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2년이 다 돼가는 주부 L 씨는 요즘 둘째아이의 아토피가 심해져서 걱정이다. 새집증후군 때문인지 이사를 온 후로는 전보다 증상이 더 심해졌는데, 올해는 여름이 되면서 부쩍 가려워한다. L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밤에 자면서 또 얼마나 긁었을까?’하는 마음에 가장 먼저 아이의 피부 상태부터 확인한다. 가려움을 참지 못한 아이가 잠결에 긁기라도 한 다음날이면 옷과 베개에 피가 묻어나기도 한다. 그동안 L 씨는 아토피에 좋다는 로션이나 입욕제라면 거의 사보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아이의 아토피는 조금 좋아지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해 왔다.
이처럼 아토피가 있으면 참기 힘든 가려움증 때문에 고생스럽다. 가려운 부위를 긁으면 붉게 부풀어 오르면서 심하면 진물이 나고, 딱지도 앉는다. 긁어서 생긴 상처에 세균이 침입하면 염증이 생기고 가려움증은 점점 더 심해진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두껍고 딱딱한 피부로 변해버린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건강한 친구들과 달리 먹지 말아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으니 위축되기 쉽다. 이것을 잘 지키지 못할 때는 꾸중을 듣기 일쑤다. 때문에 주변의 시선에 신경이 쓰여 점차 소극적인 성격이 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해진다. 외모에 관심이 높은 청소년기에는 더욱 예민해지고, 성인의 경우 대인관계는 물론 취업, 면접 등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을 그대로 두면 다른 아토피 질환, 즉 알레르기 비염이나 알레르기성 기관지 천식 등과 동반될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유아기 아토피 피부염을 ‘태열’이라고 해서 성장하면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약 40%가 성인기 아토피 피부염으로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 경희대 최인화 교수가 아토피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 ||
무엇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환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면역기능을 높이고 신체회복 능력을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가 되는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한약도 처방한다. 가려움증이나 진물,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이 심할 때는 열과 습한 기운을 없애주는 처방을 한다. 또 건조감이나 가려움증, 비듬, 각질이 심하고 피부가 두꺼워질 때는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혈과 진액을 보해주면 증상이 좋아진다. 이와 함께 피부가 가진 방어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 안이비인후피부과 최인화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같은 아토피 피부염이라고 해도 특정 처방이 환자에게 똑같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체질이나 현재의 상태 등에 따라 저마다 치료 효과가 달라진다고 한다.
최 교수는 지난해 습열형 아토피 피부염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4주에 걸쳐 ‘청열이습탕’이라는 한약 처방과 항균ㆍ소염 효과를 가진 한약재인 황백으로 만든 외용 습포제의 효능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그 결과, 습열형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데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에는 해독요법으로 아토피를 치료한다는 한의원도 쉽게 눈에 띈다. 한방에서는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곧 몸속 장기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로 보기 때문이다. 사람의 피부는 호흡기관인 동시에 해독기관이기 때문에 몸속에 독소가 쌓이면 피부가 해독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땀을 내고, 진물을 내고, 두드러기를 유발하는 등 이상반응을 보이며 스스로 해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방과 양방 협진으로 아토피를 치료하는 e-네이처클리닉 이정주 원장은 “피부에 여드름, 기미가 생기거나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나타나면 독소가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에 쌓였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한다. 이때는 해독요법과 함께 아토피를 부르는 음식이나 생활습관 등 환경적인 요소를 바꿔나가면 증상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가지 방법으로 3개월 정도 열심히 치료하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환자에 따라 치료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고, 치료 후에도 꾸준히 관리를 해야 다시 나빠지지 않는다.
최 교수는 “흔히 아토피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눈에 보이는 피부에만 신경을 쓰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감싸주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아토피 피부염이 완치되기 어려운 병이기는 해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노력을 하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아토피 피부염을 없애버려야 할 병으로만 생각해서 자꾸 나빠지고 재발하는 것에 실망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아토피 피부염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방이나 양방 어떤 방법으로 아토피를 치료하든 음식알레르기가 있을 때는 해당 음식을 삼가고, 목욕 방법이나 보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피부의 저항력이 약해 세균 감염이 잘 생길 수 있으므로 항상 청결을 유지한다.
목욕을 할 때는 비누는 자극이 강하지 않은 것을 쓰는 것이 좋다. 물의 온도는 약간 따뜻한 정도가 적당하고 10~15분 정도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이 좋다. 때를 박박 밀거나 너무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은 피한다.
입욕제는 목초액이나 숯가루, 황토 등 아토피 피부염에 좋다는 것들을 모두 쓰다 보면 증상이 나빠질 때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알기 어렵다.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때는 전문가와 상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욕 후에는 수건으로 문질러가며 물기를 닦지 않도록 한다. 톡톡 두드려서 물기를 적당히 제거하고 물기가 30% 정도 남았을 때 보습제를 3~5분 동안 두드려가며 잘 발라준다. 보습제는 끈적임이 많다고 효과가 더 좋은 것은 아니고 보습력이나 살균력, 소양감 제거 효과 등을 비교해서 고른다. 유황성분이 들어 있는 보습제의 경우 굳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같은 피부 상재균을 없애는 살균 효과가 우수하다. 하지만 유황이 들어 있는 보습제는 긁어서 덧난 상태에서는 따가운 느낌이 있기 때문에 자기 전에만 바르다가 상처가 줄어들면 목욕 후에 발라도 좋다. 또 보습제는 목욕 후에만 바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 번 수시로 발라줘야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 최인화 교수, e-네이처클리닉 이정주 원장