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혁규 의원(왼쪽부터), 한명숙 의원, 유시민 장관, 이해찬 의원 | ||
노 대통령은 ‘눈 밖에 난’ 특정후보를 대선무대에서 퇴장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의 후계자와 관련한 복심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평소 “특정후보를 밀어서 후계자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온 노 대통령의 소신을 감안하면 특정주자를 지원하는 것보다 뜻에 맞지 않는 경쟁 후보를 하나둘씩 제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역으로 노 대통령의 공격 대상에서 벗어난 대선주자가 노 대통령이 의중에 두고 있는 후계자군일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잠룡들은 누구일까.
이미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장은 노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공격을 받고 낙마한 바 있고 범여권의 유력한 주자인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과 손학규 전 지사 또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빅2’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또한 집중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감내해야 하는 입장이다.
친노주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노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상황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계승할 후계자로 김혁규 한명숙 이해찬 의원과 유시민 복지부 장관 등 친노주자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대선주자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친노주자를 띄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과 범여권 유력 후보들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해 상대적으로 친노주자들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나름의 대권 전략이 투영돼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노 대통령의 의중을 간파한 친노주자들도 서서히 대권경쟁에 합류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김혁규·한명숙 의원은 이달 중에 대선 출마를 선언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고 유시민 장관 역시 조기 당 복귀론이 부상하고 있어 6월 이후 본격적으로 대망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사석에서 대권에 뜻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대북정책에 적극 나서는 등 일련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 또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들 친노주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 올린 후 본선 경쟁력과 친노그룹을 이끌 수 있는 차세대 정치지도자를 자신의 후계자로 최종 낙점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후계자는 이들 중 누가 스스로 자신의 경쟁력과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느냐가 노 대통령의 최종 선택을 받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