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폐경기는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오른쪽은 환자를 진찰하고 있는 분당 차병원 김문종 교수. | ||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비만, 과음을 하는 사람, 혹은 고혈압이나 당뇨, 그리고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남성에게 특히 갱년기 현상이 잘 나타난다.
남성갱년기가 나타나는 시기는 삶에서의 절정기, 완숙기와 동시에 하향 곡선이 교차하는 때다. 이때 피로가 쌓이고 의욕이 떨어져 자신감을 잃어가는 남성갱년기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임에 틀림없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나타나는 증상이려니 하고 넘기기보다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매사 기운이 없고 일에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특별히 몸이 아프거나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몸에 이상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이유없이 피로가 쌓이고 기운이 떨어지며, 성욕이 저하되고 기능도 떨어져 부부생활이 예전 같지 않다. 당연히 자신감도 줄어들고 심리적으로 불안하며 무력감이 생긴다. 심하면 삶 자체의 의욕까지도 저하된다.
40대 이후 남성에게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은 남성갱년기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갱년기 여성처럼 온몸이 쑤시고 얼굴에 열이 나고 잠이 잘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도 안 될뿐더러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건망증도 잘 생긴다.
의학적으로는 여성갱년기에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남성갱년기라는 말보다는 ‘후발성 성선기능저하증’, 혹은 ‘남성노화증후군’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여성처럼 모든 남성이 갱년기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남성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이 다르다. 남성갱년기 환자는 40∼50대에서 8% 정도, 많게는 10∼15%라는 보고도 있다. 이후 나이가 들수록 비율이 높아져 70대에서는 30% 정도가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폐경을 맞아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여성과는 달리 남성의 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되는 것도 특징이다. 남성호르몬은 급격히 떨어지지 않고 점차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남성갱년기 증상의 가장 흔한 유형은 성욕감퇴. 성적 욕구가 감소하고 섹스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 성행위 도중의 발기력 감퇴, 성기능의 자신감 결여 등을 주로 호소한다. 참고로 40대 이후 남성의 80% 이상은 성욕감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잔뇨감이 있거나 야뇨가 생기는 등의 비뇨기계 증상도 많이 호소한다. 원인은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는 전립선비대증이다.
또 주의해야 할 것으로는 골다공증이 있다.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쉽지만 골반 골절에 의한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3배나 높다. 골다공증은 많이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으로 혈액검사, 골밀도 특수촬영 등의 검사를 받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위나 장 절제술을 받은 사람, 마른 체격의 남성은 골다공증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더욱 주의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는 평소 충분한 칼슘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현기증이나 안면홍조, 심계항진 등과 같은 순환기 장애도 잘 생기고 오십견, 요통도 발생한다. 허무감과 인생의 회의 때문에 우울증이나 신경과민, 집중력 상실 등과 같은 정신신경계 증상도 남성갱년기 증상의 하나로 나타난다.
한의학 고서인 <황제내경>에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남자가 마흔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쇠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치아가 상하기 시작한다. 마흔여덟이 되면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다. 쉰여섯이 되면 간장의 기운이 쇠하여 근육을 잘 움직일 수 없고, 정이 고갈되고 신장의 기운도 약해져 몸이 노쇠해진다. 예순넷이 되면 치아와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남성노화증후군’ 즉 남성갱년기 증상에 매우 부합하는 설명이다.
“옛부터 남자의 42세를 대액(大厄)이라고 하는 것은 이 무렵부터 몸에 하나 둘씩 병이 생기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갈등을 겪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은 설명한다.
남성갱년기 증상은 모두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표적 남성호르몬은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과 부신에서 분비되는 DHEA 등이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은 노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중 테스토스테론은 10∼12세에 증가하기 시작해 20대 후반 정도가 되면 성인 수준의 최고치에 달한다. 이후에는 약 10년마다 4%가량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정상적인 총 테스토스테론의 농도는 300~1200㎎/㎗이다. 이 농도가 250㎎/㎗ 이하로 떨어지면 남성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나이가 들면서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생성하는 라이디히 세포의 수와 기능이 감소하고, 뇌에서 남성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황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성호르몬 결합 단백질도 남성 호르몬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환경적 요인으로 흡연이나 음주 스트레스 영양부족 비만 등이 위험인자로 작용하며, 폐질환 같은 만성 질환이 있어도 남성 호르몬이 감소할 수 있다. 약물 중에서는 항우울제, 위장약, 이뇨제 등이 남성 호르몬을 감소시킨다.
남성호르몬의 부족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보통 아침에 피를 뽑아 혈중 남성 호르몬과 성호르몬 결합 단백질 수치를 측정한다. 또 만성 질환이나 약물 복용 등 남성호르몬이 감소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체크한다.
검사 결과 남성갱년기라는 진단이 나오면 부족해진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방법으로 피로감이나 성욕감퇴 등의 여러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호르몬 치료는 또 아직 나타나지 않은 증상이 찾아오는 것을 늦추어주는 효과가 있다.
현재 국내에는 남성 호르몬을 보충하는 약으로 경구용, 경피 흡수용 외에 바르는 겔, 그리고 주사 제제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먹는 경구용 제제로 복용후 2∼3시간 안에 혈중 최대 농도에 도달해 작용한다. 하루 2∼3회 식사 직후나 도중에 복용한다. 경피 제제는 어깨나 등, 대퇴부 등에 붙이는데, 부착 후 8시간부터 작용해 약 18시간 후에는 약효가 안정적으로 나타난다. 일부에서 가려움, 피부 발적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주사제는 저렴하고 쉽게 남성 호르몬 수치를 올릴 수 있는 반면 2주에 1번꼴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바르는 겔은 이용이 간편하다. 아침 출근 전에 화장품처럼 팔, 복부에 5g 정도 바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호르몬 치료는 특정 증상만을 겨냥해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매우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성 호르몬 치료도 마찬가지다.
분당 차병원 남성갱년기 클리닉 김문종 교수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거나 전립선암 환자, 전립선비대로 인해 소변을 보기 힘든 환자 등은 남성호르몬제를 사용한 후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전립선 질환이 있는 사람은 남성호르몬 치료를 받기 전에 반드시 비뇨기과 검진을 먼저 받고 안전성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젊은 남성에게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경우 신장에서 조혈 작용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에틴을 과도하게 자극해 적혈구 과다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붓는 증상과 체중 증가, 여드름, 여성형 유방 등의 부작용도 흔히 나타난다. 이때는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1∼2개월 정도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된다.
남성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치료에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경우에는 장기간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신도 혹시? 자가진단체크리스트
각 항목마다 증상이 없음(1), 조금 있다(2), 보통이다(3), 심하다(4), 매우 심하다(5)를 점수를 낸 합계가 17~26점이면 정상이다. 그러나 27~36점이면 갱년기 초기, 37~49점이면 중등도 갱년기, 50점 이상이면 치료가 필요한 심한 남성갱년기이다. <자료제공/분당차병원 남성갱년기 클리닉>
항목 | 점수 | 항목 | 점수 |
전반적으로 몸이 편안하지 못하다. | 몸이 축 쳐지고 피곤하다. | ||
뼈마디와 근육이 아프고 시큰거린다. | 근력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줄어든다. | ||
이유 없이 식은땀이 많이 흐르고 | 기분이 가라앉고 괜히 울적하다. | ||
얼굴이 화끈거린다. | 이제 인생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 ||
잠을 잘 자지 못한다. | 감정이 다 소진된 기분이 든다. | ||
자주 피곤하고 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 수염이 잘 자라지 않는다. | ||
공격적이며 작은 일에도 쉽게 당황해 한다. | 성생활 횟수가 줄었다. | ||
짜증이 잘나고 예민해진다. | 아침에 성기가 발기하는 횟수가 줄었다. | ||
왠지 불안하다. | 성욕이 감퇴했다.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분당 차병원 남성갱년기 클리닉 김문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