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출판 메카 전주의 옛 명성 되찾기 노력
전주 완판본 삼국지 원본
[전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전주완판본 서적도 전주한지로 다시 태어난다.
30일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전라감영에서 간행되었던 완판본 서적 70여 권을 한지에 복본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복본은 서적의 멸실에 대비하고 전시·홍보 등 문화사업의 아이템으로 활용함으로써 한지산업의 중심지인 전주의 기록문화 전통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한다.
‘전주 완판본 서적 복본화 작업’은 완판본 서적에 있는 모양, 크기, 글씨 등 원형 그대로 전주한지에 재현하는 것이다.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전주에서 찍은 책들을 토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주문화재단이 펴낸 도록 ‘전주의 책 완판본 백선’에 소개된 ‘주자서절요’를 비롯해 전라감영에서 만든 동의보감, 책판, 열여춘향수절가, 심청전, 퇴별가, 붓글씨로 직접 쓴 소대성전, 심청전, 논어, 대학, 명심보감, 천자문 등이다.
전주 완판본 서적 복본화 사업은 타 지역의 한지가 아닌 전주 전통한지로 복본하는 사업으로 전주 전통한지 제작 기능의 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완판본 서적에 사용될 전통한지는 조선왕조실록용 보다 중급지 이하의 한지가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조선시대 제작 당시 낮은 등급의 전통한지가 사용된 데 따른 것이다. 현대 출판산업에 있어 전통한지를 일반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인쇄용 전통한지 품질 규격안’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다.
완판본(完板本)은 옛 전주를 뜻하는 ‘완산(完山)’의 ‘완(完)’과 목판으로 인쇄한 책을 뜻하는 ‘판본(板本)’이 합쳐진 것이다.
좁게는 조선시대 전주 지방에서 출판된 방각본(坊刻本), 넓게는 전라감영이 관장하는 지역이었던 전라도와 제주도까지 포함해 해당 지역에서 출간된 책을 가리킨다.
완판본은 우리나라의 기록, 출판문화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 역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을 통한 전통한지 복원이 한지산업의 고급화, 복본 제작 기술이 인쇄산업 접목을 통해 대중화의 길을 제시했다면, 이번 완판본 서적의 복본화 사업은 도서출판 시장 개척을 위해 시도되는 사업이다.
전주 완판본 서적은 조선시대 베스트셀러를 출판했던 서적들로 이뤄져 있어 복본 작업이 완료되면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동철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새로운 출판 콘텐츠와 유통 모델을 원하는 출판업계에 이번 완판본 복본화는 관련 분야 전문가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문호가 확대돼 도서출판의 가능성을 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완판본을 널리 알려 한국 출판 시장의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는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본인 전주사고본(태조∼명종) 614책, 태백산사고본(선조∼철종) 588책을 전주 한지로 인쇄해 복원하는 사업을 이달 안에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2008년 사업에 착수한 지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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