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음주량으로 고생하는 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간이 분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지 않고 간장에 남아, 간조직을 자극하거나 지방분이 쌓인다. 이것이 반복되면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간암 등의 질병을 부르기 마련이다. 과음을 했다면 2~3일 정도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고 간을 쉬게 해야 한다.
우리 몸이 간에 무리를 주지 않고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의 최대 허용량은 순수 알코올로 80g 정도. 체중이 65∼70㎏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맥주 2천cc, 소주 3백20cc(약 6~7잔), 양주 2백cc에 해당되는 양이다(순수 알코올 양은 술의 양×알코올 농도).
“그러나 동맥경화나 심장병 예방 등 건강에 전혀 해가 되지 않게 마시려면 이보다 더욱 적은 하루 30∼50g 이내가 돼야 한다”는 것이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익 교수의 설명이다.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음주습관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해당되는 항목이 있다면 괄호 안에 체크를 해본다).
▲빨리 마시는 편이다…( )
오로지 술 취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 말없이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이들도 있다. 마시는 속도가 빠른 만큼 많은 양을 많이 마시고, 빨리 취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는 것이 지나친 알코올로 몸과 마음이 상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다사랑병원 신재정 원장은 “남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술을 마시는 습관을 오랫동안 갖게 되면 알코올 의존증에 걸리기 쉽다”고 조언했다.
농도 높은 술을 첫잔부터 단숨에 마시면 위염이나 위 점막에 가벼운 출혈을 일으키거나 알코올의 혈중농도를 갑자기 높여 중추신경과 호흡중추를 빠르게 마비시킨다.
▲빈속에 주로 마신다…( )
보통 술자리는 식사를 거른 채 빈속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술 마시기 전에 안주 없이, 심지어 식사 대신 술만 마시면 준비 없이 술에 바로 노출되어 간경화나 위궤양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음주 전에 반드시 음식을 먹어두거나 건배 뒤에 일단 잔을 내려두고 안주를 먹도록 한다. 안주로 배를 채우면 위가 신호를 받고 보호막을 만들어 술을 마셔도 위가 덜 상한다. 이때 고지방 안주는 지방간의 원인이 되고, 안주를 너무 많이 먹어도 비만이 생길 수 있다. 치즈 두부 살코기 생선처럼 간의 알코올 해독에 에너지원이 되는 저지방 고단백 안주가 좋다.
▲잔은 돌려야 맛이다…( )
잔을 돌리거나 건배한 후 함께 원샷하는 등의 음주습관도 문제다. 소주를 맥주컵이나 대접에 부어 억지로 권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주량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술잔을 권하는 이런 습관이 있다면 빨리 버려야 한다. 주는 대로 마시다 취한 후에 실수를 하거나 필름이 끊기는 일이 잦다면 어렵더라도 자신의 주량대로 자연스럽게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시도한다.
▲2·3차는 기본이다…( )
1차에서 기분 좋게 술자리를 끝내면 좋으련만 2차, 3차는 보통으로 이어진다. 과감하게 술자리를 떨치고 일어설 때는 ‘나 혼자 술자리를 거절하다 인간관계가 나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버려야 한다. 자신의 주량도 모르고 마시다 큰 실수를 하는 것보다 몇 배 지혜로운 선택이다.
굳이 2차를 간다면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신재정 원장은 “노래를 부르면 호흡대사가 빨라져 술 성분이 빨리 몸 밖으로 배출된다. 여기에 춤까지 추면 이때 흘린 땀으로 인해 숙취 해소에 가속도가 붙는다”며 “2차 술자리를 대신할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병원에서 환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 ||
독한 술을 자주, 폭음하는 애주가라면 고관절(엉치뼈) 부위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뼈가 죽어가는 뼈괴사증 같은 병으로 고생할 위험이 크다.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증으로 불리는 뼈 괴사증은 환자의 80%가 술을 즐기는 남성이다. 젊어서부터 지속적으로 술을 먹다 보면 30~50대에 이르러 증상이 나타난다. 대개 일주일에 4회 이상 마시면서 한 번 마실 때 폭음하는 습관이 있거나 안주를 잘 먹지 않는 습관이 있는 애주가일수록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가끔 일부러 토한다…( )
과음으로 인해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억지로 토하는 이들도 있다. 음식과 술을 토해내면 몸에 흡수되는 술의 양이 줄어드니 당연히 숙취해소 효과가 있다. 하지만 위험한 방법이다. 억지로 손을 넣어 구토를 유도하면 자칫 위출혈을 일으키거나 기도 폐쇄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실 땐 항상 피운다…( )
담배를 끊은 사람도 한두 개피씩 담배를 물게 되는 것이 술자리. 하지만 술자리에서 피우는 담배는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며, 알코올 역시 니코틴의 흡수를 촉진시킨다. 알코올을 해독하기 위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간에 흡연으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가 공급되어 해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등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술과 담배는 건강을 해치는 최악의 궁합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익 교수, 다사랑병원 신재정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