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유력 대선주자들의 과열된 경쟁 양상은 한나라당의 분열까지 초래할 수 있어 당 분위기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동안 검증 논란으로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못하던 국민승리위는 지난 21일 경선 후보 등록 시기를 앞당기기로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사철 국민승리위 대변인은 “전체 회의에서 대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4월 23일 이전에 한나라당 후보 등록을 마치기로 참석 인원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승리위 측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벌서 딴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보등록 시기에 대해 후보들의 입장차가 크다. 경선 시기를 최대한 늦추길 원하는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이를 반가워할 리 없는 것. 박 전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후보 등록에 대해 당의 입장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으나 경선 시기에 대해서는 8~9월쯤으로 하자는 의견이다. 따라서 경선 2개월 전에 후보 등록을 해온 전례에 비춰 봐도 후보 등록이 석 달 전까지 앞당겨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가 “구체적인 경선 시기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다”고 못박은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경선 후보 조기 등록’은 현 한나라당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은 비책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한나라당 3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지지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갈라서 독자출마하게 될 것이라는 ‘한나라당 분열 시나리오’다. 이는 여권에서도 내심 바라는 상황이다. 여권에서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구애도 이와 같은 상황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규상 한 정당의 경선에 나선 사람은 이후 탈당해서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현 한나라당 대권후보들에게 ‘후보등록’은 그 자체로 경선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속과 다름없다. 따라서 탈당을 할 경우 후보등록 이전에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한나라당에 오랫 동안 몸담았던 한 정치 분석가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적지만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떠한 형태로든 따로 출마할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명박-박근혜가 분열된다면 현재의 경선준비위는 사실상 헛일을 하는 셈이 될 것이며 자칫 두 주자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댈 수밖에 없을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두 주자 간의 치열한 공방전과 맞물리면서 일각에서는 국민승리위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국민승리위는 지난 1일 위원장단 및 준비위원을 확정하고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참여위원들 중엔 특정 주자와 가까운 이들이 대거 포함돼 있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어 초반부터 논란을 안고 시작했다.
특히 최근 김유찬 폭로가 불거진 이후 이를 국민승리위 내의 검증기구에서 자체적으로 검증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에서 강하게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국민승리위의 전도를 암울케한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현재의 검증위에 대해 ‘급조된 검증위’라고 비판하면서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검증위를 따로 만들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원희룡 의원 역시 국민승리위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한다. 원 의원은 “당내 인사 누구도 줄서기에 자유롭지 못하다”며 “당 외부의 중립적 인사들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선 국민승리위 내부적으로도 고민을 안고 있는 듯하다. 후보등록 조기화를 계기로 한나라당 내분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자칫 ‘이명박 vs 박근혜’의 싸움이 한나라당 내에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경우 그 여파가 커질 것을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두 주자가 국민승리위의 행동을 빌미로 당을 뛰쳐나가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승리위의 한 관계자는 “대권주자 간의 공방으로 인해 당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는 것을 조정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과연 국민승리위가 대권후보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민승리위는 공정한 경선 관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그 이전에 ‘대선 후보들에 대한 공정한 검증’을 제대로 해내는가 여부로 그 자체의 ‘검증’을 받게 된 셈이다.
과연 유력한 대권주자를 둘씩이나 거느리고 있는 한나라당이 집안싸움을 현명하게 치러내고 본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수 있을까. 대선까지 아직 10개월이나 남아있는 ‘시간’이 한나라당에겐 아득하게 멀어 보이기만하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