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교육청 “기업은 장학기금 전달 역할에 그쳐야”
[전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전북도교육청이 올해도 삼성그룹 학생 교육지원사업인 ‘드림 클래스 방학캠프’를 거부하자 전북도의회가 발끈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캠프는 삼성그룹이 대학생을 모집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중학생에게 3주간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주도록 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전북지역은 2012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때 중학생 200~240명씩이 무료로 대학생의 학습 지도를 받았다. 대학생 50여 명도 3주간 공부를 가르치고 250만 원 가량을 장학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은 2014년 겨울방학부터 “전북교육청의 의지나 교육관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2년째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북도교육청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습권을 제한하고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 혜택을 포기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사업이 김승환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고 참여하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탐구활동에 저해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학업 형편이 어려운 많은 중학생들이 학업과 문화체험,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도할 대학생들도 총 6억원(1인당 250만원)에 이르는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전경
이에 전북도의회가 도민 여론조사를 근거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장명식 전북도의회 교육위원장은 4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에도 드림 클래스 방학캠프를 거부해 지역학생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장 위원장은 “중학생의 실력 향상과 대학생의 학비 마련에 큰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며 교육감을 설득해왔으나 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감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드림클래스 사업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일부 지적도 맞다”면서도 “교육감은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우리 아이들과 학비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대학생들을 먼저 생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 위원장은 19세 이상 도민 6063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5%가 드림클래스 사업이 전북에서도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드림클래스 사업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일부 지적도 있으나 중학생의 실력 향상과 대학생의 학비 마련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업은 교육청이 교육과정과 운영 장소 등에 대해 전혀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삼성이 진정으로 장학사업을 하겠다면 교육기관이 교육을 맡아 하도록 기금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지난해 8월 “약 3년 전부터 관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 전북 지역의 학생들을 취직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해 놓았다”고 밝혀 논란을 초래했다.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