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적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재외국민 참정권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 원 안은 내부 전략 문건.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최근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조정받을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계기로 후보 등록 전까지 더욱 공세적인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 측이 이 전 시장을 조기 경선 후보 등록을 시켜놓은 뒤 후보 검증 등을 통해 그를 무너뜨리고 대 역전극을 펼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얘기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먼저 이 문건의 제목은 ‘캠프 논의사항’으로 돼 있다. 문건 일부에 ‘정책팀과 공보팀에 지시’라는 대목이 있는 것을 볼 때 문건은 전략 관련 핵심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문건은 지난 4월 17일 작성돼 캠프의 한 내부 전략 회의에서 그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박 전 대표 측의 4월 전략 기조에 관한 것이다. 문건은 “향후 캠프활동 집중해야 할 세 가지 중점과제로 ▲당협위원장 접촉에 역량 집중 필요성 ▲대운하 정책 허상 깨뜨리기 본격화 ▲여론조사 불공정성과 부정확성에 대한 확실한 공세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당원협의회위원장(당협위원장)은 경선에서 대의원들에게 누구를 지지하라는 ‘오더’를 내릴 정도로 영향력을 막강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 측과 이 전 시장 측은 당협위원장 확보에 사활을 건 전쟁을 펼치고 있다. 문건은 이와 관련해 “향후 대표님 일정에서 조찬 등 당협위원장 면담 시간 할애 필요성 건의”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4·25 재보궐 선거 유세 지원을 갈 때마다 그 지역 당협위원장들과 오찬 등을 함께 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박 전 대표 측은 또한 이 전 시장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대운하 정책 비판에도 전력을 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건에 따르면 “운하는 1998년 김영삼 정부 시절 건교부 조사 결과 부적절한 사업으로 평가되어 폐기된 사안임을 지적, 향후 문제제기 및 공세 프로그램 마련키로 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그리고 박 전 대표 측은 여론조사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여론 조사 기관 중 가장 문제가 많은 1~2 곳에 대해 그 부당성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 분명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함(공보팀에 지시)”이라고 돼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 측은 지난 4월 10일 캠프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결과는 일반국민 지지율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2.4%을 차지해 박 전 대표(29.2%)와의 격차가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다른 여론조사 기관들의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최근 언론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기존 방식과 다른 이 같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정치성향에 정당성이 짙은 만큼 인기투표방식이 아닌 정당을 명시한 뒤 실시해 기존결과와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적극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6·3 동지회를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넓히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6·3 동지회 전국 조직화 과정에서 6·3과 무관한 인사의 회원 가입 등 불법 사항 문제 제기”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편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경선 일정을 지연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대비책을 제시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경선일정 지연시키는 MB 측의 불순한 의도에 대한 강력한 입장 표명 필요 → 조기경선후보등록 문제에 대한 공세적 이슈화 필요성 제기”를 언급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여론조사 반영 등 억지주장을 펼치는 의도가 조기경선후보등록과 검증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문제제기를 하되, 캠프 차원에서보다는 대리인이 ‘기자간담회’ 형식을 빌어 ‘정말 이런 식이라면 협의를 할 수 없다’, ‘더 이상 특위 참여가 무의미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는 형식으로 당 지도부 및 MB 측에 경종 울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문건은 당헌 당규 개정특위 협상 전략에 대한 제언도 하고 있다. “반드시 아(我)측 입장을 관철시키기로 하는” 항목으로 두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전당대회 대의원 자격기준으로 ‘책임당원(6개월 당비납부)’ 명문화”를 들고 있다. 이는 최근 이 전 시장측이 전국적으로 당원 확장 운동을 벌이는 데 대한 박 전 대표 측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당권파가 아니었던 이 전 시장으로서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기존 대의원보다 최근에 모집한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래된’ 당원들에게만 대의원 자격을 줄 경우 이 전 시장에게는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기존 당원들을 중심으로 대의원을 구성할 경우 당권파였던 자신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책임당원 명문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 문건에는 “후보등록 시 제출 서류에 ‘재산보유현황서, 병적증명서, 범죄경력조회서, 납세실적증명서 등’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함. 반대 시 이슈화도 바람직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는 이 전 시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후보검증 문제와 직결되는 자료들이다. 당연히 후보 등록 때 포함되어야 하는 자료들이긴 하지만 검증 과정에서 이 전 시장 측의 자료가 허구임을 증명하면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셈이다.
한편 이 문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문건이 아니다. 우리 상황을 답답해하는 ‘변방’의 관계자들이 충성심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런 논의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박 전 대표 주변의 ‘변방’ 인사들을 예로 든 점을 볼 때 이 문건이 박 전 대표와 관련이 있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은 인정한 셈이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 의원은 이 문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이 네거티브를 자제하자고 하지만 실제로는 병적증명서와 같은 특정 자료 제출을 이슈화시켜 후보 검증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인 것 같다. 이 전 시장 측도 그에 상응하는 공격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