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배둘레를 재고있다. 배둘레가 엉덩이 둘에보다 굵으면 보통 위험한 비만으로 진단된다. | ||
서울백병원 비만·체형관리센터가 최근 남녀 직장인 7백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의 28.6%, 여성의 21.5%가 복부비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4~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 센터 강재헌 교수는 “복부비만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가 2∼3년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요청했다.
비만은 몸 전체, 혹은 각 부위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특히 위험한 것은 복부비만이라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동맥경화 중풍과 허혈성 심장질환 등 만성적 성인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부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은 배와 엉덩이둘레의 비교 비율이다. 배꼽 높이에서 측정하는 배 둘레의 길이를 엉덩이 높이의 둘레 길이로 나눈 수치가 측정 기준이 된다.
이 비율이 남성은 0.95, 여성은 0.8를 넘으면 복부비만으로 판정된다. 허리둘레가 통상 남성 90cm(36인치), 여성 80cm(32인치)를 넘으면 복부비만일 가능성이 높다.
주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공무원 강아무개씨(42세). 키 172cm 체중 82kg으로 체중은 40대 들어 15kg이나 늘어난 수치다. 다른 곳보다 유난히 배에 살이 붙어 허리둘레는 38인치. 평소 술을 좋아하고 회식자리가 많아 자주 술을 마시는 편인데, 안주는 주로 갈비나 삼겹살 같은 기름진 것을 먹었다. 식사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구내 식당에서 해결하지만 저녁만은 푸짐하게 먹어야 먹은 것 같다.
한편 운동량은 절대 부족. 평일은 시간이 없어서, 모처럼의 휴일은 늦잠을 자고 나면 역시 여유시간이 없어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한다. 체중이 늘어서 고민이기는 했지만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려니 생각하던 차에 받은 정기 건강검진에서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발견됐다.
강씨는 즉시 비만클리닉을 찾았고, 회식과 음주로 인한 열량이 식사로 인한 열량보다 많으므로 음주량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매일이다시피 하던 음주를 주 1회 이내로 줄이고, 음주량도 소주 한 병 이내로 줄였다. 섭취 열량은 1,800kcal로 정하고, 헬스클럽에 나가 하루 1시간씩 의무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 후, 체중은 70kg으로 줄고, 지방간과 고지혈증도 사라졌다.
성인병이 나타난 초기에 철저한 비만관리에 돌입함으로써 별도의 약물치료 없이 원상을 되찾았던 셈이다.
직장인들은 흔히 불규칙한 식사와 과도한 음주 흡연 스트레스, 그리고 운동량 부족 등으로 복부비만이 된다(흡연 남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복부비만이 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신체 활동량이 줄어든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몸무게로 나타나는 비만보다 허리 치수로 측정할 수 있는 복부비만이 건강에는 더 위협적이라고 말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복부비만이 있으면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 심장병 등 여러 가지 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대사증후군’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복부비만이 나타나더라도 조기에 관리와 치료를 시작하면 성인병이 나타나기 전에 쉽게 개선할 수 있다. 합병증의 초기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비만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의 전 단계인 내당능 장애 단계에서 복부비만을 치료해 내장지방의 양이 줄어들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어 정상이 된다.”
남성의 복부비만은 배와 허리 전체가 둥그렇게 살찌는 ‘단지형’과 배만 앞으로 늘어지는 ‘붕어형’ 두 가지로 나누는데, 붕어형이 더 위험하다.
단지형은 배의 피하에 지방이 축적된 피하지방형 비만인 데 반해 붕어형은 뱃속에 지방이 많이 차 있는 복강형(내장지방형) 비만이기 때문이다. 뱃속의 내장지방은 피하지방에 비해 혈액으로 쉽게 흘러들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게 된다.
얼마 전에는 비만이 아니더라도 복부에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유전자가 손상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내장 사이사이에 지방이 많으면 혈액 속에 중성지방이 대사되지 않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혈관 내피세포와 유전자를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복부비만이 의심될 때는 정확한 내장지방의 상태를 판정하기 위해 여러가지 의학적 검사를 받게 된다.
체지방 검사는 물론 내장 지방의 양을 측정하기 위한 체지방 CT나 간기능 지질 혈당 심장 등에 대한 체크도 받을 필요가 있다. 비만과 함께 다른 질환이 시작되고 있는지를 가리기 위한 검사다. 여기에 식습관 평가나 체력평가 등도 기본이다.
복부비만으로 판정되면 본격적인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식이요법과 운동이고 상태가 심각할 때는 약물치료나 지방제거 같은 수술요법까지 고려하게 된다.
▲식이요법=일단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아무리 줄이더라도 기초대사율보다는 더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보통 하루 섭취 권장량의 60∼7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보다 적게 먹으면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 분해되어 에너지로 이용되므로 건강을 해치게 되고 기초대사율이 더 떨어져 결국 비만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강재헌 교수는 “체격에 따라 다르지만, 바람직한 식사량은 비슷한 키의 사람들이 보통 먹는 양의 60∼7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고 조언한다.
▲운동=운동하는 동안 열량이 소모되는 효과 외에도 신체의 기초대사율을 올려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지속적으로 지방이 소모돼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운동 중 체지방을 연료로 소모시키는 효과가 특히 크다. 1주일에 3∼5회, 1일 1∼2시간 정도의 운동량이면 적당하다.
▲약물치료=심각한 복부비만인 경우 필요하다면 약물요법과 수술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비만치료제로 FDA의 공인을 받아 시판되는 약은 제니칼과 리덕틸 2개뿐. 모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최초의 공인 치료제인 제니칼은 지방의 소화 흡수를 방해하는 췌장의 지방분해효소 억제제. 섭취한 지방의 30%까지 대변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리덕틸은 몸의 기초대사율을 높이는 동시에 식욕을 억제하는 이중효과가 있으나 혈압과 맥박을 올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울혈성 심부전이나 부정맥,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뇌졸중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신장 또는 간기능 이상이 있을 때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인위적 추출법인 지방흡입술에는 초음파와 레이저 등도 이용된다. 수술을 한 후에 지속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지 않도록 해야 효과가 유지된다.
뱃살잡기 8 계명
1. 스트레칭을 자주 하라.
2. 하루 30분 이상 걸어라.
3. 세 끼를 꼭 먹어라.
4. 저녁은 늦어도 잠들기 4시간 전까지.
5. 천천히, 다소 부족한 듯 먹어라.
6. 식후에 바로 앉지 말라.
7. 술자리를 줄여라.
8. 술 마신 후 밤참을 먹지 말라.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백병원 비만·체형관리센터 강재헌 교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