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 대표로 꼽히고 있는 이병완 정무특보. | ||
친노그룹의 독자생존 플랜은 노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는 27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참여정부 평가포럼(포럼)’은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친노그룹의 정치세력화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인 이병완 대통령 정무특보가 일부에서 예상한 공직들을 모두 외면한 채 포럼 대표를 맡을 예정이며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된 천호선 대변인,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노 대통령의 왼팔로 통하는 안 씨 등 386 핵심 측근들이 포럼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식적인 포럼 발족 취지는 현 정권의 성과와 한계를 국민에게 알리고, 다음 정부에 넘겨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활동을 중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친노그룹이 정치권의 경계를 의식해 포럼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이 조직의 본질은 친노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한 ‘노무현 포럼’ 성격을 띠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포럼 대표가 확실시되고 있는 이병완 특보는 “현 정부에서 일한 장관, 청와대 비서관, 공기업 임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1000~2000원의 회비만 내면 포럼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포럼이 친노단체를 재조직화하는 매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포럼 측은 27일 발족을 전후해 노사모 등 외곽 친노단체 회원과 지지자 등에게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회원 가입을 요청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대규모로 발송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수 전 대변인은 “노사모 등 지지자들은 물론 일반인도 제한 없이 이메일,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며 “지역 지부를 두는 문제는 추후 검토할 것”이라며 전국단위의 조직화 가능성도 열어놨다.
포럼 측은 27일 출범식을 가진 후 5월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동산 정책, 교육 3불정책 등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을 지원하는 지역 순회 강연회를 실시하는 동시에 전문가 초청 쟁점 토론회, 광역도시별 시민정책교실 등 세부적인 활동지침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친노그룹이 서둘러 포럼을 출범시키는 등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적극 모색하게 된 배경에는 초읽기에 돌입한 범여권 분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즉 4·25 재보선 이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대규모 추가 탈당 움직임 등이 감지되면서 구여권의 완전분화가 점점 현실화될 조짐이 일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따른 정면 돌파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친노그룹은 이왕 칼을 뽑아든 이상 친노 성향 대권주자 띄우기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독자생존 플랜도 적극 가동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전도사’를 자처하며 전국 순회 특강을 펼치고 있는 이병완 특보는 16일 경남도청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장에서 “8월까지는 한나라당 판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된 뒤 여당에서 맞춤형 후보가 나올 것이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60%가 넘고 있는데도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해도 20%가 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여유로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부가 한나라당 최종 후보에 맞춰 대권 필승카드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야당 대선 주자들에 대해 연일 포문을 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청와대는 18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지목해서 “참여정부를 비방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며 날선 비판을 퍼부었다. 정치권에 대해 “무책임한 ‘대선용 비판’에 하나하나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실질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분화를 기폭제로 범여권 세력 재편이 초읽기에 돌입했음에도 친노그룹이 강한 자신감으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독자생존 플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안희정, 천호선 | ||
실제로 대표적 친노인사로 ‘리틀 노무현’이란 애칭이 붙어 있는 김두관 전 장관은 20일 모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아무리 레임덕이 있어도 2008년 2월 24일 자정까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분이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며 “노 대통령은 다른 이전의 대통령에 비해서 연말 대선에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따라서 친노그룹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동시에 김혁규·이해찬·한명숙 의원과 유시민 장관 등 친노 성향의 대선주자 띄우기도 본격화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으로 당 사수파만이 당에 남더라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을 끝까지 지원하는 든든한 우군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다.
친노그룹 일각에선 현 정부의 정책을 사사건건 비판하면서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대선주자나 제 정파들은 하루빨리 당적을 정리하는 게 서로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판 세력들이 모두 떠나야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이념을 승계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논리다.
열린우리당내 대표적인 친노그룹을 자임해온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가 해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그동안 참정연이 나름대로 정당개혁 등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이는 2002년 시대정신에 충실했던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에는 조직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해산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참정연이 몸놀림을 유연하게 가져가 노 대통령의 선택권을 넓혀 주려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친노그룹 주변에서는 범여권 대선구도를 친노 대 반노로 이원화시킨 후 각 진영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결정한 다음 대선 막판에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 대역전극을 연출하는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은 연말 대선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해 범여권 후보를 당선시킨다는 이른바 정권재창출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다만 재집권 플랜이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독자적인 생존 플랜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세력 재편 과정에서 친노 현역들은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사수하고 외곽 친노세력은 포럼을 매개로 재결집해 여차하면 개혁신당 내지는 친노 정당 창당을 통해 독자적인 정치기반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도 독자 생존 플랜과 맞물려 있다.
특히 젊은 386 참모진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로 내년 총선 때 소수라도 자생력을 확보한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지면서 상호 유기적인 협력체제로 친노그룹 조직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범여권 세력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그룹도 “밀리면 죽는다”는 각오로 새로운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친노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에는 어떤 비수가 담겨져 있을까. 승부사 노 대통령의 대권 복심과 맞물려 범여권 정계개편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