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6월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은숙 기자
그리고 또 말 그대로였다. 제1차 비대위 회의 직후 한 비대위원은 식사를 하던 중 자신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고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비상상황의 진지함과 엄숙함과는 거리가 먼 가벼운 반응이어서 다들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11명이나 되는 까닭에 시간이 되는 대로 회의를 열어야 함에도 “휴일에는 절대 안 돼”라고 말한 비대위원도 있다는 전언이다. ‘전당대회 관리+무소속 당선자 복당+혁신안 마련’의 3대 과제를 두고선 좀 더 학습할 필요가 있으니 나중에 논의하자는 분위기도 조성됐다고 알려졌다. 당 소속 비대위원들도 회의를 마칠 때마다 “오늘도 별 거 없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그런데 이런 봉숭아학당 같던 비대위가 순식간에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을 전격 결정하면서 위상이 뒤바뀌었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6·16쿠데타’로 볼 수 있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결정된 것이다. 이날 오전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회의를 재구성하면 이렇다.
예정대로 이날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7명 의원의 복당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다. 이날 오전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유승민 윤상현을 뺀 5명의 복당부터 이뤄지고 2명은 전당대회 이후 신임 지도부에서 의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실상 친박계가 이런 분위기를 정했고 비대위도 다소 느슨하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11명의 비대위원이 아닌 사람은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래서 친박계 공격수인 김태흠 사무부총장도 나왔다. 한 외부 비대위원이 “자꾸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자고 하는데 무제한 토론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다 입장이 섰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누군가 “선택의 문제지 옳고 그르다 문제는 이제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무소속 복당 문제를 우리 비대위에서 결정할 것인지 전당대회로 들어오는 신임 지도부에서 결정할 것인지 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서 “차기 지도부는 결정 못한다. 우리가 하자”는 쪽과 “당원들의 의견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나뉘었지만 전자 쪽 분위기로 흘렀다.
그 뒤 곧바로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이런 문제를 그런 식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고 말렸고, 일부 비대위원과는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특히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늘 처리하자는 비대위원들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를 묵살하는 건 중대한 범죄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투·개표 결과 발표를 마친 뒤 정 원내대표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실을 나오며 ‘범죄’라는 말을 여러 번 중얼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정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두 차례 사과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무소속 복당 문제를 ‘오늘 끝낼 것이냐, 다음으로 미룰 것이냐’를 두고 무기명 투표를 했고 오늘 끝내자는 쪽이 우세해 2차 투표로 이어졌다. 2차 투표는 ‘일괄복당이냐 단계별 선별 복당이냐’였고 일괄복당으로 결정됐다. 11표의 결과를 보다 6표가 나오자 더 볼 것도 없이 개표를 접었다고 한다.
투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부 비대위원이 모조리 복당에 찬성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일부 내부 비대위원의 복당 찬성표가 있었던 것이 된다. 자신을 ‘낀박’으로 부르는 정진석 원내대표, 김무성 전 대표와 친한 권성동 사무총장, 비박계 쇄신파 김영우 비대위원 정도가 일괄복당 쪽이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친박계는 곧바로 “쿠데타가 일어났다”며 반발했다. “의총을 열어서 결정하자”는 말도 나왔다. 한가하게 보이던 비대위가 가장 뜨거웠던 복당 문제를 불과 2시간30분 만에 풀어버리자, 당 안팎에선 “선무당이 사람을 제대로 잡았다”는 말이 나왔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