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도입한 데는 중화권과 유럽 등 해외증시와 거래시간 공백을 줄여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편을 줄이자는 취지도 있다. 그러면 국내 증시의 MSCI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MSCI는 거래시간 연장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국을 선진증시 편입 관찰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켜버렸다.
8월부터 주식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되면서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올해 1월 4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렸던 증시 개장식.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증권업계 관계자는 “MSCI가 한국 증시를 선진 증시에 편입시키지 않는 이유는 외국인 거래에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돈이 되는’ 코스피200 같은 지수 상품을 거래소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애초부터 거래시간 연장이니 하는 것 등은 대외 명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거래활성화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분석이다. 김기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이 나라별로 55분~90분 거래시간을 연장한 결과 첫 달은 거래대금이 전월 대비 평균 34% 증가했지만 중장기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매매가 집중되는 시간은 장 초반과 마감 직전이기 때문에 거래량이 의미 있게 늘어나지 않고 딜러들의 업무 강도만 높아질 것”이라며 “마감시간이 런던 개장시간 등과 일부 겹쳐지면서 장 후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가 늘어나더라도 결국 그 수혜는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최근 채권 장내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물론 그 수수료는 거래소와 증권사들에 돌아간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평균 주식거래대금 8조 원을 가정할 경우 증권사의 주식위탁수수료는 연간 1780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15년 증권사 영업이익의 4.4%에 해당하는 액수다.
익명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구장 운영시간이 늘어난다고 손님들의 당구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돈 버는 것은 당구장 주인일 뿐인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