015년 당시 보성군의 한 간부가 상조회비로 수차례에 걸쳐 군수 해외 출장 때 총 400만 원을 경비로 쓰라며 수행 공무원에게 전달한 사실도 파악했다. 일부에서는 의회 행사 때도 상조회비를 통해 선물이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지역 대다수 자치단체에서 간부 공무원들이 상조회를 운영하고 있고, 이 같은 관행은 일선 시·군에서 대부분 비슷한 형태로 이뤄진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상조회비에서 염출했더라도 윗사람 기념일에 고가의 선물과 현금을 거리낌 없이 건네는 것은 전형적인 권위주의의 잔재라 하겠다. 이를 지켜본 하위 공직자나 고달픈 서민들이 느꼈을 위화감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행자부는 연루자에 대한 경징계를 요청했지만 전남도가 이를 불문 처리한 것도 문제다. 사실상 ‘상납’이나 다름없음에도 전남도는 관행을 구실로 징계 없이 근절 지시 공문만 내렸다고 하니 제 식구 감싸기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니 도청 4급 이상 공무원들이 대접받기 위해 너도나도 부단체장을 선호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시가 200만원에 가까운 물품이 어디 마음의 선물이라고만 하겠는가.
전남도는 올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 중 16위를 기록, 사실상 최하위로 처졌다. 2010년 12위, 2011년 15위, 2012년 14위, 2013년 13위, 2014년 13위에 이어 6년째 하위권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도지사가 대도민 사과를 하고 청렴도 최하위권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지금와서 보니 청렴도 하락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기관장 생일에 황금 열쇠나 황금 거북 선물인가. 그런데도 이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불문처리하는 식이라면 전남도의 청렴도 향상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 아닐까 싶다.
당초 취지에서 멀리 벗어난 제도나 관행 등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한 시점이다. 비단 나주시와 보성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남도와 일선 시군 곳곳에 쌓인 묵은 적폐는 모두 도려내야 할 환부다.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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