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남에게 대가 없이 베푸는 자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내용의 통계 조사를 발표해 주목을 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심리학자 스테파니 브라운 박사는 학술지 <심리과학> 최근호에서 지난 5년간의 추적조사를 바탕으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선정한 4백23쌍의 노인 부부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 5년이 지난 후까지 생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가운데 여성의 72%, 남성의 75%가 지난 1년 사이에 아무 대가없이 남을 도와준 일이 있음을 밝혀냈다.
브라운 박사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남에게 대가없이 베푸는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사망할 확률이 60%가량 줄어든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꾸로 얘기하면 남을 전혀 돕지 않는 사람은 베푸는 사람보다 일찍 죽을 가능성이 배 이상 높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도움을 받는 사람의 수명이 더 길어진다’는 종래의 연구보고서들과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선이 건강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이론은 일본인 의사 하루야마 시게오의 저서 <뇌내혁명>에서도 주창된 바 있다.
심리학자 마슬로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욕구는 생리욕구-안정욕구-소속감과 사랑에 대한 욕구-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자아실현의 욕구라는 5단계로 발전해 간다. 하루야마 시게오는 성욕이나 식욕같은 기초단계의 욕구는 일단 충족되면 쾌감이 줄어들고 이 단계를 넘어 과식하게 되면 오히려 고통으로 변하는 네가티브 피드백이 작동하지만 고등한 욕구일수록 그 영향이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해부학적으로 최상위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두엽야에서는 얻어지는 쾌감은 네가티브 피드백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무한히 확대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전두엽야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자선과 같이 남에게 베풀 때다.
두뇌가 쾌감을 느낄 때는 엔돌핀 류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주므로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인간의 자연수명은 1백25세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하루야마 시게오는 이 밖에 ‘플러스 발상법’이 면역력을 높이고, 밝은 마음이 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며, 사랑하는 마음은 노화를 억제한다고도 주장했다.
긍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감기에 덜 걸린다는 사실은 최근 미국내 연구에서도 통계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어려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한층 움추러들게 되는 한겨울. 남 모르게 베푸는 세밑 온정이 남에게 줄수 없는 즐거움과 건강으로 되돌아온다는 이 매카니즘은 인간이 서로 돕고 살아가게 하기 위한 신비한 신의 장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