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국민 게임’, 아니 ‘지구촌 게임’으로 자리잡은 ‘포켓몬고’는 16일 기준으로 35개 국가에서 정식 출시된 상태다. 이미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어에서는 최단기간 1위를 차지한 게임으로 기록됐으며, 한물 간 것으로 여겨졌던 ‘닌텐도’의 주가는 일주일 새 93%나 폭등했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탈이 나게 마련. ‘포켓몬고’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동시에 곳곳에서 부작용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심심치않게 벌어지고 있는 ‘안전사고’다.
‘포켓몬고’ 열풍이 전세계를 휩쓴 가운데 그에 따른 부작용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지뢰밭 경고표시’ 옆에서 ‘포켓몬고’를 즐기고 있는 보스니아 주민. AP/연합뉴스
모바일 기기 화면에 가상으로 나타나는 포켓몬을 포획한 후 훈련시키는 ‘포켓몬고’의 가장 큰 흥미요소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현실과 가상이 혼합되어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포켓몬이 마치 눈앞에 실제 있는 것 같은 착각은 게이머들로 하여금 더욱 게임에 빠져들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게임에 빠져 주위 상황을 살피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해 발생하는 이런 사고는 자칫 목숨까지 위태로울 정도의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미 게임이 출시된 직후부터 이런 사고는 속출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한 누리꾼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아찔한 경험담을 털어 놓았던 것. 가령 한 누리꾼은 “지난밤 ‘포켓몬고’를 하다가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운을 뗀 후 “게임을 시작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발을 헛디뎌 하수구로 추락했다. 발등뼈가 부러져 6~8주 진단을 받았다. 모두들 포켓몬고를 할 때 조심해라”고 말했다.
이보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소녀도 있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여고생인 오텀 디스로스(15)는 얼마전 포켓몬고를 하면서 교차로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쇄골과 발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소녀는 그 외에도 몸 군데군데가 찢기고 멍이 드는 부상을 당했다. 소녀는 포켓몬이 많이 출몰하는 교차로를 뛰어서 건너다가 미처 이를 발견하지 못한 차와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뉴욕에서는 전직 해병대였던 28세 남성이 운전 중에 ‘포켓몬고’를 하다가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는가 하면, 텍사스 A&M 대학교에서는 한 운전자가 ‘포켓몬고’를 하면서 운전을 하다가 주차해놓은 경찰차를 들이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게이머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문 밖으로 포켓몬 캐릭터를 발견하자 달리던 버스에서 뛰어내리기도 했으며, 또 어떤 게이머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 공공기관의 출입금지 구역에 무단침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포켓몬고’로 인한 안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미 경찰당국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플로리다주 경찰은 고속도로 전광판에 ‘운전 중 포켓몬고 금지’라는 경고문을 띄우기 시작했으며, 워싱턴 및 오리건주에서는 시민들에게 게임으로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운전 중 게임 금지’ ‘대중교통 안에서 게임 금지’ 등과 같은 경고문을 설치했다.
또한 호주 경찰 역시 ‘포켓몬고’ 게이머들에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전방을 주시하십시오. 길을 건널 때에는 양쪽을 다 살펴보십시오. 몬스터는 금세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안전한 곳에서 몬스터를 잡으십시오”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사실 ‘포켓몬고’를 제작한 ‘나이앤틱’ 측 역시 이런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포켓몬고’ 게임을 시작할 때에는 ‘게임을 할 때는 주위에 장애물이 있는지 반드시 살피십시오’라는 경고문이 뜨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에 빠진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포켓몬고’에 빠져서 당하는 사고는 비단 교통사고뿐만이 아니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 목숨을 무릅쓰고 위험천만한 장소를 찾다가 부상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스샌디에이고에서는 두 남성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절벽 아래로 기어내려갔다가 미처 올라오지 못해 911에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었다. 또한 보스니아에서는 한 남성이 포켓몬을 쫓아 한없이 걸어가다가 보스니아 전쟁 당시 매립해 두었던 지뢰밭으로 들어가 곤경에 처하기도 했으며, 영국 윌트셔에서는 한 무리의 10대 소년들이 지하 광산에서 포켓몬을 잡다가 길을 잃어서 출동한 소방관과 광산구조전문가들에 의해 구조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포켓몬 대신 생뚱맞게 시신 한 구를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와이오밍주 빅윈드 강가에서 ‘포켓몬고’를 하고 있던 샤일라 위긴스는 “포켓몬을 찾아 강가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때 물 속에서 어떤 형체를 하나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남자 시체였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실수로 강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켓몬고’로 인한 강도 및 치안 사건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아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한밤중에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를 악용한 강도들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포켓몬이 많이 나타나는 ‘포켓스탑’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게이머들이 나타나면 총으로 위협하면서 금품을 갈취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가령 미주리주 오팔롱에서는 16~18세 청소년들이 이런 식으로 11건의 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체포됐으며, 오리건주 포레스트 그로브에서는 새벽 1시에 길거리에서 ‘포켓몬고’에 열중하던 한 남성이 칼에 찔리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이 남성은 마주보고 걸어오던 남성이 ‘포켓몬고 동지’인 줄 착각했다가 변을 당했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포켓몬고 하세요?”라고 물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상대는 “뭐라고?”라고 화를 내면서 손에 들고 있던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놀랍게도 칼에 찔렸던 남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서 남은 포켓몬을 마저 잡았던 남성은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 계속 게임을 했다”라고 말했다. 어깨에 여덟 바늘을 꿰맨 그는 계속 ‘포켓몬고’를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나에게 ‘포켓몬고’는 중요하다. 반드시 도감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포켓몬고’에 빠져서 직장생활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근무 중에 ‘포켓몬고’를 하거나 사무실 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게임을 하다가 상사에게 경고를 당하는 직장인도 있다. 심지어 해고를 당한 경우도 발생했다. 얼마전 호주에서 싱가포르로 전근을 갔던 소니 트루옌은 호주와 달리 싱가포르에서는 ‘포켓몬고’가 정식 출시되지 않자 애가 탔다. 게임을 못하게 되자 화가 잔뜩 났던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짜증스런 감정을 표현했다. “이 망할 코딱지 만한 작은 나라에서는 망할 포켓몬을 잡을 수가 없다.”
이 글을 본 한 싱가포르 여성이 댓글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곧이어 여러 싱가포르 누리꾼들도 그의 글에 항의하는 댓글을 올렸다. 급기야 트루옌의 직장을 알아낸 싱가포르 누리꾼들이 단체로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이에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한 회사 CEO는 사과문을 올린 후 트루옌을 즉각 해고했다.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안전상의 이유로 사내에서 ‘포켓몬고 금지’ 명령을 내렸다. ‘보잉’ 측은 “게임을 하다가 부상을 당할 뻔한 직원이 한 명 있었다. 이런 까닭에 모든 기기에서 포켓몬고 어플 설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사생활 침해도 문제다. ‘포켓스탑’이나 ‘체육관’으로 지정된 곳에는 으레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 카페, 서점, 레스토랑 등일 경우에는 오히려 매출이 상승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적인 공간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령 개인 가정집 앞마당이라면 말이다. 매일같이 한 무더기의 낯선 사람들이 자신의 집앞 마당에서 서성이고 있다면 아마 누구든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포켓몬고’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당분간 이런 열풍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포켓몬고’로 인한 사건 사고를 얼만큼 방지할 수 있는지가 각 나라의 숙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외출하고 운동하고…’ 포켓몬고 우울증 치료 효과 어느 정도? “‘포켓몬고’를 시작한 후로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이 사라졌어요.” ‘포켓몬고’ 출시 이후 트위터에서는 위와 같은 긍정적인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포켓몬을 찾기 위해 집밖으로 나가다 보니 자연히 걷기 운동을 많이 하게 된 데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도 잦아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던 멕 베타니 리드(20)라는 여성은 “나는 오래 전부터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4주 동안 집밖을 안 나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포켓몬고’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매일 밖으로 나가고 있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지금은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체중도 감량돼 몰라보게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자신감이 생기니 자존감도 높아졌다. 리드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거나 내 외모를 보고 놀릴까봐 두려웠지만 지금은 ‘포켓몬고’로 이런 두려움이 사라졌다. 놀랍다”고 말했다. ‘포켓몬고’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 SNS 등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는 걷는 행동과 관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기술이 인간 행동과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해온 존 그롤 박사는 “포켓몬고가 사용자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독특하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하면서 특히 우울증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운동량과 관련이 있다. 운동이 사람의 감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되어 온 바 있다. 그롤 박사는 “운동을 하면 할수록 우울한 감정이 줄어든다”고 말하면서 “운동은 항우울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어쩌면 운동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일 수도 있다. 특히 다른 치료법, 가령 심리치료나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행동은 정신 건강 외에도 체중 감량, 몸매 유지, 전신 건강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몸이 건강해지면 자연히 정신도 건강해지게 된다. 과학적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3년 프린스턴대학이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5분만 걸어도 머리와 마음이 맑아지고 긴장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연구진들은 “육체적 활동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완화시켜주고 정상적인 뇌의 활동을 돕는다”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포켓몬고’가 게임이기 때문에 걷는 행동을 치료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한계는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포켓몬고’가 집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고 사람을 만나도록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분명 전문적인 치료를 100%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롤 박사는 “심각한 상태인 경우, 가령 만성적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모바일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을 유일한 치료법으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런 게임은 심리치료나 약물치료의 훌륭한 보조 수단이지 유일한 치료법이 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