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파에 대한 친노진영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목포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모 회원 등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원내에서는 수적으로 통합파에 절대 약세이지만 친노 의원들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비대위를 압박해 전대 개최를 약속받는가 하면 당초 비대위가 지난주에 실시할 계획이었던 의원 대상 설문조사방안도 한시적이지만 연기시켰다. 친노성향 당원들은 10일 전국 당원대회를 개최해 전대 준비위 구성을 촉구하는 등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돌입한 형국이다.
또 청와대 정무특보인 문재인 이강철 특보는 당 안팎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는 등 외연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노사모 등 외곽 지지 모임도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노 대통령이 친노그룹을 원격 조종하고 있을 것”이란 의혹이 나돌 정도로 친노그룹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촉즉발의 대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는 여권 분열 정국에서 독자생존 모색 등 대반격 플랜을 모색하고 있는 친노그룹의 움직임을 진단해 봤다.
여권내 친노그룹은 친노직계 의원 모임, 개혁당 출신 의원 모임, 영남권 친노사단, 친노성향 중진, 노사모 등 외곽 지지 모임 등으로 구분된다.
청와대 참모 출신이 중심이 된 친노직계는 의정연구센터(의정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역인 이광재 이화영 백원우 서갑원 의원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원외 인사로는 안희정 씨와 신계륜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개혁당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에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과 강기정 김형주 김태년 박찬석 유기홍 이광철 의원이 소속돼 있다. 영남권 친노사단에는 김혁규 의원을 리더격으로 강길부 윤원호 장향숙 조경태 조성래 최철국 의원이 원내에 포진해 있고 청와대 정무특보인 문재인 이강철 특보가 원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희상 유인태 이해찬 김원기 의원 등은 대표적인 친노성향 중진으로 분류되고 있고 노사모 등 외곽 지지 모임은 노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현역 의원 분포만 놓고 볼 때 열린우리당 의원 139명 중 친노그룹은 고작 20여 명에 불과하다. 당내 최대 계파인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이 통합신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적 열세는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친노그룹은 정면 대결을 불사한다는 각오다. 오합지졸인 100만 대군보다 소수 정예로 ‘일당백’을 감당한다는 강한 자신감도 묻어 있다.
친노그룹의 이러한 결전 의지와 자신감은 노 대통령과의 물밑 교감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비록 10%대라는 극히 낮은 지지율로 ‘식물 대통령’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임기는 1년 이상 남아있다. 권력의 칼자루는 여전히 노 대통령이 쥐고 있고 당의 진로 문제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정연과 참정연 등 소수 정예 친노 의원들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전대를 앞두고 대국민 설득을 위한 논리개발이나 당 사수 입장에 따른 정당성을 확보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영남권 친노사단은 취약지역인 영남권 세력 확장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고 친노성향 중진들도 통합파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는 등 ‘노무현 당’을 공고히 하는데 제 역할을 다한다는 각오다.
문재인 이강철 특보와 안희정 신계륜 씨도 외부 인사를 자주 접촉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안 씨는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인터넷 매체 인터뷰에 응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재개를 위한 몸풀기에 돌입한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기획통인 안 씨가 정계개편 및 차기 대선정국을 겨냥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실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은 무엇을 목표로 험한 항로를 자청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 및 차기 총선구도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통합파가 주장하는 대로 명분이 부족한 정계개편에 동참할 경우 정권 재창출은 물론 차기 총선에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란 현실론과 위기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독자 생존 쪽으로 목표를 설정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친노그룹은 수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친노성향 기간당원에 잔뜩 기대하고 있다. 대의원 선출권이 부여된 기간당원은 참여정부 초반에 50만여 명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8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올 초 당비 대납 사건이 터지면서 스스로 당원 자격을 내놓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탈하고 열성 당원들만 남게 된 것. 친노그룹은 이들 열성 당원의 성향이 개혁적이고 친노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친노파는 2월 전대를 통해 자신들이 지원한 인사들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 정계개편 주도권을 장악한 뒤 신당파를 축출하고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선출한다는 구상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지난 8월 “우리당과 함께하다 눈을 감고 싶다. 당의 고문이라도 하고 싶다”며 퇴임 후 구상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는 사실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통합파나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계개편 논의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퇴임 후 정치 구상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계개편 논의 자제 시한이었던 정기국회 일정이 끝남(8일)으로써 통합파와 친노그룹은 바야흐로 태풍전야를 맞이하고 있다. 또 해외 순방을 마친 노 대통령이 귀국하면서 정계개편 불씨는 또다시 활활 타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여권 분열 정국에서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의 대반격 플랜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