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다음에 해당된다면 한번쯤 단식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과식을 자주 하거나 육류,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 ▲건강한데도 몸에 좋다는 식품 또는 약을 많이 먹는다. ▲건강에 자신이 없고, 뚜렷한 병이 없는데도 늘 피로하다. ▲비만 때문에 고민이다. ▲성격이 지나치게 급하거나 자신감이 없어 고민이다. 아이들의 경우에도 성장이 느리거나 과식을 하는 경우에는 단식을 하면 좋다.
‘정신이 맑아지면서 기억력·이해력·판단력이 좋아졌다’ ‘활력이 넘쳐서 같은 업무를 해도 전보다 피로가 덜하다’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고 성기능이 한결 좋아졌다’ ‘얼굴피부가 좋아져 주변에서 젊어진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등등 모두 단식을 직접 체험해 본 이들이 말하는 ‘먹지 않는 즐거움’의 이유들이다. 언젠가부터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져서 중요한 일도 메모해놓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스트레스·과로 등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라면 귀가 번쩍 뜨이는 내용이다.
동아출판사 창업주 김상문 회장(91)도 30년 넘게 단식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 중 하나다. 자신의 건강법을 소개한 <100살 자신 있다>는 제목의 책에서 그는 “어머니, 형이 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어서 평소 암을 예방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며 “단식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57세 때 처음으로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생수만 마시면서 무려 20일간의 단식을 마치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체중이 5kg 줄면서 몸이 한결 가볍고 정신이 맑아지자 기억력이 좋아졌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나름의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그는 지금도 매년 봄과 여름에 3일단식을 실시하고 있다.
단식을 시작하면 많은 몸의 변화들을 느끼게 된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동안 몸 안의 근육과 내장 구석구석에 저장되어 있던 불필요한 지방 등을 충분히 소모시키게 된다. 이와 함께 단식기간 동안에는 간이나 신장 등의 정화작용이 더 활발해져 쌓여있던 노폐물, 독성물질이 빠른 속도로 배출되는 대청소의 효과가 있다. 다이옥신과 같은 악성 발암물질도 지방이 용해되는 과정에서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단식 중 소변색이 암갈색으로 진해지는데, 검사해 보면 독성물질의 양이 평소보다 10배 정도 더 많다.
위장의 경우에는 먹을 것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수축되기 시작해 위확장이나 위하수는 자연히 회복된다. 장도 수축해 장벽에 달라붙어 있던 숙변이 조금씩 벗겨져 나온다. 어느 정도 비대해지거나 경화된 상태의 간도 단식으로 과잉된 영양, 독소를 제거하면 도움이 된다.
한 끼만 굶어도 큰일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우선 간단히 단식의 효과를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방법은 세 끼 24시간 동안 다른 음식은 모두 먹지 않고 물만 마시며 굶으면 된다. 이때 장이 쉬고 있는 상태이므로 물을 씹어 삼키듯이 천천히 마셔야 한다.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안 되고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도 요령이다. 너무 찬 물은 삼간다.
“처음 두 끼는 허기져서 힘이 들지만, 마지막 세 끼를 굶으면 속이 편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집중이 잘 돼 일의 능률도 높아진다”는 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의 설명이다.
이처럼 물만 1.5~2ℓ정도 마시면서 하는 생수단식은 초보자가 시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된장국을 먹으면서 하는 된장국 단식, 효소음료를 마시면서 하는 효소 단식 외에 벌꿀단식, 과즙단식 등의 변형단식은 힘들지 않게 해볼 수 있다.
만약 단식을 해보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건강상태로 단식이 가능한지, 자신에게 맞는 단식방법과 기간 등을 선택한다. 잘못된 단식을 하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올바른 방법을 익히기 전까지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식 전문가인 광주 빛고을단식원 기세문씨는 “심한 당뇨병이나 위·십이지장궤양, 말기 간경화, 진행성 폐결핵, 암, 정신질환자 등은 단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단식을 시도할 때는 다음의 몇 가지 기본원칙을 꼭 지키도록 한다.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예비단식’ 기간을 두어 먹는 양을 조금씩 줄이지 않으면 갑작스런 위장 축소와 공복감 때문에 고통이 더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3일간의 단식 계획을 세웠다면 단식 시작 3일 전부터 식사의 양을 평소 식사량의 3/4, 다음 날은 2/4, 그 다음 날은 1/4의 식사를 한 후에 단식으로 들어간다. 5일간의 단식을 하려면 단식 5일 전 식사는 평소 양의 5/6만의 식사를, 그 다음 날은 4/6, 또 그 다음 날은 3/6, 2/6, 1/6의 양으로 점점 줄여서 식사를 한 다음 단식에 들어간다. 짜고 매운 것, 단 것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단식 2~3주 전에 술을 끊어야 하고, 담배도 단식 전에 반드시 끊는다.
2 가벼운 운동과 풍욕을
단식 중에는 너무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평상시와 같이 30분 정도 적당한 운동과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매일 냉온욕이나 풍욕처럼 단식의 효과를 높여주는 방법도 함께 해주도록 한다. 냉온욕을 할 때는 비누 사용을 삼간다. 비누를 사용할 때는 30초 내에 바로 비눗물을 씻어낸다.
단식 중에는 복통이나 두통, 현기증, 구토, 피부발진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일종의 호전 반응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단식을 마친 다음에는 단식기간보다 2배의 보식기간이 필요하다. 이때는 미음에서 묽은 죽, 된 죽 순으로 먹어서 차츰 위가 음식물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미음일 때는 반찬이 필요 없고, 죽일 때는 부드러운 나물반찬을 곁들이면 좋다. 위산과다증, 신장병 환자라면 무나물을 피한다. 정상 식사가 가능해져도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은 반찬으로 준비해 잘 씹어 먹는다.
4 단식 후엔 소식습관을
단식 후의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기세문씨는 “단식을 계기로 해서 과식 폭식을 하는 예전의 식습관을 버리고 조금 배고픈 듯이 먹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외식을 할 때는 3~4명이 가면 1인분을 덜 시켜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과식은 노폐물과 독성물질을 체내의 조직이나 뼈 등에 축적시켜 병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흔히 건강이 나빠지면 ‘왜 갑자기 내가 이런 병에 걸렸을까’ 의아해 하지만 사실은 오랫 동안 나쁜 습관으로 생활한 결과다.
단식 후에는 몸에 해로운 식품도 삼가는 게 좋다. 흰 설탕이나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가공식품, 밀가루음식, 너무 짜거나 매운 음식, 차거나 뜨거운 음식은 먹지 않도록 한다. 술이나 담배, 성생활 등도 일정기간은 참는 게 좋다.
아침밥을 굶는 것이 건강에 좋을까. 이에 대해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점심, 저녁을 과식하기 쉽고 하루섭취 칼로리가 부족해지므로 세 끼를 모두 먹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이 일반론이다.
이에 대해 자연건강법을 하는 이들은 “전날 저녁식사 후에 다음날 아침은 식사를 하지 않아야 쌓인 노폐물이 잘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 역시 영양과잉이 문제가 되는 만큼 정상 발육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원래 아침을 먹던 사람이 아침을 굶을 때는 주스나 과일, 죽 등으로 간단히 먹다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생수는 충분히 마셔도 된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빛고을단식원 기세문 원장,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