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미로운 점은 이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는 점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나가사키 지방의 겨울은 비교적 따뜻해 당초 불리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2024년 카피바라 ‘도넛’이 우승한 데 이어, 올해도 9세 수컷 푸룬이 천천히 몸을 담그며 기분 좋게 목욕을 즐긴 끝에 정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가미치카 기미타카 씨는 “승리 요인은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응원해 준 많은 팬들의 열정에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이타마현 어린이동물자연공원의 스타 카피바라 ‘헤치마’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헤치마는 여름마다 열리는 ‘수박 빨리 먹기 대회’에서 4연패를 기록한 인기 스타다. 장시간 목욕 대결에는 2년 전 이후 두 번째로 참가했다. 관람객들은 멀찍이 떨어진 채 혹시라도 방해될까 작은 목소리로 “힘내”라고 응원을 보냈다. 헤치마는 1시간 23분 6초로 4위를 기록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정말 접전이었다. 조금만 더 버텨줬다면 1위도 가능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처럼 일본에는 귀엽지만, 어딘가 ‘쓸데없이 진지한’ 동물 행사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홋카이도 아사히야마동물원의 펭귄 산책 퍼레이드다. 귀여운 펭귄들의 산책을 퍼레이드로 격상시켰다. 사육사들은 무전기를 착용한 채 “지금 3번 펭귄이 대열을 이탈했습니다”라고 상황을 공유한다. 동물의 일상을 캐릭터화하고, 서사를 더해 마치 아이돌 문화처럼 키워내는 것. 그 결과, 팬덤을 거느린 ‘스타 동물’들이 탄생하게 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