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를 이끈 보스턴대 신경학자 마이클 알로스코 교수는 “이번 연구는 CTE가 치매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면서 “이로써 인지 저하와 치매가 CTE의 결과라는 점이 확인됐다. 따라서 생전에 이를 정확히 감지하고 진단할 수 있는 단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CTE는 수년간 반복된 머리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진행성 뇌 질환으로, 뇌 속에 독성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단백질은 플라크와 엉키는 형태로 뭉쳐지면서 뇌 기능을 손상시키며,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도 유사하다.
다만 연구진은 CTE가 초기에는 치매와 임상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초기에는 기분 변화나 성격 변화가 나타나며, 이후 충동적인 행동이 증가하거나 우울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단기 기억력 저하, 혼란, 계획 및 조직 능력 저하 등 전형적인 치매 증상으로 이어진다. 일부 환자들은 운동 기능 장애까지 겪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반복적인 머리 충격을 겪은 뒤 10년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보고서는 축구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법적 공방과도 맞물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직 선수들과 유가족들은 반복적인 헤딩과 충격으로 인한 뇌 손상에 대해 축구 당국이 충분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검시관은 전 스코틀랜드 대표 수비수였던 고든 맥퀸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헤딩이 뇌 손상과 CTE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맥퀸은 16년간 선수 생활을 한 뒤 70세에 사망했으며, 생전에 혈관성 치매와 CTE 진단을 모두 받은 상태였다.
이 밖에도 1966년 월드컵 우승 멤버였던 노비 스타일스와 바비 찰턴, 레이 윌슨, 마틴 피터스 등 여러 축구 스타들 역시 사망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번리 소속이었던 앤디 페이턴 역시 생전에 두통과 기억력 문제를 겪은 뒤 57세에 조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CTE를 단순히 가벼운 뇌 질환으로 보아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알로스코 교수는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 CTE는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연구는 CTE가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특히 청소년 선수들의 헤딩 횟수 제한, 보호 장비 개선, 경기 규칙 조정 등 예방 중심의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의 즐거움과 선수들의 건강을 동시에 지키기 위해서는 머리 충격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도적 대응에 나설 때라고 지적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