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핵심 부서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제16대 대통령 선거 시•도 및 지구당 활동지침’문건이 〈일요신문〉에서 단독 입수됐다.
첫 장 상단에 ‘대외비’라고 명시된 이 문건은 A4용지 30매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위해 각 시•도 지부와 지구당이 수행해야 할 역할들에 대한 지침서격으로 보인다.
이 문건은 각 시•도 지부와 지구당의 조직활동과 유세활동을 비롯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분과별 위원회와의 연계활동에 대한 세부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문건은 10월 말 작성돼 11월 초순께 각 시•도 지부와 지구당에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각 활동지침에 따른 ‘과제’가 포함돼 있으며 이에 대한 토의 평가를 위해 시•도 지부 및 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가 얼마전 개최됐다.
문건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당원배가운동을 통해 신규당원 2백70만 명을 확보하고 당 지지계층을 확대해 양자구도를 상정한 필승기반을 구축한다고 나와있다.
▲ 한나라당의 대선활동지침 | ||
얼마전 당내 연석회의 개최를 앞두고 “차라리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금해서 해당 시•도지부에 주라고 할 것이지…”란 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 문건은 대선을 위한 직능별 홍보활동에 대한 지침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지구당 관내 영향력이 큰 직능단체 30개 이상을 선정해 담당자를 정하고 단체별로 1백 명씩 총 3천 명 이상 당외인사 영입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특히 문건은 동창회 향우회 같은 지역 민간행사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각 지구당 선대위원장은 본인 및 배우자의 출신학교 동창회 및 종친회 타지역(특히 수도권)에 구성돼 있는 지역 출신 재 향우회에 대해 담당책임을 맡아 적극적 지지세 확산에 동참할 것’이라 명시돼 있다.
또 ‘해당 동창회 종친회 향우회 관련 유력인사를 각각 10명 이상씩 영입할 것’이라 덧붙여져 있다. 얼마전 종친회 동창회 향우회 행사 등에 대해 연말 대선을 의식한 선관위의 ‘금지령’논란이 있던 터라 눈길을 끈다.
‘문화센터 취미교실 노래교실 조기축구회 등 지역 내 유력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해 관련 유력인사들 적극 영입하고 영입된 인사는 지구당 차원의 직능인사로 활용할 것’이란 항목도 나온다. 미용사 부동산중개사 택시기사 보험설계사 등 지역 오피니언리더들에 대한 적극 영입과 이들을 홍보위원으로 확충하는 사안도 기록돼 있다.
지역별 종교계 포섭을 위한 ‘지구당별 신도회 조속 구성’에 대한 지침도 들어 있다. 종교별 종단별로 책임자를 선정해 지역 내 유력 사찰, 교회, 성당, 민속종교 등에 대한 적극적 방문 활동을 전개하고 지구당 단위 법회, 기도회, 미사 등을 적극 개최하라는 것이다.
문건은 여성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번 대선 압승에 반드시 필요한 여성득표율 제고를 위한 기반 마련’을 명시하고 있다. 여성득표활동 등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여성담당자(여성부장)를 선임해 지구당별 50명 이상 여성위원회원을 확보하라는 것.
이들 여성부장들의 주 임무는 ‘각종 단체 및 관할지역 행사 모임 정보 제공과 각종 행사 관련 타 후보 부인들 동향 파악 및 보고’이다. 문건은 선대위 산하 각 분과위원회별 지구당 활동에 대한 지침도 자세히 다룬다.
▲ 지난 8일 사회복지인 전국대회에 참석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임준선 기자kjlim@ilyo .co.kr | ||
그리고 2030위원회의 역할 중 하나로 관내 대학가 동향 파악을 명시하고 있다. 각 대학 총학생회 활동 중 ‘반창’성향의 운동 유형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 및 건의사항을 중앙당에 통보하라는 것이다.
미디어대책에 대해선 해당지역 TV토론에 대한 모니터 역할의 중요성이 문건에 명시 돼 있다. 특히 이회창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 대한 모니터 자료를 TV토론 다음날 중앙당에 제출하라고 나와있다.
‘미디어활동 관련 실비는 전액 중앙당에서 제공한다’는 문구가 덧붙여져 있다. 사이버활동에 대해 이 문건에는 ‘가족 친지 친구 등의 E-mail과 개인이 소지한 명함에 나온 E-mail을 취합해 당원 1인당 10개의 E-mail 추천’이란 항목이 게재돼 있다.
각종 홍보용 컨텐츠 제공을 위함이다. 사이버공간상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당원들의 인터넷 게시판 적극 활용’이란 지침도 들어가 있다. 이 문건 마지막 부분에 명시된 것은 바로 부정선거 감시활동 지침. 부정선거 중점 감시대상으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정몽준 후보측의 사조직 활동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노사모에 대해서는 ‘노사모가 전국을 무대로 희망돼지 분양투어, 포장마차 투어를 전개하면서 사전선거운동 및 정치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채증 및 선관위 등 관련기관에 즉각 고발 조치’라 명시돼 있다.
정 후보측에 대해서는 ‘청운연구소(전북), 광주전남 비전코리아(광주 전남), 몽사랑 등 지역별로 광범위한 사조직을 결성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고발 조치’라 적시돼 있다.
이에 더해서 노 후보측과 정 후보측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을 한나라당이 부정선거운동행위로 명명한 사례들이 열거돼 있다. 〈李氏亡 鄭氏興〉(이씨망 정씨흥) 신문광고에 대해 지난 10월9일 서울지검 공안1부가 저자 백행웅씨를 구속한 것, 정 후보측 사조직 ‘청운연구소 전북지부’에 대해 전북도 선관위가 지난 10월19일 해산 및 폐쇄명령을 내린 것을 비롯해 노 후보측 돼지저금통 기부행위 및 1만원 납부운동이 지난 10월24일 중앙선관위에 의해 선거법위반의견 유권해석 판정이 내려진 사례 등이 제시돼 있다.
이 문건과 비슷한 시점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서울시지부 대선 기본계획(안)’문건 역시 〈일요신문〉에 입수됐다. 이 문건에는 지지율 상승을 위해 강남권에서 투표율 높이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항목이 나와있다.
서울시장 선거 득표율을 기초로 산정하여 각 지구당별로 득표목표를 부여하되 지방선거 당시 50% 이상 득표 지구당은 해당득표율, 50% 미만 득표 지구당(14개 지구당)은 2~3% 상향조정하며 50% 이상을 득표목표로 부여하고 있다. 서울시지부 차원의 조직점검반 운영을 통해 지방선거 당시 50% 미만 득표지구당과 구청장 및 시의원 미당선 지구당은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할 것으로 문건에 명시돼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